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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술, 한 잔 하실래요?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4기 박채연입니다.
 
2012년 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월도 훅- 지나가버린 느낌이에요. 연말부터 연초까지 망년회, 신년회 등 참 모임들도 많아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새해 인사도 나누고, 새해의 설렘을 함께할 때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바로 '술'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술과 음주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그들과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 될 날이 올테니까요. 그럼 출~바알~!

출처: http://kcanari.egloos.com/3765768


위 사진은 2011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푸드엑스포에 전시 돼 있던 북한 술입니다. 오른쪽의 머루술이나 들쭉장뇌삼주는 잘 알려있지만, 옥귀주, 모심주, 삼궁술처럼 이름을 들어도 고개가 갸웃거리게 되는 술도 많습니다.


북한에는 지역 특산술이 많습니다. 칠보산(七寶山) 근처에는 송이버섯술, 자강도 일대에는 특녹용술, 장뇌삼술이 유명합니다. 지역 특산술은 주로 35-40도 이상되는 증류술에 지역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넣어 만든 것입니다.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재료들을 첨가해 만든 술이 많기 때문에 북한술의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합니다. 


현재 남측에서 잘 팔리는 술은 들쭉술, 개성인삼소주, 인풍술, 백로술, 인삼 곡주를 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들쭉술'의 인기가 단연 돋보입니다. 들쭉은 주로 백두산 일대에서 수확되는 열매입니다. 들쭉나무는 진달래과 식물로 추위에 강하고, 8월이 되면 버찌만한 자주색 열매가 열립니다. 백두산에서는 재배단지를 조성해 들쭉을 수확하기도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하기가 어려워서 백두산 특산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들쭉술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건배주'로도 유명하죠.


그 다음으로 유명한 북한술은 '개성인삼술'입니다. 개성고려인삼주공장에서 만든 30도짜리 개성고려인삼술 X.O와 50도 짜리 인삼곡주가 인상적입니다. 개성고려인삼술X.O는 5년근 인삼을 넣어 10년 동안 숙성시킨 것이라는데, 술맛이 꼿꼿하고 인삼 맛이 짙게 난다고 합니다. 멤쌀, 찹쌀, 인삼 증류액이 들어가는데, 30도 인삼주가 인삼 맛이 강하다면 50도 인삼곡주는 소주 맛이 강합니다. 


영화 <역도산>이 개봉되면서 '역도산술'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술을 선보인 곳은 일본 다케하라시의 한 양조장입니다. 그러나 역도산을 기리는 술은 북한이 훨씬 먼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력도산술'은 평양소주공장에서 만들고, 남한에도 수입됩니다. 황금빛이 도는 투명한 소주입니다.(알콜도수 40%) 원료로는 멥쌀, 찹쌀, 수수, 강냉이, 사과, 배, 결명자, 벌꿀이 들어가고, 술맛은 쓰면서도 단 맛이 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멥쌀과 찹쌀을 썼으니 고급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북한의 술맛은 어떨까요? 북한의 소주는 셉니다. 통상 알코올 도수 25% 이상의 술을 마신다고 해요. 탁주나 청주(약주)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20%이하의 술은 '심심해서' 별로 마시지 않습니다. 남쪽보다 추운 지방에 살고 더 고된 노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술문화는 남북 분단 이전에도 해당됐습니다. 그들의 술이 독한 이유는 정제기술이 모자라서인데, 독하기 그지없다고 하니 혹여 나중에 북한술을 접하실 때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지양해야 겠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 북한의 술문화도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까요?
 
'흥'을 즐기는 민족이다 보니 셋 이상 모이면 춤과 노래, 그리고 오늘 다루고 있는 '술'이 빠지지 않는데요. 앞서 말했듯이 북한 사람들은 센 술을 즐기고, 음주문화를 엄청! 좋아합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술보다는 대개 농태기를 마십니다. 농태기는 개인 가정에서 몰래 만들어 파는 밀주인데요, 북한 당국에서는 밀주 제조로 인한 식량낭비를 막기 위해서 밀주 제조 및 생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그 처벌이 무겁지 않아서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군요.   

북한이 중국과 합영하여 생산하고 있는 봉지술


북한의 대학생들은 술안주를 살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소금이나 파를 안주로 삼거나 값이 싼 두부를 많이 먹습니다. 또 '원샷'이 없다는 것도 특이합니다. 그대신 북한에서는 비워진 만큼 술을 계속 따르는 '첨잔'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첨잔이 죽은 사람에게나 하는 행위라며 금기시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다른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재밌는 것은 '위하여!', '건배!'라는 말 대신 '마주합시다!', '쭉 내밀자!'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해장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콩나물국'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동질감이 느껴지네요. 

작년 2011년, 설 연휴동안 북한의 일부 고위권력층과 외화벌이기관 종사자들이 벌인 '남조선식 술 파티'가 문제가 되어 북한 당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우리나라에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른바 '폭탄주' 문화가 북한의 수도인 평양과 평양시에 거주하는 중앙기관일꾼들까지 잠식시켰습니다.  "이것이 남조선식 술풍이다."라고 말이 퍼진 것이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서로 어색하거나 앙금이 있는 관계에서 '술'만큼 좋은 약이 없다는 걸 안다면 북한 주민들이 우리나라의 술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게 신기하고 통일에 한발자국 가까워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북한술 한 병이 통일을 한 발 앞당긴다는 신념으로 애정과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허시명의 酒黨千里(http://hys5005.tistory.com)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