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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야기/정책 돋보기

깨진 유리창을 통해 본 남북관계


 


   마케팅 관련 서적 중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 법칙>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범죄학 관련 이론을 비즈니스 세계에 접목한 내용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한 가게에 깨진 유리를 보고 지나가거나 방문한 사람은 그 가게의 관리가 소홀하다고 생각하고 결국 그 중 가게가 보안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러 범죄에 목표로 정한다는 이론입니다. 실제로 과거 1980년대 뉴욕의 지하철은 살인과 범죄가 난무하는 무법천지였습니다. 무법천지인 지하철을 개선하기 위해 시장 후보자 줄리아니는 선거 공약으로 범죄의 근절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된 줄리아니는 처음부터 범죄의 근절을 위한 정책으로 깨진 유리창 이론에 근거한 지하철 내 경범죄부터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줄리아니의 정책은 살인이나 강간 같은 큰 범죄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닌 무임승차나 역내 낙서 같은 경범죄만 집중단속 한다는 점에서 비난하는 입장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범죄가 줄자 살인과 강간 같은 큰 범죄 역시 급속히 감소하였고, 시민들은 줄리아니 시장 정책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동영상:6]

ebs '지식채널e'에서도 깨진 유리창 이론을 설명하면서

 1% 실수가 99%를 남기는 것이 아닌 0%를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책에서 마이클 레빈은 깨진 유리창 이론이 범죄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세계에도 적용됨을 말하고 있습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식당은 음식도 맛이 없다’, ‘화장실이 지저분한 페스트 푸드점은 위생도 더럽다처럼 실제로 음식에 맛이나 위생상태가 아닌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페인트칠이나 화장실 청소가 소비자의 평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로 스타벅스의 성공이유를 들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직원을 철저하게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점이 스타벅스의 성공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즉 커피전문점에 성공여부는 커피 맛이 아닌 직원들에 커피에 대한 지식으로 성공원인을 본 것입니다. 이는 손님 중 일부가 커피에 대한 물음을 가졌을 때 직원들이 성실히 대답할 경우 손님은 이곳의 커피가 단순한 커피가 아닌 차별화된 커피를 마신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생소한 이론으로 다가 오지 않는 이유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쥐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같은 우리 속담도 있고, 살아오면서 깨진 유리창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깨진 유리창 이론'을 범죄학에서 비지니스 분야로 확대했던 것 처럼 우리 남북관계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남과 북은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대결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악화되기 이전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나 우리속담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이나 베트남은 위로부터의 체제 개혁을 통해 개방과 개혁으로 경제적인 큰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일부 개혁과 개방의 시도를 보이긴 했었지만 제한적인 조치로 인해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의 쓴맛을 맛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실패는 철저히 깨진 유리창 이론에 근거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남과 북의 관계가 악화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생각됩니다북한은 경제분야에 있어 7ㆍ4 경제조치, 경제특구지역 선정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치고는 사소해보이는 납치 문제’, ‘미사일 실험같은 분야에서 북한은 실망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북한이 계획했던 경제조치가 실패하는데 깨진 유리창기능을 했고, 경제 조치들의 실패 불똥이 우리에게 떨어져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1977년 북한공작원에 의해 발생된 '메구미 납치 사건'은 일본 열도를 공포와 분노에 떨게했다



   남북관계에 있어 깨진 유리창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남북회담이 쉽게 결렬되고, 결과적으로 회담이 진행되어도 잘 이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이슈화된 서해문제는 사실 정전협정 이후부터 남북관계에 깨진 유리창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말합니다. 이제는 남과북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하지만 이는 그동안 남과북이 통일이라는 하나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서로의 일방적인 길만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했던 건 않을까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적화통일을 주장해왔으나, 그 간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스스로도 사실상 적화통일이 이상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해왔습니다. 또한 우리도 한쪽의 일방적인 흡수통일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충격이나, 정치, 사회, 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했을 때, 남과 북이 상생하는 통일이 훨씬 유익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주장하기보다 남과 북의 깨진 유리창부터 함께 고쳐나가는 지혜를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상생기자단 4기 윤정선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