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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이야기/정책 돋보기

통일세 대신 '통일항아리'



통일 항아리
라고 들어 보셨나요?
옛날 어려운 시기를 대비하여 지혜로운 어머니들이 항아리에 쌀을 비축해 놓았던 것처럼, 곧 이루어질 통일과 그 비용을 생각해서 미리 재원을 마련해 놓자는 것이 바로 통일계정 '통일항아리' 입니다.


통일 항아리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 번째로 제안한 것으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통해 남북협력기금내에 특별계정을 만들고 통일재원을 적립하자는 계획입니다. 작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통일세 역시 통일재원 비축을 위한 제안이었는데요. 통일세와 달리 통일항아리는 국민들에게 당장 직접적인 조세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남북협력기금 불용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경우 1조 153억 규모인 남북협력 기금의 실제 집행률은 3% 가량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남북경색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에 많은 기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매년 1조원 규모로 배정되는 남북협력기금의 불용액을 통일준비비용으로 돌리자는 발상이 통일항아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거기에다 국민들에게서 모금할 민간 기부금, 정부 출연금과 기타 전입금까지 합해 든든한 통일기금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세금 부담을 지우는 일은 경제상황이 좀더 나아진 훗날 국민들의 합의를 거쳐 이루어질 것이며 지금 당장 세금을 부과할 일은 없다는 점에서 통일항아리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항아리에 모일 금액은 약 56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는 2030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첫 해 동안 들어갈 최소통일비용에 해당합니다.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연구용역과 통일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연구를 통해 산출된 이 숫자는 20년 후의 경제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통일 항아리는 통일을 맞닥뜨릴 세대를 위한 비용의 세대 분담이라는 점에서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류우익 통일부 장관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통일 항아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 통일을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 시점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만들어진 섣부른 정책이라는 점. 조달 방식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 막상 통일이 되었을 때 필요한 것은 금전이 아니라 물자라는 점, 또 남북관계 호전과 경제협력을 통한 남북 경제수준 격차 감소 등 선행요인을 먼저 해결한 다음 준비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습니다.야당과의 갈등 문제도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남북협력기금 중 내년 정부출연금 3천억원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에 따른 여야 갈등 때문에 국회 일정도 아직 명확하지 못해 결국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과정이 지체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남북분단 이후 통일준비를 위한 첫 법적 디딤돌인 통일 항아리. 정책구상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단계에 이르게 될 첫 번째 통일준비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요. 아직 미처 고려되지 않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논의와 갈등만 이어져 왔던 지금까지의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훨씬 발전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독일처럼 급작스럽게 통일이 찾아올 수 있다는 예측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차근차근 재원을 쌓아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할 시기입니다. 그러는 한편 남북관계 호전에 노력을 기울여 통일비용 자체를 줄여 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리고 "통일을 향한 국민의 의지를 모으자는 것이 핵심 취지"라는 류우익 장관의 말처럼, 민간 기부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국민들의 기부를 유도하여 직접 통일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저는 주목하고 싶습니다. 민족적인 일에 하나로 뭉쳐 열기를 보여주곤 하는 우리 민족성이 세계를 놀라게 할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이상, 임재빈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