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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2011년 통일관련 영화를 돌이켜보며


2011년 우리나라 영화계를 돌이켜보면 공식 통계로 439편의 영화가 개봉되었으며, 159,792,400명이 영화를 관람하였습니다. 그리고 2011년 우리나라 박스오피스 1위는 변신 로봇 외계인(?)들의 지구 지키기인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3, 2위로는 대한민국 최초 활 액션을 표방한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이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성적보다 2011년 영화계에 큰 파급 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공지영씨의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였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빠르게 관람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서 언론들이 이 사건을 보도하여 공론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재조사가 진행되어 현재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학교는 폐교되었으며 이후에도 장애인 인권 보호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렇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건에 불씨를 당겨주었던 것은 신문 기사도 아니고, 뉴스도 아니고, 책도 아닌, 바로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였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대중적이면서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다주고 좀 더 생각하게 할 수 있는 통일 관련 또는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 다룬 영화는 현재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혹시 작년에 본 영화중에 기억나는 통일 혹은 남북한 관련 영화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기억이 나신다면 좋은 현상이겠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 439중 단 10편만이 통일 혹은 남북한 관련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백분율로 따지면 0.02%밖에 못 미쳤습니다. 그 영화들을 <굿바이, 평양>, <두만강>, <무산일기>, <적과의 동침>, <풍산개>, <겨울나비>, <고지전>, <댄스 타운>, <스파이 파파>, <량강도 아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위 10편의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어떨까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공식자료 (http://www.kofic.or.kr)


스타 감독의 영화나 유명 스타(고지전, 풍산개, 적과의 동침)이 아닌 이상 개봉 스크린 수도 적고 관람객도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인해 흥행성이 보장 된 블록버스터급 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유통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관람객들은 이러한 영화에 대해서 관심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슨 내용이기에 사람들은 통일, 남북관련 영화에 관심을 적게 둘까요?



<겨울나비>, <두만강>, <굿바이, 평양> 이 세 편은 북한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겨울나비>는 탈북자 출신인 김규민 감독의 장편 예술 영화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상황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모자의 실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만강>은 재중동포 장률감독의 장편 예술 영화입니다. 두만강 건너편, 중국령에 있는 조선족 마을에 북한 사람들이 식량난으로 넘어오면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굿바이, 평양>은 북한으로 이주한 오빠를 가진 재일교포 2세인 양연희 감독의 홈비디오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두만강>, <겨울나비>와 달리 이민세대를 다루고 있으며, 재일교포의 시선이라는 특수한 입장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댄스타운>, <무산일기>는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댄스타운>은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인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에 이은 마지막 작품으로 탈북한 여성의 힘겨운 적응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탈북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기도 하는 일종의 ‘장치’적인 요소를 구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산일기>는 박정범 감독의 장편 예술영화입니다. 역시 탈북 남성이 남한의 차별과 벽에 대한 힘겨운 적응기를 다루고 있으며, 역시 이를 통해 탈북자뿐만 아니라 소외당하는 소수를 다루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지전>, <풍산개>는 남북의 상황을 장치적 배경으로 하는 스타 감독의 영화입니다.
 

<고지전>은 역시 남북 관련 흥행영화인 <의형제>의 감독이었던 장훈 감독의 두 번째 남북관련 영화로 6.25전쟁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전쟁 영화입니다. <풍산개>는 자신의 특유 스타일을 가진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평양에서 서울로 사람을 배달하면서 겪게 되는 이념적 갈등을 김기덕 감독 특유의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나가는 영화입니다.



 



<스파이 파파>, <량강도 아이들>, <적과의 동침>은 남북의 상황을 가벼운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스파이 파파>는 한승룡 감독의 가족, 코미디 영화로 1970년대를 배경으로 간첩 아빠와 그 사실을 모르는 충실한 반공 소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량강도 아이들>은 2003년도 남북관련 코미디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감독 김성훈이 만든 영화로 크리스마스에 서울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낸 산타의 애드벌룬을 줍고 나서 아이들은 로봇과 산타 옷에 흥미를 보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적과의 동침>은 박건용 감독의 영화로 6.25 전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쟁 중이지만 전쟁과 상관없어 보이는 어느 한적한 마을에 인민군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마을 사람들과 인민군 사이의 신경전을 이념이 아닌 사람들 속의 이야기들로 코믹하게 풀어나갑니다.



관련 10편을 리뷰하고 난 뒤에 보이는 공통점들은 북한 쪽에 대해서 다루거나 또는 남북의 상황을 배경 장치로 하여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즉, 통일을 이끌어갈 지금의 세대들에게 통일문제를 공론화시킬만한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현실적인 메시지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통일, 남북관련 영화하면 떠오르는 기존의 영화들은 바로 <쉬리>, <JSA>, <웰컴투동막골>입니다. 이들의 영화에서 이미 우리는 남북 대립 상황의 비극이던지, 결국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내용을 보여주었고 당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이후에도 그때에 비해서 크게 다른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때와 똑같은 흐름으로 똑같은 영화로 나오는 것은, 통일된 한국과 6.25전쟁을 겪어온 할아버지세대나 그러한 할아버지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던 아버지세대와는 다른, 통일을 이끌어가게 될 현재의 세대들에게는 현실성과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관람객들 또한 기존에 비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적고, 그러한 관심을 갖게 만들 영화 또한 이러한 세대에 대해 덜 고려했기 때문에, 영화 <도가니>에서 보여주었던 대중적이고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모습이 통일관련 영화에서는 덜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좀 더 통일, 남북관련 영화에 관심을 갖고, 영화제작자들도 현 세대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영화의 문화적 영향력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고 통일을 앞당기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받아들이 수 있는 매체가 영화이기에 통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싶다 하시면 올해 통일에 대한 관심의 첫 발걸음으로 위 10편중 한편이라도 한 번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떠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