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법률로 정한 경축일.
우리나라에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국경일이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므로, 기쁘고 즐거운 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국경일의 의미인 나라의 경사를 기뻐하는 것은 잊어버리고, 소위 말해 노는 날, 쉬는 날로 국경일을 인식하고 있다. 단지 빨간 날이라는 의미만 머릿속에 심어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기뻐해야 하는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 단지 쉬는 날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진심으로 나라의 경사스러움을 인식하고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취재를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 취재를 계기로 국경일의 의미를 잊고 지낸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나의 어린 시절, 3월 1일은 방학을 마무리 짓는 마침표이자 거리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볼 수 있는 날로 기억된다. 나의 어린 시절의 삼일절에 대한 기억은 이것이 전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소박(?)하다. 한 마디로 평소와 다르지 않았던 삼일절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나라의 경사스러움을 함께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보다, ‘함께 기뻐해도 된다.’라는 조건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사실이 부끄러운 고백이긴 하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은 많은 어른들이 앞으로 한반도를 이끌어갈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의 깨달음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일은 똑똑하고 올바른 한반도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애풀(愛Full) 청소년단’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훌륭한 이 땅의 어머니들과 앞으로 이 땅을 이끌고 갈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한반도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애풀(愛Full)청소년단의 모습
‘애풀(愛)Full 청소년단’은 경기도 고양시 청소년으로 구성된 자발적 결사체이다. 지난 2월 발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나라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질감이 점점 더해가고 있는 남과 북의 관계를 우리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멘토 역할과 많은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마침 우리가 찾은 3월 1일은 많은 아이들이 잊고 지내는 국경일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아이들의 지문으로 태극기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애풀(愛Full) 청소년단이 삼일절을 맞아 자신들의 지문으로 태극기를 만드는 행사를 하고 있다.
▲단순히 태극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태극기에 대한 공부도 빼놓지 않았다.
애풀(愛Full) 청소년단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고양시 자원봉사센터의 센터장인 ‘허경남’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요즘 고등학생들은 선행학습과 학원 등으로 방학이 더 바쁠 텐데, 틈틈이 북한이탈주민을를 대상으로 한 봉사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삼일절이라 그런지 지문으로 태극기를 만들고 있는 행사를 진행 중인 것 같은데, 이 역시 봉사활동의 일환인가요?
올해부터 사업 주제를 나라사랑으로 정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마음 속엔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이익이 아니고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현상이 자주 눈에 띄는데요. 어린 학생들에게 편협한 개인주의를 넘어 국가라는 큰 단위까지 눈높이를 확장시켜 주고 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며, 국가를 생각하는 넓은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Q. 고양시 내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고양시 내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약 3~40명 가량 되는데요. 최근에는 보훈 대상자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대보름 놀이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대보름 음식으로 서로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또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국가를 지키는데 희생하고 헌신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큰절을 했는데, 어르신들은 이런 대접을 받아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깊게 패인 주름살이 보여주는 세월의 깊이만큼 굵은 눈물을 흘리셨고 아이들도 이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진행할 때 아이들은 서로간 마음의 장벽 없이 잘 어울려 놀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도 흐뭇해했고요. 이렇게 절기에 맞는 활동 이 외에도 정기적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상대로 교육 봉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7세부터 15세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멘토 역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아이들이 북한이탈주민을 대할 때, 생소해 하거나 낯설어 하지 않던가요?
딱딱한 만남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다가가니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보름 놀이 때는 윷놀이를 비롯해 같이 풍선도 불고, 여러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통해 가까워져 서로간의 거부감이 없었구요. 북한이탈주민과 남쪽의 청소년들이 서로간 이질감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언급하신 활동들을 보면 분명 봉사단체인 것 같은데, 단체 이름에 ‘봉사’라는 단어가 없고 그냥 ‘愛Full(애플) 청소년단’ 입니다. 단체명을 어떻게 지어진 것인가요?
우리 단체 이름이 ‘愛Full 청소년단’인 이유는 첫째로 우리 단체의 활동이 봉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기적으로 강사를 초빙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여러 체험 학습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봉사’라 하면 아이들 뇌리에 ‘우리가 그들보다 낫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준다는 인식이 자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올바르게 작용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만에 빠지거나 봉사의 참된 의미는 깨닫지 못하고, 단지 그 대상자들은 불쌍한 존재라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하든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사이는 어떠한 우열 관계도 없으며, 단지 ‘함께한다.’라는 사실을 교육하기 위해 단체명에서 '봉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Q5. 향후 어떤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 단체를 출범시키면서 1박 2일 합숙하는 시간을 갖는데, 올 여름엔 해병대 캠프를 통해 아이들 사이의 결속도 다졌습니다. 이를 통해 강한 정신력을 심어주고, 12월엔 네팔에 해외 봉사활동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민족 학교(탈북청소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와 연계해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계획 중 입니다.
아이들 서로가 이질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몫이다.'라는 말은 관용어구가 되어 우리의 귓가를 맴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한반도에 대한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을까? 더욱이 반쪽짜리 한반도에 대한 책임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단순히 우리는 한민족, 하나라는 말은 그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지금의 한반도의 현실을 애통해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더 이상 무감각하게 지내서는 안될 것이다. 약 90여 년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맞서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함께 싸웠던 것처럼, 이제는 서로간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릴 차례다. 예전 3.1절, 그 날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한반도의 독립을 외치며 다함께 만세를 불렀다. 그 기쁨을 나눴 듯 이제는 서로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통일을 향한 힘찬 만세를 불러야 할 것이다.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상생기자단 3기>
정윤재 기자[jgs1012@hanmail.net]
강세미 기자[seminsu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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