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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넘는 마음의 벽

[하나센터 봉사활동- 서북부지역]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넘는 마음의 벽

 

 

  지난 8월 서북부지역 하나센터와 고양 여성 인력개발 센터의 연계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매너, 친절, 의사소통 교육>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교육에 앞서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속에 쌓아올린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넘어 마음을 듣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통일과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자.

 

 

 

 

 

 

▼ 북쪽은 좋은 뉴스만, 남쪽은 나쁜 뉴스만...

  북한이탈주민이 우리나라에서 접하는 뉴스들은 대부분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사회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고 한다. 체제 선전이나 좋은 뉴스만을 전파하는 북쪽의 뉴스와 달리 사건, 사고 보도 위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뉴스로 인해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은 무서운 사회구나'라는 인식을 가졌다고 한다.

 북쪽의  경우 '큰 정부', '우상화'에 가려져 일반 국민들은 부정적인 사회 현실을 인식할 수 없다. 그러나 굶주림과 같이 일반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분들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숨겨지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북한의 국민들은 알아도 모르는 척, 봐도 못본 척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상화'라는 큰 억압 속에서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억압해야 하는 또 다른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와 사회 구조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북쪽에서 경험하지 못한 자율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한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율성의 정도와 범위를 자연스럽게 정립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사회 환경 속에서 갑자기 주어진 자율성이라는 부분의 범위 설정에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남, 북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기간 동안 북한이탈주민이 최대한 많은 판단력을 기르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은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주위의 도움 하에 올바른 판단 기준을 세워야한다. 이러한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친구가 되고, 먼저 손을 내밀어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일 없습네다"

  通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전에서 통한다는 것은 말이나 문장 따위의 논리가 이상하지 아니하고 의미의 흐름이 적절하게 이어져 나가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남과 북은 진정으로 통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즉, 서로의 말을 알아듣긴 하지만, 진정으로 그 의미와 뜻까지 알기에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 없습네다'이다. '일 없습네다'는 북쪽에서 '괜찮습니다'의 의미로 쓰이는 일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억양과 말투가 쎈 북쪽 사투리로 인하여 '내가 실수했나?', '혹시 내가 한 말이 기분 나빴나?'와 같은 오해를 하게 된다.

  이날 함께 얘기를 나눈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점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남쪽에서는 생소한 자신들의 북쪽 말투,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말들로 인해 그들은 스스로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남과 북이 서로 왕래없이 떨어진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으니 이런 오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통일을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작은 오해들을 쌓아두는 것은 훗날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 문화적인 부분보다 정치적, 경제적인 부분의 비중이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적인 부분의 접근을 소홀히 한다면 통일이 된 후 우리는 서로의 차이에 대한 충격을 전혀 완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의 사람들이 겪는 通함의 문제는 문화적인 접근과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때 어느 정도의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날 봉사활동의 주된 내용이었던 <매너, 친절, 의사소통 교육>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불편해하실 것을 고려하여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한 1시간 가량의 대화 시간은 그들과 우리를 가깝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은 한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에 대한 경계를 조금씩 낮추는 대화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마음의 벽은 대화의 부재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통일로 나아가는 작은 걸음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와 시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