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면!
대북방송국 '열린북한방송' 탐구
'오늘은 드라마가 뭘 하더라? 이런, 토크쇼 시간이랑 겹치네. 어쨌거나 아빠가 뉴스로 돌리기 전에 얼른 리모컨 뺏어야 되는데. 아니지, 오늘 게스트가 ‘소녀시대’랬는데 라디오나 들을까?'
여러분, TV를 앞에 두고 고민 많이 하시죠? 시간이 겹쳤을 때 어느 프로그램을 보느냐 하는 건 사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신중하고 중대한 결정 중 하나일 거예요.(ㅋㅋ)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북한은 TV 채널이 딱 하나밖에 없어요. 게다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제공되는 내용도 제한되어 있죠. 이런 방송을 봐야만 한다니 얼마나 갑갑할까요.
그런데 북한을 향해 방송을 보내고 있는 방송국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게다가 이런 대북 방송국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6개나 있다고 하네요. 북한에 보내는 방송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고 합니다.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리고 드라마까지!
북한에 보내는 방송은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북한에 보내는 방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상생기자단이 남한의 민간대북방송국들 중 하나인 열린북한방송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열린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은 단파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북한 전역에 매일 두 시간씩 방송을 내보내는 대북방송국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언어, 정치, 예술 등 한국과 세계의 다양한 가치와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문화방송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또한 “라디오 남북친구”라는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동포에게 관심 있는 시민,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참여방송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열린북한방송은 남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을 지향하는 민족공동체방송입니다.
열린북한방송의 활동에는 ▲대북라디오 방송, 시민참여 대북방송(라디오남북친구) 조직 및 멘토링 ▲지역방송국 및 대학방송국과 협력 ▲열린북한통신 발행(소식지) ▲시민교육 및 여론형성사업 등이 있습니다.
열린북한방송 사무실 내부의 모습. 다들 열심히 일하시는데요!~
#북한에 보내는 방송은 어떻게 만들까? 방송 만드는 과정
열린북한방송이 북한에 보내는 방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열린북한방송에서 직접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 기자가 방송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처음에 인턴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통신팀(주로 기사를 다루는 분야)과 방송팀(주로 방송을 제작하는 분야) 둘 중 하나로 배정을 받게 됩니다. 통신팀 인턴들은 기사 관련 자료수집이나 녹취를 받아 적는 작업 등을 수행합니다. 저는 방송팀에 들어갔고, 방송팀 인턴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인턴방송 제작물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에 인턴방송항목이 따로 있음)
그 외에 저는 열린북한방송 단신 보도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단신보도는 주로 북한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중국·러시아와 같은 대북무역국가의 경제상황이나 헝가리와 같은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보도합니다. (단파라디오를 소유할 수 있고 라디오 청취를 하고자 하는 북한 사람들은 주로 무역과 관련한 일을 하는 중산층입니다. 그들은 경제 관련 소식을 매우 궁금해 하기 때문에 (특히 환율) 이러한 내용을 보도기사로 채택합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 관련 소식을 찾고, 가장 북한사람들에게 필요할만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4개정도 추려냅니다. 그것을 단신으로 전할 수 있는 짧은 보도문으로 요약하는 작업을 거친 뒤 홍성일PD님께 교열을 받고, 최종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신 김 선생님께 북한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은 지우거나 북한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로 교체하는 작업을 거친 뒤 녹음에 들어갑니다. (교열과정은 지금도 제게 힘든 과정이지요 ㅠㅠ)
마침내 이렇게 대본이 완성되었습니다! ㅋㅋ
단신 녹음은 방송국 녹음실에서 녹음을 할 수 있는데, 인턴 교육과정에서 방송팀은 방송 녹음 및 녹음한 음원을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사용방법을 배웁니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여러 차례 물어가며 하다 보니 지금은 녹음이 즐거운 작업이 되었습니다. 녹음한 음원은 개인 자리에 있는 컴퓨터에서 편집 작업을 할 수 있고, 편집한 파일을 mp3파일로 저장하여 최종 보도 편집을 담당하는 PD님께 보내면 단신 작업은 끝이 납니다. (9시 출근해서 3시에 단신을 마칠 때도 있답니다 ㅡㅡ) 단신을 마치고 남은 시간에는 제게 주어진 과제인 방송 만들기에 주력합니다.
녹음한 후 편집까지 마치면 오늘의 단신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 |
#남한과 북한을 이어주는 ‘라디오 남북친구’
열린북한방송 사무실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라디오 남북친구’라는 것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열린북한방송에서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남북친구'란, 북한에 정보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다양한 주제의 10분 분량 MP3파일 5개를 열린북한방송의 지원으로 직접 제작하여 북한에 내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30명의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라디오 남북친구' 5기가 방송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 기수 선발에 경쟁률도 높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라디오 남북친구'의 참여자는 일반 모집 과정과 대학 연계 과정을 통해 선발됩니다. 열린북한방송은 '라디오 남북친구'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에게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교육 뿐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 녹음 과정, 편집 과정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을 제공하며, 녹음 장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라디오 남북친구'의 참여자들이 직접 음원을 제작해 오면 열린북한방송의 담당 PD들이 편집을 한 뒤에 완성된 음원을 열린북한방송의 주파수를 통해서 북한에 내보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라디오남북친구를 담당하는 000PD님은, “'라디오 남북친구'는 일종의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프로그램’이에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시청자·청취자 참여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국내 방송에서 일반 시민들이 tv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서 다른 시청자·청취자와 공유하듯이, '라디오 남북친구' 역시 남한의 일반 대학생이나 시민 분들이 북한의 청취자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북한에 방송하는 거죠.
일단 '라디오 남북친구'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방송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비해서 다룰 수 있는 소재나 내용 등의 측면에서 기본적인 제약이 다소 있습니다.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내용도 주로 북한과 연관성 있는 내용을 다루도록 합니다. 현재까지 방송되어 온 프로그램이나 제작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는 우리말과 북한말의 차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남한에 여행할 수 있는 명승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탈북자 남성과 한국 여성이 연애하면서 생기는 모습을 그리는 라디오 드라마 등이 있습니다.“라고 소개해주었습니다.
0PD님은 또한 “얼마 전 통일연구원에서 한국의 일반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관심없다”는 응답이 50%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통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30% 가까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것을 보면서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근데 사실은 이 소식을 국내 언론이 아니라 일본 신문에서 접한 거였거든요. 우리가 통일에 대해 관심 없다는 사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까지 알려진다는 게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저희가 '라디오 남북친구'라는 사업을 하면서 북한 사회에 대한 관심 또는 민족적 동질성 등을 참여자로 하여금 직접 방송을 제작하면서 스스로 느끼게 하고, ‘통일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우리들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구나’ 그러한 인식이나 공감대를 우리 사회에 좀 더 확산시키는 것 역시 '라디오 남북친구'에 있어서 중요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남북을 잇는 무지개 전파, '라디오 남북친구'
# 본격 인터뷰 - 한광희 국장님과 북한 출신의 오택연(가명) PD님
열린북한방송의 한광희 국장님이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주신 덕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국장님은 먼저 열린북한방송의 설립 취지와 성격을 소개해주셨어요.
“대북 라디오방송은 2005년 이전에는 정부가 관여하거나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주(主)였습니다. 2005년도 열린북한방송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민간 NGO가 그것들(대북방송)을 담당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따라서 민간대북방송이라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고요.
민간대북방송의 의의가 또 하나 있는데, 대북 방송을 할 때 2005년 이전에는 정부가 하다 보니 내용 중에 이념적 논쟁이 많았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도 대남방송을 합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주로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이 어떤지’, ‘자기 사회가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북방송도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지’ ‘어떻게 좋은지’ ‘물질이 얼마나 풍요한지’이런 얘기를 해 왔거든요. ‘그러니까 남한으로 내려 와라’, 이런 식으로요. 이전에 이러한 이념적 수단으로서의 방송이 있었다면, 민간대북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방송 그 자체의 역할을 찾자’고 생각했고 그것이 열린북한방송의 취지입니다.
우리는 더 ‘저널리즘적으로’, 북한의 소식을 전하기는 하지만 ‘남한으로 내려와라’, ‘이념이 어떠하다’ 이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있는 사실, 팩트(Fact)를 전달해주고자 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보도 원칙을 세워 놓기 때문에 저희가 쓰는 기사 중에서는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북한 주민들이 들었을 때 굉장히 유용한 것들, ‘대북 정책이 어떻게 되고 있으며, 북한이 세계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등이 주 보도입니다. 이것 외에 단신은 보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다양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열린북한방송의 한광희 국장님
대북방송국인 열린북한방송에는 실제로 북한이탈주민인 분들도 있습니다. 방송 제작 곳곳에 투입되어 북한 주민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북한 주민들이 잘 아는 어휘로 바꾸는 등 역할을 톡톡히 하십니다. 북한이탈주민인 오택연(가명) PD님과 짧은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기사도 잘 쓰시고 방송 제작도 잘 하시는 다재다능한 분이라며 윤정 언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 분이세요. 한국에 오신 지는 10년이 다 되어가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셨다고 해요. 방송 제작 뿐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오 PD님. 좀 더 큰 방송국이나 통일부 등의 정부 부처에서라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왜 다른 곳이 아닌 열린북한방송에서 일하시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열린북한방송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가 제가 직접 쓰고 직접 녹음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목소리가 직접 북한에 나간다는 것입니다. 정부 부처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건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북한이 변화되기를 바라면서 북한이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만든 방송이 북한 주민들의 귀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 거죠.”
오 PD님은 대학 졸업 후 열린북한방송에서 방송 일을 할지, 하나원에서 인턴으로 일할지 고민하다가 열린북한방송으로 오셨다고 해요.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몰라도, 계속 북한에 관련한 일을 할 것은 분명하다고 하셨어요.
“고향(북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변화에 제가 하는 행동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는 거죠. 그런 생각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또 북한이 제 고향이다 보니까, (북한이) 지금처럼 가끔씩 무시도 받고 가끔씩 ‘왜 그럴까’라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그럴 때마다 많이 안타깝죠.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제가 이 일을 하는 동력이 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북한 사람’ 하면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민간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네요.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우리의 목소리만으로도 직접 그들에게 말을 걸 수 있군요. 사실 열린북한방송의 사무실 환경이나 장비는 조금 조촐하고 열악하지만, 방송을 만들고 기사를 수집하는 분들의 열정만큼은 너무나 뜨겁게 느껴졌어요. 다소 좁은 사무실에 다닥다닥 붙어서도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남다른 열정과 신념을 접할 수 있어서 정말 뜻 깊은 기회였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열린북한방송' 탐구를 보면서 관심이 조금은 생기셨나요? ^.^ 일반인으로서도 대북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취재. 오윤정 기자 (amelie_love@hanmail.net)
김지애 기자 (jiae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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