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수학 정석이 있을까?
‘정석’의 맨 앞페이지 ‘집합’ 부분만 까맣게 되도록 공부한 학창시절,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추억거리다. 그렇다면 북한에도 ‘정석’이나 ‘개념원리’ 같이 ‘수학의 성경(bible)’으로 불리는 책이 있을까? 북한 수학 교과서에도 ‘집합’과정이 있을까? 북한 친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은 ‘인수분해’일지 ‘함수’일지도 궁금하다. ‘사인, 코사인, 탄젠트’를 북한 친구들도 똑같이 사용하는지 아닌지.. 북한 수학 과정에 대한 의문은 끝이 없다!
대학 새내기가 17살! 북한의 4-6-4 학제
북한의 수학(數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학제를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학제는 남한과 매우 다르다. 남한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3년’ 후 ‘전문대학 2년, 대학교 4년’의 순인데 반해, 북한은 ‘인민학교 4년, 고등중학교 6년, 대학 4~7년’으로 학제가 구성되어 있다. 대학생이라고 해서 남한 친구들처럼 스무살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높은 학업 과정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기준이 남한과 다르기 때문이다. 밑의 표를 보며 북한의 학제를 더 쉽게 이해해보자.
통일되면 ‘지수와 로그’ 함께 공부해요
북한 수학 과정의 단원은 남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학업의 시작인 초등학교와 인민학교의 수학과정을 영역별로 대응해보도록 하자.
이어 북한의 고등중학교와 남한의 중학교 고등학교 단원을 비교해본다. 고등중학교의 5학년의 과정만 보더라도, 북한과 남한의 수학과정이 비슷함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북한과 남한 한 측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단원도 있다. 남한에서는 ‘부정적분’을 먼저 배우고 ‘정적분’을 다루는데 반해, 북한에서는 처음부터 ‘정적분’을 다루며 ‘부정적분’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거꿀삼각함수’나 ‘평행6면체’와 같은 단원은 남한 교과서에서는 설명돼 있지 않다.
남북한의 수학과정을 단계형과 집중형이라고 본다. 남한은 단계형으로, 한 주제를 여러 학년으로 나누어서 기초부터 점차 심화되게 가르친다. 북한은 집중형으로 한 학년에서 기초부터 모두 가르친다. 둘 중 어떤 방법으로 배우는 것이 더 쉬울까? 아마도, ‘공부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통일 후에 수학을 배우는 과정을 ‘남한형’, ‘북한형’으로 나누어 놓고, 학생들이 자신의 공부방법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갈아넣기법? 안같기식?!
고등중학교 수학과정 비교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 남한과 북한의 수학용어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문제를 절대 풀지 말고 해석만 해보자.
“더덜기법이나 갈아넣기법을 사용하여 세평방 정리를 증명한다음,
x와 y의 값이 거꿀비례하며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라프로 나타내시오.”
무슨 말인지 한 눈에 안다면, 새터민이거나 문화어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해석한 내용은 ‘가감법이나 대입법을 사용하여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한다음, x와 y의 값이 반비례하며 수렴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프로 나타내시오’ 이다.
북한이 남한보다 수학용어에 있어서 한글화가 더 진척된 상태임은 분명하다. 예를 들면, ‘지수’는 ‘어깨수’로, ‘집합’을 ‘모임’으로, ‘예각’을 뾰족각‘으로, ’둔각‘을 ’무딘각‘으로, ’소수‘를 ’씨수‘로, ’부등식‘을 ’안같기식‘ 등으로 나타낸다. 또한 다른 체제를 겪은 탓에 러시아어가 반영된 ’플루스(+)‘, ’미누스(-)‘, ’시누스와 코시누스, 탕겐스(사인, 코사인, 탄젠트)‘, ’제형(사다리꼴)‘, ’옹근수(정수)‘ 등의 용어가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석? 북한에는 교과서도 모자란다!
표현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남한과 거의 다를 것 없는 북한 수학 과정. 그러나 교육받는 모습은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문제집과 교과서를 출판사별로 골라서 살 수 있다. 남한 친구들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기회가 북한 친구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자원부족 등의 이유로 고학년이 쓰던 책을 물려받는다는 것. 두 명이 한 권을 보는 광경도 종종 목격되며 그나마도 책도둑 때문에 책 없이 수업을 받기도 한단다. 아직 교육열이 높지 않은 북한의 정황과 맞물려, 선생님이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교과서를 가장 먼저 챙겨준다는 사실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교과서가 부족한 상황, 문제집은 기대할 수도 없다. 시험기간에는 선생님들이 뽑아준 예상문제가 문제집을 대신하지만, 양이 많은 사상관련 과목들에 한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학, 물리, 화학과 같은 과목은 시험범위 모두 공부해야 한다는 것. 시험기간에는 북한도 예외가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에서는 수학, 물리 등의 과목보다 사상관련 과목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까지 마쳤다는 한 새터민은 "수학은 북한 친구들에게도 역시 어려운 과목(웃음)“이라며 북한 친구들의 수업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북한 친구들과 한 책상에 모여앉아 머리맡대고 수학 문제를 고민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땐 북한 친구들과 함께 정석의 맨 앞 단원, ‘집합’ 부분을 새까맣게 만들어야지.
통일부 정책협력과 한소라
<참고자료>
「수학교과서 비교분석」,전교조전국수학교사회
「남한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의 눈으로 본 북한의 수학교과서」, 최수일 외 12명, 전교조전국수학교사회
연합뉴스 사진 자료
'통통 베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의 천연미용법 '아기오줌 마사지' (1) | 2009.01.30 |
---|---|
남북청소년공동제작 새터민 휴대폰 사용설명서 등장! (0) | 2009.01.24 |
남한 최북단, 임진각을 가다 (0) | 2009.01.22 |
남북 합작 만화, 그게 뭔데? (0) | 2009.01.21 |
북한에서도 겨울에 김장을 할까? (0) | 2009.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