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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웃음 가득한 언어교정현장! 북한이탈주민 스피치교육 현장을 소개합니다.

"새로 앨범을 발매한 신..씅훈 씨는..재..주와 힙합 등.."

매주 토요일, 남북하나재단 소강당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스피치 교육이 한창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면서 상당부분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언어'인데요, 남북의 언어가 달라서 어려운 것도 있지만 발음, 억양, 외래어, 줄임말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돕고자 남북하나재단에서는 스피치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10시부터 진행되는 스피치 교육은 매번 새로운 대본을 가지고 발음 및 억양 연습을 한 뒤, 자주 쓰는 외래어, 줄임말 등을 배우는데요. 스피치 교육기관인 '아나운서 주식회사'에서 직접 하나하나 지도해주기 때문에 부산과 대구에서 매주 오시는 분이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높습니다.

보통, 매 주 20여명의 분들이 와서 교육을 듣고 계시는데요. 제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비가 와서 그런지 8분이 수업을 듣고 계셨습니다.

▲ 열심히 연습하는 북한이탈주민분

오늘의 대본은 연예가중계의 대본인데요. 가수 신승훈씨의 새로운 앨범발매에 관한 대본이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이 'ㅅ, ㅈ' 부분이기 때문에 'ㅅ'많이 들어가는 대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안아라 아나운서의 지도아래 다 같이 소리 내어 읽고 연습을 한 뒤, 한 분씩 앞에 나와 대본을 읽습니다. 이 모습을 캠코더에 담아 다 같이 보면서, 스스로 어떤 억양과 발음이 어색한지를 찾아 다시 연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생활 속 빈번한 외래어

억양과 발음을 약 두 시간정도 연습한 뒤 남한에서 자주 쓰는 외래어를 배웠습니다. 외래어도 사회 / 음식 / 일상 / 의류 등등 상황별로 나누어 교육을 진행했는데요, 사회에서는 '게이트, 글램핑, 골든타임, 골드미스'등이 있었고, 음식에서는 '에스프레소, 캬라멜 마끼아또, 아보카토', 의류에서는 '드레스코드, 마후라'등이 있었습니다.

저도 같이 앉아서 교육을 들었는데요, 생각보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남한에 와서, 외래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김순애씨는 "저는 음식점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손님이 대리운전을 불러달라고 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리운전 기사가  조금 늦게 오자 손님이 아가씨, 왜 이렇게 안와 '캔슬'됐어? 라고 물었는데 '캔슬'이라는 단어를 몰라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바로 '커피이름'이었는데요, 하도 종류가 많은데다가 발음까지 어려워서 여지까지 '아메리카노'만 시켰다는 분도 계셔 웃음을 주었습니다.

▲ 열심히 교육받는 학생들

▲ 극동방송국

 

 

계속된 수업에도, 전혀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연습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는 모습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해드리기 위해 안아라 아나운서와 김철씨를 극동방송 라디오에 모셨습니다.   

매주 수요일 한시부터 진행되는 '통일대한민국을 꿈꾸며' 코너에 함께 했는데요. 김철씨는 생전 처음 방송국에서 라디오를 해보는 것에 신기함과 어색함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스피치를 배우는 학생이면서, 야간에는 학원에서 전기부분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낮엔 직장인으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바쁘게 사시는 분이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저도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오후 한시가 되고, 생방송 라디오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스피치 강의를 해주시는 안아라 아나운서와 수업에 참여하시는 탈북민 김철씨를 모셨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아라 : 안녕하세요? 예전에 아나운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제가 가지고 있는 말의 기술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안아라 입니다.

김 철 : 안녕하세요? 김철입니다. 저는 현재 전기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야간에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철 선생님은 어떻게 스피치교육에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

김 철 : 제가 학원에서 강의를 하다보니까 사투리 때문에 수강생들하고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사투리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안아라 아나운서께서는 어떤 계기로 교육을 하게 되셨나요? >

안아라 : 저는 아나운서주식회사라는 곳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남북하나재단과 연계가 되어 스피치교육에 대한 제의가 들어와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친소리로 발음을 하셨기 때문에 부드럽게 말하는 부분을 어려워하시는데요, 자음에서는 'ㅅ, ㅈ', 모음에서는 'ㅓ'를 어려워하시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특히 신경 써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음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요? >

김 철 : 북한사회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경직된 사회이기 때문에 언어부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남북의 언어가 많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언제이신가요? >

김 철 : 음.. 아무래도 외래어 부분입니다. 제가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 하더라구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찾아보며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취재를 해주신 유기자님은 아는 탈북대학생들도 많을 텐데, 대학생들도 언어에 많은 격차를 느끼나요? >

유재은 :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대화를 하다보면, 사실 언어의 격차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르는 단어나 문장을 구사하더라도 대화의 흐름에 따라 충분히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무래도 2-30대 청년들이 외래어와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탈북대학생들은 자주 접하면서 쉽게 익히는 것 같습니다.

 

<김철선생님은 스피치 교육을 받아보시니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김 철 : 저는 회사생활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다보니 돈을 주고서라도 스피치교육을 받으려고 했는데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교육을 받다보니 제가 어느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이러한 부분을 기억해놓으면 아무래도 더 빨리 자연스러운 언어구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식 억양과 사투리를 고치고 우리언어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 철 : 사투리를 쓴다고, 그 사람을 사투리로 평가하지 말고 능력이나 기술을 바탕으로 평가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아라 아나운서도 많은 보람을 느끼실 텐데, 어떠신가요? >

안아라 :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감사하게 교육하고 있구요, 스피치교육을 듣고 나니까 다니는 교회나 모임에서 스피치를 많이 시켜서 기쁘다고 하시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재은 기자가 스피치교육 현장을 다녀왔는데 같은 말인데도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 애쓰는 탈북민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유재은 : 처음엔 남한에 오시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으셨을 텐데, 남한에 와서도 억양이나 말을 다시 배워야하니 힘드시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한편으로는 저희도 지방에서 오면 원활한 대화를 위해 사투리를 표준어로 많이 고치잖아요? 이러한 부분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허박사님 말씀처럼 무조건 표준어에 맞추라는 강요와 압박을 사회에서 주기보다, 북한식 억양과 말투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진다면 탈북민분들이 배우시더라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배우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 즐거웠던 라디오 - 단체사진

이날 안아라 아나운서와 김철씨의 재미있는 입담으로 라디오가 즐겁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교육현장을 보고, 또 라디오에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보통 말투에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북한식 억양과 말투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탈북민 분들이 남한에 정착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시겠지만, 남북하나재단의 교육지원 및 기타 남한사회의 도움으로 잘 정착하시길 바라면서, 이번 기사 마무리 하겠습니다.

라디오를 다시 듣고 싶으신 분들은 (http://seoul.febc.net/index.php?mid=radio01&branch_cd=001&search_day=20151111) 링크에 접속하시면 '통일대한민국을 꿈꾸며'를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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