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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모나코에서 열린 '피스&스포츠' 포럼 현장에서 스포츠를 통한 남북화합의 길을 밝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찾아온 기회, '피스&스포츠' 모나코 포럼에 참가하다! 

 "이준호 매니저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네요?"

 지난 10월, 유럽 출장 일정을 조정하던 현 인턴 근무 중인 곳 대표님이 자신의 일정 중 일부를 함께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 일정은 제8회 '피스&스포츠(Peace and Sport)' 포럼에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체를 위해 특별한 성과를 낸 것도 아닌 비정규직 사원으로서 이러한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놀라웠고, 전공인 스포츠와 관련한 해외 포럼에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피스&스포츠' 포럼은 매년 개최되는 국제스포츠 포럼으로 올해는 <Endangered Peace: How can sport help?>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Grimaldi Forum)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추모하는 'Peace Walk' 행진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총 3일 동안 'Sports as a change maker'등 5개의 세션과 'Tool boxes for best practices' 등 3개의 워크숍, 참가자들 간의 네트워킹 행사 등이 차례로 열렸습니다.

 "파리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조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이번 포럼에 참여합니다."며 기조연설을 시작한 피스&스포츠 재단 설립자 조엘(Joel)은 "그럼에도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합니다. 그리고 스포츠는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위해 가장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며 본격적인 포럼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테러를 추모하며 진행된 'Peace Walk'.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White card'는 평화를 상징한다.(사진 출처: 피스&스포츠 공식 홈페이지)

파리에서의 테러를 애도하며 시작된 재단 설립자 조엘(Joel)의 기조 연설

세계 여성 스포츠 참여율에 대해 설명하는 세션의 한 장면.

  광복 70주년 기념, 총 70명에게 남북체육교류를 위한 서명을 받다.

'나는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하여 전문성과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어진 시간들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스포츠를 통한 평화에 기여하고자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계자들의 자리에 대학생 신분으로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출국 한 달 전부터 이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총 70명의 관계자들에게 남북체육교류를 응원하는 서명과 메시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국 2주전 총 70쪽 분량의 자료집을 만들었고, 올 여름 근무했던 남북체육교류협회의 명함 100장을 준비했습니다. 이 자료집과 명함은 인천공항 출발 이후 파리를 경유하여 모나코에 도착할 때까지 손가방에 넣고 수차례 확인했습니다. 혹여 여권을 분실하더라도 자료집과 명함은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점검했습니다.

 11월 25일 오후 6시, 드디어 본격적인 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계획한 것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습니다. 첫 번째 서명을 누구에게 받으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자원봉사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온전히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포럼을 돕고 있는 그들에게 주최 측 일원으로서의 주체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70명 서명을 향한 첫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습니다.   

남북체육교류 첫 서명집을 장식한 주인공들. Sarah(가장 오른쪽)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팔레스타인과의 체육교류에 관심이 있다며 호감을 표현했다.

 귀국 일정으로 포럼 3일차 프로그램 참여가 어려웠기 때문에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이었습니다.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자리 이동이 불가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목표 인원인 70명에게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포함한 비공식적인 시간, 주최 측에서 준비한 네트워킹 시간, 각종 자투리 시간 등을 온전히 투자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포럼 첫 날 총 16명의 참가자들에게 서명을 받았습니다.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한 사람들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당신의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동티모르 출신으로 레소토 공화국 스포츠 관광청(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에서 근무한다던 Mothala씨.

미국 배우 출신으로 파리 FDM TV에서 근무하는 Jessica씨. 기념촬영 때 너무 붙어서 심쿵하던 장면. ^^

남수단 출신으로 Senior Answer의 뉴욕지부에서 근무하는 Djibril씨.

국제축구연맹 FIFA에서 근무하는 Gagg씨의 서명 장면.

 이튿날, 더 많은 참가자들에게 서명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왔습니다.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 잠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 식사를 거의 마친 사람 등 가리지 않고 서명집을 들고 다가갔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갈수록 불안한 마음이 커졌지만 '계획한 일은 시비하지 않고 일단 해본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서명집 한 장 한 장을 채워나갔습니다. 그리하여 저녁 만찬과 시상식 일정이 시작된 오후 9시쯤 총 69명의 포럼 참가자들에게 서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 '미녀새' 이신바예바(Isinbayeva)도 있었습니다.

남북체육교류를 위해 69번째로 서명을 한 '미녀새' 이신바예바(Isinbayeva).

 이제 마지막 70번째 서명지를 완성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첫 서명 때와 마찬가지로 의미있는 참가자를 찾다가 포럼에 함께 참석한 체육인재육성재단 (NEST) 7명의 한국인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남북체육교류를 위한 마지막 서명을 한국인들에게 받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우생순'의 주역 오성옥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한국 여자핸드볼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 획득) 전 선수와 송성태 (남자필드하키 국가대표 출신) 전 선수 등이 포함된 그들 모두로부터 서명을 받으며 대망의 70번째 서명지를 완성하였습니다.  

남북체육교류를 응원하는 76명의 마음

 서명을 한 참가자들의 국적은 포럼이 열린 모나코를 포함하여 남수단, 카타르, 우크라이나, 독일, 터키, 러시아 등 다양했으며 그들의 소속 또한 정부 관계자, UN 및 FIFA 등의 국제기구, 올림픽 참가 출신 프로선수, NGO 단체장 등 다양했습니다. 그들 중 몇몇은 "내 아들이 서울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한 때 김운용 전 IOC 위원 (현 대한태권도협회 명예회장)과 일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은 내가 알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가장 도시적이며 편리한 곳 중 하나다."며 저를 격려하기도 하였습니다.  

 먼저 귀국길에 오른 대표님 때문에 모나코에서의 마지막 밤을 혼자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배경도, 전문성도 없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 남북체육교류를 위해 서명과 메시지를 작성한 76명의 참가자들과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갖게 해준 대표님에 대한 감사함에 들뜬 마음을 쉽게 가라앉힐 수 없었습니다.

  Be strong.

 파리에서의 경유 일정을 마치고 인천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서명집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 때, 54번째 서명지에서 가슴에 꽂히는 문장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Be strong". 아시아 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스포츠 참여기회를 주고 있는 단체 'Sportunity (Sport+Opportunity)' 소속 룩셈부르크 출신의 이리나(Irina)씨가 작성한 문장이었습니다. 남북체육교류가 스포츠의 관점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강해져야 한다."는 그 문장이 가슴 속에 절절히 와닿았습니다.

 이윽고 기내의 모든 불빛이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며칠 간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불현듯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남북체육교류의 길을 갈 때마다 큰 힘이 되어 줄 76명의 마음이 담긴 이 서명집을 손에 꼭 쥔 채 깊은 잠을 청했습니다.  

아래 메시지 상자 네 번째 줄에 쓰여 있는 "Be 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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