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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집에서 만드는 북한요리5]찬바람이 불면 그리운 음식 ‘녹두지짐(빈대떡)

집에서 만드는 북한요리 5 

찬바람이 불면 그리운 음식  녹두지짐(빈대떡)

  

옛날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 한쪽에 커다란 드럼통을 잘라 장작을 피우고 솥뚜껑을 뒤집어 얹고 하얀 돼지기름으로 길들일 때면. ‘치치직’ 소리와 함께 퍼지는 돼지기름 냄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려 세우기에 충분했으며, 뒤 따라 들려오는 ‘촥’하며 반죽을 떠 놓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홀리듯 빈대떡장수 앞에가 앉게 만들었다.

한손으로는 빈대떡을 부치고 한손으로는 맷돌을 돌리는 빈대떡 장수는 어린 나이의 나에게는 마치 요술사처럼 보였다. 노란 녹두반죽에 송송 썰은 김치와 큼직하게 썰은 돼지고기, 고사리, 숙주나물 등을 올려 두툼하게 지진 녹두지짐은 보고만 있어도 절로 입에 침이고였다. 노릇하게 지진 녹두지짐을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녹두와 갖은 재료의 조화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빈대떡을 기름에 부치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와 같아서 비오는날 더 그립기도 하다.

녹두지짐은 이북의 평안도지방 명물음식 중의 하나로, 옛날 서울의 녹두지짐에 비하면 그 크기가 3배나 되고 두께도 2배나 되었다. 녹두지짐은 본래 제사상이나 교잣상에 기름에 지진 고기를 고배(高排)로 괼 때 밑받침용으로 사용된 음식이었는데, 고기지짐에서 맛있는 기름이 스며들어 녹두지짐의 맛이 독특하여 차츰차츰 하나의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빈대떡으로 불리우는 녹두지짐은 어느새 김치, 불고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서민을 대표하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될 정도로 그 맛이 독특하고 영양이 뛰어난 음식이다.

빈대떡은 이름과는 달리 떡이 아닌 기름에 지져 먹는 전(煎)의 일종으로 빈대떡이라 불리우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첫 번째는「명물기략(名物紀略, 1870년경)」에 ‘중국의 밀가루떡인 ’알병(餲餠)‘의 ’알(餲)‘자는 기름에 튀긴 음식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빈대‘를 가르키는 ’蝎(전갈 갈)‘자로 잘못 알려져 빈대떡이 되었다.’ 고 하며, 두 번째는 정동의 옛 이름이 빈대가 많다고 하여 ‘빈대골’이라 하였는데, 이곳에는 녹두지짐 장수가 많다고 하여 그 이름을 빈대떡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세번째는 어학서인 『역어유해(譯語類解), 1690』에 중국말인 ‘병자(餠者)’에서 비롯되어 ‘빈자’가 되었다고 한다. 네 번째로는 옛날 녹두가 귀한 시절에 손님 대접을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 내놨던 손님접대용 음식이란 뜻의 '빈대(賓待)떡'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그밖에 설로는 흉년이 들었을 때나 곤궁한 사람들이 거리에 넘칠 때 서울의 부자들이 큼지막하고 둥글넓적한 떡을 만들어 빈자(貧者)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며, 빈대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빈대떡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이와 같이 빈대떡에 얽힌 유래야 어찌 되었든 빈대떡은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면 더욱 생각나는 음식으로, 노릇로릇 지진 빈대떡과 막걸리 한잔으로 오랜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선조들의 여유를 즐겨보시길 권해본다.

 

 

  

  

 

 

 

   녹두지짐(빈대떡) 만들기

 

 [재료 및 분량]

 

거피녹두 90g(½컵), 물 110g, 소금 1g(¼작은술)

배추김치 40g, 린 고사리 20g, 다진 돼지고기 30g

양념장 : 간장 3g(½작은술), 다진 파 4.5g(1작은술), 진 마늘 2.8g(½작은술), 춧가루 0.1g, 참기름 2g(½작은술)

숙주 50g, 숙주양념 : 소금 0.5g(⅛작은술), 참기름 2g(½작은술)

청고추 5g(⅓개), 홍고추 5g(¼개), 식용유 26g(2큰술)

초간장 : 간장 18g(1큰술), 식초 15g(1큰술), 물 15g(1큰술), 잣가루 2g(1작은술)

 

 

[만드는 법]

 

1. 거피녹두는 물에 불려서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일어서 물기를 뺀 다음 믹서에 녹두와 물을 붓고 갈아서, 소금을 넣고 녹두반죽을 만든다.

 

2. 배추김치는 속을 털고 김칫국물을 짜서, 길이․폭 1㎝ 정도로 썬다.

 

3. 불린 고사리는 다듬어 씻어서 길이 2㎝ 정도로 썰고, 다진 돼지고기와 함께 양념장을 넣고 양념한다. 숙주는 다듬어서 데친 다음 길이 2cm 정도로 썰어서 숙주양념으로 양념한다.

 

 

4. 청 ․ 홍고추는 씻어서 길이 1㎝, 두께 0.2㎝ 정도로 어슷 썬다.

 

5. 배추김치에 고사리, 돼지고기, 숙주를 한데 넣고 섞어서 빈대떡 소를 만든다.

 

 

 

6.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녹두반죽을 한수저 떠 놓고 둥글게 만든 다음 가운데에 빈대떡 소를 얹는다.

 

 

 7. 그 위에 녹두반죽을 떠서 덮고, 청ㆍ홍고추를 올려서, 중불에서 앞․뒷면을 노릇하게 지진다. 초간장과 함게 낸다.

 

 

 

 

 

[TIP]

․ 녹두를 갈 때 멥쌀이나 찹쌀을 넣기도 하며, 모든 재료를 함께 넣고 섞어서 지지기도 한다.


 

 

[필자소개]

윤숙자 교수는 대한민국의 요리 연구가이자 대학교수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 석사과정과 단국대학교 식품영양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 부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겸 식품조리학과 교수을 맡고 있다. 또한 떡.부엌살림 박물관의 소장이다.

<주요저서>

  • <우리의 부엌살림> (1997년) (삶과 꿈)
  • <한국전통음식> (1998) (지구문화사)
  • <한국의 시절음식(時節飮食)> (2000년) (지구문화사)
  • <쪽빛마을 한과> (2002년) (질시루)
  • <떡이 있는 풍경> (2003년) (질시루)
  • <굿모닝 김치> (2003년) (질시루)
  • <아름다운 혼례음식> (2006) (질시루)
  • <한국의 떡 한과 음청류> (2006) (지구문화사)
  • <아름다운 우리 술>(2007) (질시루)
  • <윤숙자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음식 기초조리> (2007) (지구문화사)
  • <알고 먹으면 좋은 우리 식재료 Q&A> (2008) (지구문화사) - 최봉순, 최은희와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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