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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 대학의 '철학과'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4기 홍지윤 기자입니다. 저는 서울시립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경제적 효율성 등을 가장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다소 인기가 없는 학문이기 때문에 당장 우리나라 대학교 철학과에서도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역시 철학과에 입학하기 이전에는 '철학'이 무엇인지, 그것을 전공하면 대체 무엇을 배우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제가 철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우스갯소리고 '철학과를 졸업하면 돗자리 펴고 점 보는 것을 배우는 것이냐' 등의 장난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철학관'이라는 곳과 혼동하여, 단순히 철학을 전공하면 사주보는 법을 배운다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도 그렇게 알고 계셨던 분들도 있으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점이나 사주를 보는 것에 관한 것은 전혀 배우지 않습니다. '철학'은 영어로 Philosophy 즉, '지혜'를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이든 대단한 것이든 끊임없이 하게 되는 생각, 그 생각에 관한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너무 포괄적인 정의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철학은 그냥 말 그대로 우리 삶속에 있는, 끊임없는 생각을 통해 얻어 낸 지혜에 대해 공부하는 우리 생활속의 학문이자 필수적인 학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갑자기 저의 전공인 '철학'에 대해 말을 꺼낸 이유는, 오늘 기사 주제 때문인데요. 북한에 있는 여러 전공들 중 제 전공과도 같은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 위해서 입니다.^^ 저 역시 '철학'에 대해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써 이 주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남한의 대학교의 철학과에 대해 살펴보면, 전국 4년제 대학 중 55곳에 철학과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학교에서는 철학과가 영문학과, 국문학과 등의 어문계열, 그리고 역사와 관련된 학과들 함께 '인문학부'내에 단일 과로 개설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논리학, 윤리학, 인식론, 미학 등의 과목을 서양, 동양으로 나누어 배우며 과거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생각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그것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 삶에서 조금 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웁니다. 과거 유명한 철학자들의 말을 일방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윤리학, 논리학, 철학통론, 인식론, 철학원서강독, 시민사회의 철학, 환경 기술의 철학, 미와 예술의 철학, 언어철학, 중국철학사, 서양 사상의 원천, 논리철학, 인간과 문화, 유가철학, 불교철학, 형이상학 등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전공 과목 ( 출처: 서울시립대 철학과 홈페이지 )

 

 

 


 그렇다면, 북한의 대학교의 철학과는 어떤 형태로 개설되어 있을까요? 우선, 북한에는 남한만큼 종합대학의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북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학인 '김일성 종합대학'의 경우를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의 종합대학은 대부분 '학부' 체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남한과 조금 다른점은, *'철학'이라는 학문이 인문학부, 혹은 사회, 역사, 철학부에 속한 하나의 작은 과가 아니라, '철학부'라는 독립적인 학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북한에선 남한에 비해 기초학문이자 필수 학문인 '철학'에 더 많은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그 학문을 배우는 배경이 되는 국가가 '북한'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에는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분야가 따로 없기도 합니다. 흔히 남한에서 인문학이라고 하는 문학이나 역사도 '사회과학' 영역에 편재됩니다. 북한에서 사회과학은 '사회주의 실현의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철학부-김일성주의로작학과, 주체 사상학과, 주체 철학과, 철학 사학과

          김일성 종합대학 철학부 학과 안내 ( 출처: 네이버 블로그-탈북청년,한반도 엿보기 참조 )

 

 

 김일성 종합대학의 철학부의 개설 학과들을 보면, 대부분이 '주체 사상'과 관련있는 학문에 대해 공부하는 학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김일성주의로작학과', 이름도 참 생소하죠?^^;  저도 저런 학과가 있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김일성의 삶, 그의 철학을 세뇌 시키는(?) 그런 학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더욱 논리적으로 발전시키고 지혜를 배워가야 할 철학과에서, 주체 사상을 주입하여 어떠한 개인, 소수의 철학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철학을 공부 한 학생들이, 과연 논리적이고 합리적, 비판적인 생각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이런 환경은 철학을 공부하는 진정한 목적인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상을 주입시켜 개인의 비판적 사고능력을 퇴행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북한에서 '철학'이라는 학문을 배우고 공부한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북한의 종합대학에서는, 철학부 이외에도 외국어 학부, 역사학부, 문학 학부등을 독립시켜 놓는 등 남한에서 소위 '기초학문'이라 칭하며 소중히 여기지 않는 분야의 학문들에 중점을 두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기초 학문들의 목적이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의 기초 지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체 사상만을 확고히 하는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철학'은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기초학문임과 동시에 우리 삶에 필수적인 학문입니다. 개인,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서도 '철학'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철학이 개개인의 삶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 세상을 보다 더 지혜롭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철학은 소수의 생각, 독재 정치등을 더욱 확고히 하는 잘못된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북한과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 대한민국만의 독립적인 철학,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철학을 세워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