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떠나는 북한 전통음식 기행

 

  여기저기 앙증맞은 꽃이 피는 봄이오니, ‘고향의 봄’ 노래가 생각납니다. 꽃구경도 좋지만 아름다운 봄이 오면, 고향에서 먹는 산나물과 어머니가 해주시는 된장찌개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고향의 봄'물구나무 그림책, 그림 김동성>

  봄이 왔지만 고향 나들이를 다녀오지 못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생각하며, 북한 음식 기행을 떠나볼까요?

 

<평양냉면과 아바이 순대>

# ‘북한’하면 냉면이지!

‘북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어떤 건가요? 뭐니 뭐니 해도 남한에 제일 많이 알려진 북한음식은 바로 ‘평양냉면’,‘함흥냉면’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유명한 북한의 냉면 맛이 너무 궁금하여, 저는 한 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북한 냉면 맛이 남한에 파는 함흥냉면 같은 맛이에요?”  

그러자 그 지인(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서 먹는 냉면과 남한에서 파는 냉면은 완전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 음식은 남한 음식처럼 맛이 세지 않다’고 말하곤 했는데, 아마도 북한의 냉면은 남한에서 파는 북한식 냉면보다 좀 더 담백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북한학을 공부한 저도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냉면, 아바이 순대 정도입니다. 그만큼 남한과 북한의 음식문화가 단절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한에 ‘잘‘알려진 ‘남한식 북한냉면’ 말고, 북한에는 또 어떤 음식들이 유명할까요?

 

북한은 행정구역 상 황해도(황해남도, 황해북도), 평안도(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도(함경남도, 함경북도), 강원도, 자강도와 양강도로 나누어져있습니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높은 산과 평야가 골고루 발달 되어 있습니다.

 

# 산과 바다가 두루 발달한 평안도

 

<노치(노티)와 가지 김치>

  평안도는 동부에 낭림산맥과 북대봉산맥이 있고, 서부로 가면서 점차 산줄기가 낮아지고 해안이 있는 지형입니다. 평안북도는 약 70%가 산림지역이고, 평안남도는 서해와 큰 강을 끼고 있으며 평야가 발달되어 북한의 중요한 곡창지대입니다.

  평안도 지방은 산간지대와 해안지대가 있어 예부터 먹거리가 다양했다고 합니다. 전통음식은 곡물음식을 가루로 만든 것이 많고, 겨울에 추운 곳이라 육류음식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평안도 음식은 담백하고 상큼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 전통음식으로는 올챙이국수, 노티, 준치자반 등이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평안도 지방의 추석 별미음식인 노티(노치)입니다. 예부터 이 지방에서는 달콤하고 새콤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진 노티를 추석 때 만들어 겨울까지 먹었다고 합니다. 노티는 쌀가루를 삭혀서 만들었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어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의 간식으로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높은 산과 깊은 바다를 가진 함경도

 

<명태순대와 가재미 식해>

 

  함경남도와 함경북도는 동해 연안을 따라 길게 놓여 있는데, 산지가 많고 해발고도가 높은 편입니다. 함경북도는 전체 면적의 90%이상이 산지라서 밭농사를 많이 지으며, 특히 감자 생산량이 높아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많습니다. 함경도는 다른 지방에 비해 춥고, 겨울이 길어 저장할 수 있는 김치와 식혜요리가 발달하였습니다. 또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세계3대 어장인 동해에 인접하여 명태, 청어, 대구, 연어, 삼치 등 생선이 잘 잡혔기 때문에 명태식혜, 가자미식혜, 명태순대 등 생선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합니다.

  함경도 지방의 특색 있는 음식은 바로 ‘명태’를 이용한 요리입니다. 이 지방에서는 명태를 머리, 내장까지 버리지 않고 식혜, 순대, 명란젓 등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데, 명태를 가리켜‘버릴 것이 없어’서 ‘애국태’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 넓은 평야를 가져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도

 

<해주비빔밥과 녹두 농마 국수>

  황해도 지방에는 쌀로 만든 여러 가지 떡과 산나물 반찬, 그리고 서해에서 나는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는 김치밥, 메밥, 녹두 농마국수, 해주 비빔밥 등이 있습니다.

  황해도의 ‘해주비빔밥’은 ‘해주교반’ 혹은 ‘골동반’이라고도 불리는데, 남한의 비빔밥과는 조금 다른 특색이 있습니다. 그것은 밥을 먼저 기름에 살짝 볶고 난 후에, 나물을 넣고 간장에 비벼먹는 다는 점입니다.

  ‘왜 비빔밥에 고추장을 안 넣어 먹느냐’는 저의 질문에 한 북한 친구가 ‘북한에서는 고추장 잘 안 먹는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아마도 탈북 친구들이 ‘남한음식이 맵고, 짜다’고 느끼는 것에는 ‘북한에서 고추장을 잘 안 먹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 남한의 강원도와 참 비슷한 북한의 강원도

 

<감자송편과 메밀 총떡>

 

  강원도의 대부분은 함경도와 비슷하게 산지와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해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고원지대에서는 찰옥수수, 메밀, 감자가 많이 생산되며, 산지에는 산채와 꿀이 많고, 해안에서는 오징어, 명태가 잘 잡힙니다.

  강원도 지방의 전통음식으로는 옥수수나 메밀, 조가 들어간 잡곡밥과 메밀총떡, 강냉이 설기떡, 감자송편 등의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북한 강원도 지방의 전통음식 중 메밀총떡은 남한의 강원도 전통음식인 메밀전병과 같은 것입니다. 아버지 고향에서 먹었던 메밀전병은 ‘꿀맛’이었는데, 북한의 메밀총떡도 맛이 같을지 참 궁금합니다.

 

# 백두산이 있는 내륙 산간지대 자강도와 양강도

 

<볶은 갓김치와 감자엿>

  자강도와 양강도는 바다를 끼지 않은 북부의 높은 산간지대입니다.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감자가 많이 생산되어 전통음식으로 감자농마국수, 감자떡, 감자농마강정 등 감자요리가 많습니다. 또한 옛날부터 배추가 잘 자라지 않아, 대신 갓을 심어 봄과 가을에는 야채로 먹고, 겨울에는 갓으로 김장을 했다고 합니다.

 

 

 

# 최근 북한의 인기 음식은?

<인조고기밥과 펑펑이떡(속도전 떡 혹은 옥수수 가루 떡)>

 

이렇게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진 북한의 주민들은 과거 심각했던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해서 각 지역의 전통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으로 밥보다는 감자나 옥수수로 끼니를 대신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한편, 식량난 속에서 새로운 ‘북한의 음식’이 뜨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팔고 있는 ‘두부밥’, ‘인조고기밥’, ‘옥수수 속도전 떡’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조고기밥’은 ‘사람이 만든 고기’라는 뜻인데,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하는 북한의 주민들이 콩으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피로 만들어서 그 안에 밥을 넣어 만든 것입니다.

 

탈북한 주민들이 가끔 장마당에서 먹었던 인조고기밥과 속도전 떡을 그리워하여, 요즘에는 남한에서도 인조고기 피와 속도전 떡 가루를 팔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먹어보니, 인조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칼로리도 낮은 것이 딱 웰빙음식이었습니다^^

 

 

# 통일 한반도의 음식들을 ‘먹방’할 날을 꿈꾸며..

 

 

 <'고향의 봄'물구나무 그림책, 그림 김동성>

 

                                                                     

  북한의 지형과 전통음식들을 조사해 보니,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휴전선 너머에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이번 주말 저녁은 봄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북한 음식 만들고 먹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 참고자료

 

- 북한의전통음식, 한식아카이브

- 함경도의 지방음식, 북한 지역정보넷

- "북한의 음식 best 5",  KBS TV 프로그램 '밥상의신',

- 양강도 자강도 음식의 특징, 북한의 요리

- 북한의 지역특산 음식, 통일 미래의 꿈 

- '요즘 북한 최고 인기 음식은 바로 이것', 한겨레신문
- 평안도 지방 추석 별미 음식 '평양 노치',  웨이브신문

- 고향의 봄, 물구나무 그림책
- 아바이 순대, 네이버뉴스

- 평양냉면, 옥류관

- 메밀총떡, 문화경제신문

- 감자송편, 뉴스zum

- 인조고기밥, 통일아카데미

- 북한 지도, 다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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