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를 꼽으라면, 1 순위는 단연 야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2014년 프로야구 총 관중 (정규시즌 + 포스트시즌 + 올스타전)은 역대 3번째로 많은 675만 4619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12년(753만3408명), 2011년(715만4441명)에 이은 3번째 관중 기록입니다. 또 한국시리즈 경기는 42게임 연속 매진을 기록했으며, KBS가 중계한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는 전국 시청률 평균 10.4%, 대구에서는 16.5%, 서울도 12.2%를 기록하면서 야구의 어마 무시한 인기를 입증했죠. :)
현 프로야구 소속팀은 9개 팀(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으로써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창원 등을 연고지로 하고 있습니다. 2015년 시즌부터는 수원을 연고지로 한 KT가 합류함으로써 경기에 박진감을 더할 예정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북한에서의 야구 인기는 어떨까요?
남한에서의 야구열풍은 거센 반면, 북한에서의 야구는 그렇지 못합니다. 북한에서 야구는 대중화되지 못해서 축구나 농구 등의 구기 종목에 비해 인기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탈북자는 "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경기는 보지 못했다" 고 말했습니다. 북한방송도 공화국선수권대회 등 체육대회 종목으로 야구가 포함돼 있다는 보도를 하기는 하지만 야구경기 자체를 방영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왜 야구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할까요? 바로 야구는 자본주의에 딱 맞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북한만 그런 것은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개혁개방을 해서 자본주의 길로 들어선지 수십 년이 된 러시아나 중국같은 나라들에서도 아직까지 야구는 비인기 종목입니다.
우선 야구는 북한에서 대중화된 다른 스포츠와 달리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입니다. 우선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전용 야구장이 필요하고, 선수 각 개인마다 야구 방망이, 글러브 등 많은 장비들을 갖추어야 합니다. 만국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의 경우, 운동장과 골대, 공 하나면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야구의 비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은 야구를 자본주의 스포츠라며 배척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북한의 야구 기반시설은 열악한데, 경기장만 해도 평양 청춘거리 구장과 남포 구장 2곳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번째, 북한이 야구가 자본주의 스포츠라 생각하는 이유는 광고들 때문입니다. 야구에서는 한 경기당 공격과 수비가 무려 18번이나 바뀌는데, 이렇게 바뀌는 시간이 1번 당 3~4분 정도 되죠. 이 사이 시간을 중계 방송사에서는 기업 상품 광고를 비롯한 여러 광고들을 내보내는 시간으로 활용합니다. 경기 당 광고를 18번 반복할 수 있으니, 기업들 입장에선 야구는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에 아주 제격인 스포츠인 것이죠. 이는 야구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이념과 달리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야구의 이런 측면에 대해 '돈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스포츠'라고 비판합니다. 한편, 이러한 점은 남한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축구 경기(K리그)에 붙는 광고는 고작 2 천만 원인 반면 야구는 한 달간 10억~15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경기의 광고 수익으로 1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야구를 제쳐두고 그 수익의 50분의 1짜리 축구를 중계할 방송사는 별로 없는 것이죠. 이로 인해 기업들의 광고에 용이한 야구는 모든 케이블 채널에서 매일같이 경기가 생중계되는 반면, K리그 축구 경기의 TV생중계 횟수는 평균 8경기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프로 야구단은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데, 이는 그 자체가 기업 홍보에 돈이 됩니다. 어느 한 팀을 응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모기업에 애정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헬멧, 경기장 등에 자사제품을 광고하는 문구를 붙임으로써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거대 기업들이 야구단을 운영하니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엔 몸값도 어마어마합니다. 이 때문에 야구는 야구를 좋아하는 팬에게서도 많은 비판을 사기도 하죠.
세 번째, 야구 경기가 마무리되려면 보통 3~4시간이 걸린다는 점, 거의 매일 경기를 진행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북한 주민들이 이를 지켜볼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북한에서는 금기시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야구가 2013년 '체육강국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세움으로써 그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도 야구를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조짐을 보이는 것은 '체육강국 건설'이라는 목표에 맞추어 인기 종목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하면서 체육에 대한 관심을 내세워 젊은층의 지지를 다지려는 의도와 체육을 통해 침체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체제결속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3 년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해 9월 남포 야구경기장에서 청년선수권대회의 야구경기를 치른바 있습니다. 지금껏 청년선수권대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회이지만, 축구나 탁구 등 인기 종목들이 보도가 꾸준히 되었던 것에 비해 야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한 북한 주요 매체는 조선중앙통신이 2011년 3∼4월에 치러진 만경대 체육경기대회 야구경기 결과를 보도한 이후로 2년 6개월 동안 야구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야구 경기 결과가 보도가 되었다는 점에서 달라지고 있는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청년선수권대회에 앞서서는 조선중앙통신이 웹사이트에 야구 배트를 든 선수 사진을 게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에서 나타난 야구 선수
한편, 북한에서 사용하는 야구 용어가 남한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었는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부정확한 공(볼), 정확한 공(스트라이크), 실격(아웃), 이중실격(더블플레이),
등블게임(야간경기), 공중볼(플라이볼)현재 북한은 아시아야구연맹(BFA)과 국제야구연맹(IBA)에 가입이 된 상태이고, 국제경기 참가 역시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지금껏 북한 야구팀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약했습니다. 1991년 6월 일본 니가타 ‘환동해국제친선야구대회’에서 이뤄진 남북한 야구의 사상 최초 대결에서 북한은 남한 한양대팀에 16대1, 7회 콜드게임으로 완패했고 1993년 호주 퍼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북한은 남한에 11대0, 7회 콜드게임으로 졌었죠. 그러나 야구에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북한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제 대회에서 단일팀으로 만나 함께 응원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염원합니다 :)
지금까지 서민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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