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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미국의 '북한어린이 복지법안',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저는 앞선 기사에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해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미국은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이 난민으로서 미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인권법 이외에도 북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복지법안을 제정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미국의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은 2012년 9월 미국 하원에서 처리된 '2012 탈북고아 입양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2013년 1월 1일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입니다.

- “수십만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한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어린이와 북한 출신 부 또는 모를 둔 어린이는 이웃 나라에서 무국적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 국무장관은 이 어린이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보호 방안에는 북한 이외 지역에서 사는 어린이들의 가족 상봉이나, 적절성을 수반한 국내외 입양 등을 통한 즉각적인 조처도 포함된다.”

-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공개적·정기적으로 보고할 (보고자를 지정할) 것”에 대한 5가지 보고 항목

① 탈북 어린이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분석
② 탈북 어린이들에게 가족 상봉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
③ 탈북 어린이를 입양하려는 미국인 가정에 예상되는 어려움과 해결 방안
④ 탈북 어린이들의 무국적 상태 문제에 대해 주변국에 해결 촉구
⑤ 한국 정부와 협력해서 탈북 어린이 가족 상봉 등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만들 것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재외 북한 어린이를 위하여 가족 상봉·입양을 추진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미국 국무장관이 재외 북한 어린이의 실태 및 입양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여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해외 탈북 고아나 무국적 어린이에 대하여 특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는 중국으로, 이 법안 또한 중국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이 마련된 배경이 무엇일까요?

현재 중국과 동남아에 있는 많은 수의 탈북자들이 북송 위협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또는 미국행을 위해 떠돌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탈북 고아는 어린 나이에 보호자까지 없어서 참혹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꽃제비 출신인 제3국의 탈북 고아들은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폭력과 인신매매 등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곤 합니다.

☞ 여기서 잠깐, "꽃제비"란?


'떠돌이', '방랑자'란 의미의 북한 속어. 주로 20대 초반 이하의 떠돌이 청소년을 가리키며,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함경북도 지역에서 식량이 부족했을 때에 먹을 것을 구걸하던 아이들을 그 기원으로 본다. 이후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면서 꽃제비들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대량 탈출하였고, 이 때 탈북 고아들이 등장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600명이 넘는 탈북 고아들이 한국에 왔지만,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처럼 탈북 어린이들이 미국 사회에도 들어가게 되면서 미국 또한 이 문제를 자국과 연관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여 북한 어린이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은 의무조항이 없는 추상적인 성격을 띠며, 탈북 아동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탈북 고아를 입양하는 절차 등 구체적 조치는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법안에 대한 후속 장치를 마련하여 법안 시행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미국의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이 지향하는 탈북 어린이 보호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 여론에 역행하여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단속하여 강제로 북송시키는 실정입니다.

수전 솔티▲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북송 청소년 사진을 공개했다.(출처:연합뉴스) 탈북청소년▲ 라오스에서 추방되어 재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2012년 성탄 이브 모습(출처:연합뉴스)

이와 관련하여 한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되었던 북한 청소년들의 소식이 세간을 안타깝게 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이 사례를 언급하면서 열악한 북한인권 실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녀를 비롯하여 여러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탈북고아를 보호·지원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시민연합 회원들이 주한 라오스 대사관 앞에서 탈북 난민의 북한 송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중국 주재 한국 공관을 통한 한국행이 어렵기 때문에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떠도는 탈북 고아들이 증가했으며,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강제 북송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켜 중국에 있는 많은 북한이탈주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탈북 청소년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요?

우리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등을 통해 정착금과 생활비, 주거, 학교생활 지원·상담, 심리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에 대해서는 그룹홈과 대안학교 등 민간 보호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기관에 운영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상 무연고 청소년에 해당하는 이들은 이러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는 현금 지원 중심의 정책은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탈북 고아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립을 돕는 새로운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우리 정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에 북한이탈주민 보호를 위해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은 북한 당국에 이들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어린이가 당면한 열악한 현실에 주목하며 국가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관련 이슈에 이목이 집중되는 지금, 한국 또한 기존의 정착 지원 및 북한이탈주민 보호 제도를 다시 살펴보고 그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