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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2004년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른가

미국 북한인권법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저는 통일부 대학생기자로서 북한인권에 관심이 있는 터라 여태까지 관련 기사들을 종종 소개했습니다.

제가 북한인권에 대해 처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던 계기는 대학생 통일법 연구회에서 북한인권법 강의를 들었던 것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번의 기사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한국은 아직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지 않은 반면, 오히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상태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와 같은 상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북한인권 관련 논의를 접하고 토론하면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의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 Act of 2004)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합니다.

*북한인권법 :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하여 제정한 법률(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제정·공포하였고, 우리나라는 현재 국회에 법안이 계류되어 있는 상태. 


 

1995년의 '북한 대홍수',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다?!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이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5년에 있었던 북한 대홍수라고 합니다. 홍수와 인권법은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미국 북한인권법▲ 미국 북한인권법 입법 배경 및 과정(출처:중앙일보)

북한 대홍수 당시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구호활동 목적으로 북한에 방문한 뒤 북한인권 실상을 알게 되었고, 이를 국제사회에 증언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에서도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때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가 한창 탄력을 받는 시점이었고, 북한인권법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하였고, 이는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법▲ 미국의 북한 인권법 제정 과정, 2004년 3월 입안되어 2004년 10월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제정되었다.(출처:https://www.govtrack.us/congress/bills/108/hr4011)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프로그램 후원(400만 달러), 외부 세계의 정보를 북한에 전파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에 대한 지원(200만 달러), 탈북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는 단체 및 개인 지원(2000만 달러) 등의 예산을 지출할 수 있도록 배정하고, 북한 인권특사 임명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 美 북한인권법, 북한이탈주민을 난민으로서 정착케 하다.

미국 북한인권법▲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이들의 뉴욕 기자회견 모습(출처:미국의 소리)

미국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민들은 난민으로서 미국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 생활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약 8개월 동안 1백-3백 달러 정도의 현금과 의료보험, 식품구입권 등을 제공받게 됩니다. 이들은 미국 정착 이후 1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받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나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 국무부 집계에 따르면 171명의 탈북민들이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난민 자격을 받아서 미국에 입국한 뒤 미국 전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그 취지와는 달리 북한의 반발만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에 미국이 북한과 인권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보다는 대북 압박을 주장하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북한이탈주민을 미국 사회로 받아들이는 법적인 근거가 되고, 이를 통하여 미국에 정착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체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다면, 한국은?

조정현 국립외교원 교수에 따르면 미국 북한인권법 제정 사례에서 인권에 대하여 당파나 정세를 초월한 일관된 합의가 있었던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북한인권법은 건설적 비판과 투명한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수 진영은 '인권 유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 진보 진영은 '주민들의 생활 지원'을 강조하여 북한인권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게 합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참고하여 한국 또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없이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관련 법 제정에 진전을 이루기 힘들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당파나 정세를 초월하여 인권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인권법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제정하는 것이 한국이 지닌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