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저는 올해 현충일을 맞아 부산 UN공원에 다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전사한 유엔군에 대해 알아보고, 추모 행사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된 유엔군 총계가 1,754,400명이었고 전사자는 40,896명이었는데,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병들이 미군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서는 1,600,000명이 파병되어 36,492명이 전사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일 뿐만 아니라 4만 명이 넘는 전 세계인들이 생명을 잃은 모두의 비극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파병자와 전사자가 미군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현충일에 유엔공원을 다녀온 이후 이 점을 깨달았고, 교환학생으로서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전쟁과 관련된 장소에 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과거를 되새겨 보고, 통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제가 방문했던 미국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추모공원 앞 동상
- 미국의 역사가 깃든 필라델피아에서
미국의 옛 수도였던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독립이 선언되고, 연방 헌법이 제정되는 등 역사적 순간을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역사 유적지가 모여 있는, 관광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국전쟁 추모공원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수많은 미군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파병되고, 생명을 잃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전쟁은 남과 북의 역사인 동시에 미국 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역사가 깃든 필라델피아에 한국전쟁 추모공원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추모공원(출처:구글지도) ▲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추모공원(출처:구글지도)
한국전쟁 추모공원은 기념비와 동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에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찬찬히 둘러보고 갈 수 있는 작은 규모인 것이지요.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전혀 부실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추모공원에는 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장병들의 이름, 한국전쟁의 전개 과정, 당시 한국사회의 모습과 전쟁의 비극을 담은 사진 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진지하게 한국전쟁의 과거를 살펴보는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보며 저 또한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추모공원 ▲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추모공원
추모공원을 함께 둘러보기 전에 과거 양국의 관계를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1945년 8월 25일 한국의 38선 분단점령을 발표하여 3년간의 미군정이 이루어졌으며, 미·소 냉전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문제를 유엔에 넘겼습니다. 1948년 8월 15일 미군정이 폐지되고 대한민국이 출범하고 양국의 공식외교가 재개되었습니다. 한국은 건국 초기부터 미국으로부터 군사·경제 원조를 획득하는 데 집중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병력을 감축하는 등 군사비를 삭감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한국을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대부분의 미군을 전면 철수하였는데, 이것이 한국전쟁을 유발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미 관계가 정치·군사·경제면에서 보다 긴밀하게 전개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입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즉각 군대를 출동시키고 무기를 급송하는 등 한국에 대한 방어의지를 보였고, 38선의 획정을 백지화하여 유엔군을 북진시켰습니다. 미국은 전후에도 한국에 대한 경제 원조를 강화하여 부흥 사업을 적극 도왔습니다. 미국은 1953년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래 꾸준히 군사원조를 제공하였고 1971년 이후에는 연례 한·미안보협의회가 개최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현안문제를 협의하여 왔습니다.
-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 잊지 말고 되새겨야
▲ 한국전쟁 유공 훈장 ▲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동료를 끌어안고 있는 미군의 모습
추모공원 내 기록물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은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한국전쟁 유공 훈장의 그림이었습니다. 여러 기장, 훈장들 가운데서도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한반도 지도 아래에 놓인 두 개의 총알 때문이었습니다. 칼을 맞대는 모양으로 총알이 겹쳐 있는 모습은 한민족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어야 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전쟁터의 상황을 담아낸 사진 몇 장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자신의 동료를 끌어안은 미군의 모습에서 한국전쟁이 빚은 비극을 목격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인데 과연 무엇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또한 휴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생명, 인권 등의 궁극적인 가치는 수량화할 수 없기 때문인지 종종 정치적·경제적 논의에 가려 거론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북한인권 등의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분단 상황에서 제대로 보호되지 않던 이 같은 인간적 가치에 대해서 더 이해하고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 한국전쟁을 몇 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전쟁 당시의 사진 자료
추모공원에서는 한국전쟁의 전개과정과 당시 한국 사회상을 담은 사진 기록을 찾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시기별로 남과 북의 전세 상황과 각 군대의 대치 모습을 한반도 지도와 화살표 그림을 통하여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국사 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던 내용이었는데도 만리타국의 어느 공원에서 이렇게 민족의 비극을 되새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지금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는 것도 과거에 있었던 이러한 사건들이 발단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인데, 우리는 과거의 비극과 현재의 분단 상황에 대해 너무 쉽게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당시 사회상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전쟁으로 인하여 전쟁고아, 실향민, 피란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고달픈 모습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열악했을 것입니다. 불과 60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도 대한민국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렇듯 풍요로운 환경 때문에 국가적인 문제인 분단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이처럼 한국전쟁 추모공원에서 한·미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남북문제에 대해 잊고 있던 이슈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비단 남과 북 사이의 전쟁인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나라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 또한 남북이 주도하되 국제사회가 함께 의논하여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머나먼 미국 땅에서도 가까운 곳에서 분단의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계속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국 또는 다양한 나라에 있을 독자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한국전쟁 추모공원을 보면서 한국의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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