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여러분은 비무장지대, 즉 DMZ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DMZ는 Demilitarized Zone의 약자로, 브리태니커 사전에서는 이를 "국제연합군·조선인민군·중국인민지원군이 6·25전쟁의 휴전에 합의하며 남북한 간의 적대적 행위로 인한 전쟁재발을 막기 위해 한반도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만들어놓은 비무장·비전투 지역"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DMZ에서는 평화로운 이미지를 느낄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남과 북이 대치했던 비극 또한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곳이기에 DMZ는 '청정지역'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이곳은 전쟁 전후로 인적이 드문 까닭에 개발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본다면 DMZ는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생태계와 문화유산 등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얼마나, 어떤 상태로 있는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이곳은 잊히고 버려진 땅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커다란 가능성을 가진 '희망의 땅' DMZ를 제대로 보존하고 살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한국의 DMZ가 어떤 상태인지 되짚어 보고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사례로부터 힌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뤼네스반트’는 독일어로 녹색 띠를 뜻하는 단어로 독일 분단 당시 서독과 동독 사이에 놓여있었던 접경지대입니다.) 또한 이에 대해 국제사회와 한국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Step 1. 한국의 DMZ, 이제는 조사해서 알아갈 때!
DMZ 일원을 조사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DMZ 지역을 관리하는 군사정전위원회와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휴전선 이남지역에 대해서는 유엔군 사령부와 한국 정부가 안보 문제로 인하여 출입을 막고 있어서 조사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DMZ 일원의 생태, 역사·문화유산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역사 유적지와 문화적 유산들은 사람이 관리해야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DMZ 내에 있는 태봉국 도성의 경우 보존은커녕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발견되지 않은 소중한 유산이 관리되지 않은 채 훼손되어 갈 염려가 있습니다.
한반도 DMZ는 한국의 지형적 특징인 동고서저 지형이 잘 나타나 있어서 학술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다고 하네요. 그 모습을 보면 강원도의 산악지역, 경기도의 용암대지, 임진강과 한강하구로 인한 습지 생태계 등 다채로운 자연 생태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DMZ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일까요, DMZ의 생태계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휴전협정에 따라 DMZ의 폭이 4㎞를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남북한 철책의 거리가 1㎞조차 안 되는 곳도 있으며, 이러한 곳의 생태계는 군사적인 이유로 훼손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986년부터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4중 고압선을 조성한 탓에 산양,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등 야생동물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Step 2. 독일의 '그뤼네스반트'에서 한국 DMZ의 방향성을 찾다.
▲ 독일 그뤼네스반트 현황(출처 : 세계일보)
그뤼네스반트의 규모를 살펴보면 한반도 DMZ보다 평균 폭은 좁지만 길이는 더 깁니다. 이처럼 독일 통일 직후 국경선과 콜로넨베크 사이를 기반으로 설정됐던 그뤼네스반트는 환경적으로 가치 있는 옛 동독 땅으로 점차 확대되었고, 현재 1000여종의 멸종위기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다고 하네요. 놀라운 사실은, 통일 직후와 통일 20년 뒤의 그뤼네스반트 지역의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봤더니 희귀 동식물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 포착된 것입니다.
사람의 발이 닿지 않던 땅이 개방되어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게 되었음에도 오히려 희귀 동식물이 더욱 번성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1. 국가와 시민이 통일과 환경보전을 함께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문화, 정치, 경제 분야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이 아니라 환경 보전에도 주목하였습니다. 서독이 동독에 경제 원조를 하며 환경보전운동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였습니다. 시민단체 또한 앞장서서 환경보호론을 내세웠고, 국민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환경단체 ‘베우엔데(BUND)'는 통일 이전인 1980년대부터 접경지역 생태 조사를 벌이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에는 접경지역이 포함된 여러 주정부와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더불어 연방정부는 그뤼네스반트의 약 30%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국립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국가와 시민이 통일과 함께 환경보전 활동을 추진해나가는 모범사례를 보였습니다.
그뤼네스반트 지역을 정비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채용할 수 없는 관계로 인근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유아부터 노년기의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자원봉사자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그뤼네스반트의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잘 이해하고 이를 지키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그뤼네스반트의 약 절반이 집중되어 있는 튀링겐주에 있는 튀링엔 발트 자연공원의 경우 독일 가뭄비나무와 하이디 군락이 자라고 있어서 식물학적 연구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녹색 심장’이라는 애칭을 들으면 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체험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체험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는 예민하지 않은 동식물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 관광지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거점지역 중 하나로 선정된 튀링겐산맥·프랑켄 숲 지역은 대표적인 생태관광 명소라고 합니다.
통일 전 국경선 동쪽에 탈출을 막기 위해 설치되어 있었던 감시시설과 장애물, 지뢰는 거의 다 제거되었고 800km에 이르는 산책길을 조성하여 자전거 하이킹과 도보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800년대에 사용했던 증기기관차를 브로켄산 정상과 하르츠국립공원 인근 마을을 연결하는 관광용 열차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는 친환경 관광자원에 대한 개발만큼이나 생태환경 보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종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며, 국립공원 내 95%를 차지하는 독일 가문비나무가 고사되더라도 인위적으로 수종을 심기보다는 자연적으로 수종이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등 식물 생태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 독일 그뤼네스반트 현황(출처 : 체험 그뤼네스반트) ▲ 독일 그뤼네스반트 현황(출처 : 체험 그뤼네스반트)
슈미 갈데 튀링엔 발트 자연공원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담당자는 "북한 사회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함께 환경 문제를 고민할 수 없다면 한국만이라도 먼저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DMZ 생태축을 남북한 모두 살릴 수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며, 한국 사회는 이에 필요한 인근 주민들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였습니다.
Step 3. 지금까지는 무엇을, 얼마나 해왔을까?
▲ 12차 생물다양성총회에 참석한 카이 프로벨 박사(출처:서울신문) ▲ 연천군 평화누리길 걷기행사(출처:걷기관광공사)
지난 10월 8일 평창에서는 환경부와 통일부가 공동 개최하는‘DMZ 생물다양성 보전과 평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DMZ의 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곳을 생태ㆍ협력ㆍ평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DMZ 일원에는 우리나라 전체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의 43%, 전체 생물종의 13%에 해당하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이에 대해 김재한 한림대학교 교수는 DMZ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생물다양성이 언제든 훼손될 수 있으므로 남북 교류협력과 자연 보전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제시하였습니다. 타다토시 아키바 히로시마 평화연구소 소장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이 비정치적인 주제라는 점에서 남북의 긴장을 완화하는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일 환경자연보전연맹(BUND) 카이 프로벨 박사는 “한국은 생태계와 동물들에 관한 세세한 정보들을 많이 모았고 평화광장과 같이 DMZ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마련돼 있어 북한 측과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간다면 독일이 했던 것보다 생태보존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한국 DMZ의 비전에 대한 긍정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한편 전문가가 한데 모여 한반도 DMZ에 대하여 논의한 사례 이외에도 '평화누리길 걷기 행사'가 세 개 시·군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북단길인 평화누리길을 알리고자 개최된 이번 행사는 음악(파주), 책(연천), 사진(김포)이라는 주제를 더하여 전문 동호인은 물론, 가족 참가자 등 총 3000여명이 참가하였습니다. 특히 김포에서 개최된 걷기행사에서는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한 ‘평화누리길 포토스팟’이 눈길을 끌었고, 독일의 그뤼네스반트와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주제로 한 ‘두개의 선 사진전’, ‘DMZ 생태환경 사진전’까지 총 90여점의 사진을 철책에 걸어 한반도 DMZ의 방향성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경기관광공사 황준기 사장은 “DMZ 접경구간인 평화누리길의 역사와 자연환경을 알리고자 이번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통일과 환경이라는 두 주제의 만남, 이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환경 또한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또한 한반도 DMZ의 미래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독일 국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한반도의 유산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다면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 생태축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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