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시회를 보며 최근 북한에서 단행된 화폐개혁을 떠올리다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여러분은 '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일상생활에서 작은 물건 하나라도 구매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사용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은 오히려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이태원에 가는 길에 흥미로운 전시회를 보았습니다. 바로 녹사평역 개찰구를 지나기 전에 만날 수 있는 화폐전시회입니다. 동국화폐연구소가 '화폐의 과거와 현재'라는 이름을 내걸고 연 전시로, 7월 16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서울 녹사평역에서, 8월 16일부터 9월 16일까지는 김포공항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동국화폐연구소 '화폐의 과거와 현재' 전시 

  화폐전시회에서 본 북한화폐 특징 

화폐전시회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알차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국가별·시기별로 화폐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 기자로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북한의 화폐를 전시한 코너였습니다. 북한의 지폐와 동전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화폐에서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 과거 위인들이 나타나는 반면에 북한의 화폐에서는 김일성 초상이나 김일성의 시신이 보관되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등 북한 체제를 우상화할 수 있는 인물이나 상징물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 화폐전시회 중 북한 화폐 코너 ▲ 중국을 여행하던 중 발견한 북한 화폐 모형 상품

북한의 화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접할 만큼 생소한 것이었지만, 화폐전시회를 계기로 북한의 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 놀랄 만큼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8월 셋째 주 통일리더캠프에 참가하여 중국을 방문한 저는 고구려유적지를 탐방한 이후 기념품 가게에서 북한의 화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지폐에는 'copy'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서 진폐가 아니라 화폐 모형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여러 도안을 보며 북한의 체제가 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 화폐개혁 단행,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한편, 지난 7월말부터 북한이 조선중앙은행 각 지점을 통해 5000원 권 교환을 시작했다는 소식 또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국정원은 이번 신권 발행을 지하자금을 파악하고 불법 축재를 처벌하여 신흥 부유층이 축적한 재산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최고액권 가치가 매우 낮아서 쌀 1kg조차 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화폐개혁은 축재 방지라기보다는 김일성 초상화가 있는 구권을 수거하는 데에 그 핵심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 2009년 교체된 북한의 5000원권, 김일성의 초상이 담겨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력의 기반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김일성의 혈통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섣불리 김일성 초상을 화폐에서 없앤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없습니다. 1997년 발행된 500원 권을 제외하면 1979년 이후로 최고액 권마다 항상 김일성의 초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관례에 따라 더 고액의 화폐를 만들 예정이며, 이 때문에 김일성 초상이 담긴 5000원 구권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과 같이 우상화된 지도자를 따르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의회나 언론에 의해 중앙은행이 견제를 받는 민주국가에서도 통화 증대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선택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5000원 권 회수가 고액권 발행을 통한 통화 증대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한 실정입니다.

▲ 분단된 한국화폐지도 ▲ 통일된 한국화폐지도

작은 규모의 화폐전시회였지만, 세계의 화폐 속에서 북한의 화폐를 발견하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 말미에 발견한 '한국화폐지도'는 통일 미래의 꿈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한 쪽에는 남과 북이 나뉜 지도가, 다른 한 쪽에는 통일된 한반도의 지도가 동전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통일된 한국이 한 가지 화폐를 이용하며 넓어진 활동 무대만큼이나 더 강대국이 되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자료 출처

동국화폐연구소 ‘화폐의 과거와 현재’ 전시… “상평통보 고무판 탁본뜨기 했어요”, 뉴스천지

“북한 5000원 신권은 신흥 부유층 정조준”, 이투데이

북한, 5000원권 교환…'김일성 초상화'는 어디로?, 데일리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