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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남·북 분단의 현실을 풀어낸 뮤지컬 작품 5선 추천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여러분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저의 경우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랍니다. 방학을 맞아 시간이 나는 대로, 용돈을 아껴서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여러 작품을 즐기고 있지만 특히 '여신님이 보고계셔', '평양마리아'를 보고는 뭉클한 감동이 남달랐습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남과 북의 분단 상황을 상기시키는 뮤지컬이라는 점입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대학생 기자가 추천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평양마리아▲ 대학생 기자가 추천하는 뮤지컬 "평양마리아"


이렇듯 두 작품을 관람하고 큰 감동을 느낀 후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다룬 작품을 찾아보고,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의 두 작품을 포함하여 남북 현실과 관련된 뮤지컬 다섯 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맹목적으로 서로를 겨누던 '군인'에서 '인간'으로서 서로를 마주하는 작품_여신님이 보고계셔


'여신님이 보고계셔'란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포로를 이송하던 배가 난파되어 남과 북의 병사들이 무인도에 고립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생존 본능 때문에 서로를 해치려던 이들은 이상적 존재인 '여신님'이 있다고 가정하며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를 세웁니다. 

전쟁 현실과 차단된 상황에서 맹목적으로 서로를 해치려던 '군인'의 역할을 벗어 던지고, '인간'으로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함께 생활하며 정이 들면서 적이 아닌 친구로서 상대방을 걱정하는 인물들은 남과 북이 아닌 한민족 본연의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무섭고 기세등등하던 이창섭이 어머니를 떠올리며 "여태까지 사람 많이 죽였어, 어마이… 나는 내가 싫어."라고 독백하는 모습은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깨닫게 했습니다. 

다른 이를 해치기 싫음에도 자신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상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었을까요? 이들은 '여신님'을 상상하면서 대한민국 군인이나 북한 군인이 아닌 각각의 이름을 지닌 평범한 청년으로서 전쟁 상황에서 상처받았던 내면을 치유합니다. 적국 군사에게 칼을 휘두르고 총구를 겨누면서 시달리던 극심한 트라우마는 함께 물고기를 잡고 숨바꼭질을 하며 자연스럽게 잦아듭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분위기를 잘 나타낸 멋진 뮤지컬 넘버를 바탕으로 개그 장면도 곳곳에 가미해서 관객이 실컷 웃을 수 있게 하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남북 대치 상황의 안타까운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구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잘 살린 덕분에 관객은 극에 흠뻑 몰입하게 되어, 평소 잊고 지내던 남과 북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 추천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시즌 공연은 7월 27일을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다음 시즌에 돌아오는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네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_평양마리아

평양마리아라는 작품은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감독한 정성산 프로듀서에게 온 한 통의 편지로 인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이 된 북한이탈주민 정리화(본명 김영숙)씨로부터 편지가 온 것이지요. 몇 번의 편지가 오간 뒤, 정리화씨는 정 감독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고 합니다. 

돈을 보낼 테니 중국에서 고통받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중국 노동자 월급이 평균 600위안인데, 5만 위안 정도에 해당하는 800만 원이 그의 통장으로 입금되었다고 합니다. 평양에서 태어난 정리화씨는 고난의 행군 때 한국 노래를 들었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되었고, 쌍둥이 아이들이 굶어 죽은 후 남편이라도 살리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했습니다. 술집에서 몸을 팔아 거금을 벌고, 한 차례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었는데 돈으로 북한 보위부원들을 매수해 빠져나옵니다.

정 감독은 2009년 영화 '평양마리아'의 대본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그녀에게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중국 연길에 있는 기도원에서 종교를 알게 되었고, 북한으로 스스로 들어가 전도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하여 온갖 고문을 받고 잔혹하게 죽음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평양마리아'의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모습, 그러다 한국 노래를 들었다는 이유로 불온한 사상을 지닌 것으로 간주되어 버림받는 모습, 중국에서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모습과 수용소에서 무자비하게 맞고 총살당하는 모습 모두를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수용소의 인권 유린에 대해 많이 듣고 알았지만, 배우들이 직접 실감 나게 재연하는 모습을 보니 더 없이 안타깝고 충격적일 따름이었습니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비해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훨씬 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야 말로 '평양마리아'를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아서 외면해왔던 한민족 동포들의 끔찍한 고통을 제대로 마주할 기회가 될 것이니까요. 북한이 하루 빨리 민주주의 사회가 되어 북한 주민들도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직접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호평을 받은 관련 뮤지컬을 소개합니다.


 요덕 수용소에서의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_요덕스토리

북한에 있는 수용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나요? 북한인권법에 대해 소개했던 지난 기사에서 북한의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발췌문을 통해 이를 되새겨 봅시다.


북한에서 정치범은 인민의 적이므로 같은 인민으로 대하지 않고 마음대로 대해도 된다는 지침이 있다고 합니다. 정치범은 굶어죽고, 맞아죽고, 총살 등으로 죽는 등 사람이 아닌 처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정치범 부모로부터 태어난 신동혁이라는 사람은 개천 제14호 정치범 관리소에서 탈출한 바 있습니다. 회령 제22호 수용소에서는 경비병 출신의 북한 주민이 탈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증언과 구글 어스에서 촬영한 위성촬영 사진 등을 미루어볼 때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인권유린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위에서 언급한 수용소 중에서도 요덕 수용소에서의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입니다. 분단의 현실과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부조리한 실태를 엿볼 수 있지요. 국내에서만 상연된 것이 아니라 해외 12개 지역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하여 북한 인권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국내 공연에서는 리얼리즘을 중시했다면, 세계 무대를 위하여 뮤지컬 넘버와 안무를 보완하여 세련미를 더했다고 하네요. '사랑·용서·희망'를 기본 메시지로 하는 작품인 만큼 고통과 절망보다는 미래를 향한 힘을 얻어올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정성산 연출가는 "북한의 '절망' 아닌 '희망'을 노래하고 싶습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세계 무대 도전이 계속된다면 국외에 있는 독자 여러분이 현지에서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접할 기회가 다시 찾아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정래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_태백산맥

뮤지컬 '태백산맥'은 2013년 순천시에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조정래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순천시는 작가의 고향이면서 작품이 시작된 곳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비운의 삶을 살다간 염상진, 염상구 두 형제의 대립과 비극을 다룹니다. 

이념과 사상이 다른 이들 형제의 이야기를 보고 느끼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분단의 현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보다 쉽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작품인 것 같네요. 저 또한 대학에 와서 독서량이 줄었는데, 뮤지컬이나 영화 등의 장르는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고 원작을 읽고 싶은 마음도 심어주어 원작 소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조정래 작가가 뮤지컬 '태백산맥'을 보는 '키 포인트'를 짚어 주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작가의 설명입니다.


'소작인이, 나라가 공산당을 만들고 지주가 빨갱이를 만든다'고 하는 등장인물 문서방의 말에 우리 사회의 갈등이 압축돼 있어요. 분단 5천년을 살아온 우리 민족이 이데올로기 때문에 서로 갈라져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게 민족의 숙원이고 소원인 통일을 이뤄가는 것인데 '살아서 빨갱이지 죽어서 빨갱이냐'는 염상구의 말에 그런 내용이 압축돼 있고요.

분단이 있는 한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민족이 소원하는 평화 통일로 가려면 전시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유치함에서 벗어나 의식의 성숙을 기해야 한다. 그게 소설에서 염상구가 하는 말입니다


 남·북병사 간의 소통과 우정_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러분에게 매우 익숙한 작품일 것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감독한 동명의 영화 때문이겠지요.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와 뮤지컬은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가 원작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이영애가 맡은 중립국 수사관 소령 소피 역할이 뮤지컬에서는 남서 소령 지그 베르사미로 나오는데, 이는 원작 소설과 같은 구성입니다.


최성신 연출가에 따르면 분단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매몰되기보다는 남과 북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하네요. 더불어 뮤지컬 넘버와 공간 연출을 통하여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습니다. 뮤지컬은 반복되는 음악과 노랫말, 춤, 조명과 소품 등이 한데 어우러져 관객이 짧은 시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특징이 있지요. 그래서 이러한 요소를 통해서 '소통'과 '우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연출가와 배우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문점에서 일어났던 총격 사건이라는 묵직한 소재와 남북 병사들 간의 우정이라는 인간적인 소재가 어우러지는 점이 처음 소개했던 작품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유사한 것 같은데요. 영화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주는 매력과 기존의 스토리가 주는 긴장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


뮤지컬 '태백산맥'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소개한 두 장의 사진은 언뜻 보면 같은 장면인듯 비슷합니다. 상대방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장면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 대 인간끼리, 특히 한민족끼리 맞서고 있다는 점 때문인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이네요. 개인적 원한이나 분노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극한 대립의 상황에 놓여 서로 적으로서 대치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은 참전 군인과 이산가족의 고통, 수용소에 있는 이들과 그 밖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잊고 살지는 않았나요? 공연과 영화, 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분단의 현실을 되새기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문제의식을 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통일을 꿈꾸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 등을 감상하는 것은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풀면서, 덤으로 국민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문제의식과 통일에 대한 염원까지 담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 뮤지컬 한 편 보시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