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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장대현학교의 통일수업, 그 첫 번째 현장에 가다!

장대현학교의 통일수업, 그 첫 번째 현장에 가다!

△장대현학교 전경△장대현학교 전경


 지난 3월, 부산시 강서구 신호동에 위치한 장대현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는 서울·경기지역에 치중되어 있었는데(서울·경기 지역 16곳, 천안 1곳), 올해 3월에 개교한 장대현학교는 영호남 지역의 최초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로서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현재 이곳에서 12명의 탈북 학생이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 수준별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장대현학교는 ‘통일시대를 위한 남북학생 통합교육’ 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탈북청소년 뿐만 아니라 남한학생도 함께 교육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장대현학교에는 다른 학교에 없는 특별한 수업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매주 한 번씩 이루어지는 통일수업인데요, 앞으로 장대현학교의 통일수업을 지도할 사람은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5기 출신인 허준영 강사(이하 허 강사)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번째 통일수업이 시작되고, 허 강사는 ‘통일은 정이다’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북한을 방문하였던 경험을 들려주며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허 강사는 고등학교 시절 금강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가이드를 담당하셨던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저는 금강산 관광 가이드를 하면서 매번 마주치는 한 북한군인에게 늘 인사했습니다. 물론 그 북한군인은 한번도 답례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꼭 답인사를 받고 싶은 마음에 인사를 하고나서 그 군인 앞에 계속 서있었습니다. 사실 북한군인들 또한 다른 군인에게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남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아서려는 순간 그 냉정하고 도도해 보이던 북한군인이..

 숨죽이고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에게 허 강사는 “인사를 해줬답니다. 과연 그 북한군인이 어떻게 인사를 해주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아무도 안보이게 살짝 손을 흔들었을 것 같아요”, “입으로만 안녕! 했을 것 같아요” 등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학생들의 대답을 듣고 난 후, 허 강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북한 군인은 총을 든 손도 그대로 두고, 말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 가이드가 알아볼 수 있게 두 눈을 깜박깜박하고 눈인사를 해줬다고 합니다.”

 그 순간 짧은 정적이 흘렀고, 저는 그 때 가이드분이 느낀 마음이 고스란히 제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 또한 그 마음을 함께 느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북한군인의 눈인사’이야기를 통해서 왜 허 강사가 교탁에 ‘오리온 정 초코파이’를 올려두었는지, 왜 ‘통일이 정’이라고 말하였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수업 시간


 2014년 통일부에서는 ‘한반도 통일시대’를 위한 준비로서 ‘감성적 접근’을 통해 통일교육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감성적 접근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통일교육’이 과연 어떤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사실 현 젊은 세대들에는 ‘경제적 비용’을 걱정하며 통일을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학생들에게 ‘감성적’인 통일교육이 가능할까 하고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허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방법이 감성적 접근을 통한 통일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더 잦은 만남을 통해서 서로 간에 신뢰와 정을 쌓아야합니다. 이것으로 남과 북의 학생들에게 더 생생한 통일 이야기를 전해주고 더 생생한 통일현장을 보여준다면, 학생들은 온 몸과 온 마음으로 통일을 느끼며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이드와 북한군인’이야기를 마치고 허 강사는 학생들에게 저마다 생각하는 ‘통일은 무엇’인지 말해보자고 하셨습니다. ‘통일은 꿈이다’, ‘통일은 희망이다’, ‘통일은 기적이다’ 등 다양한 대답들 속에서 ‘통일은 슬픔이다’라고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장민혁(가명)학생은 ‘통일은 희망차게 준비해야 하지만 통일이 되고 고향에 돌아가서 만날 가족이 없는 탈북자들은 슬플것’이라고 설명을 더해주었습니다. 이 장민혁 학생의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입으로만 외쳤던 통일을 반성하게 했습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산가족이 아닌 남한의 주민’으로서 단순하게 이산가족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분단세대들이 나이가 들수록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여전히 가족, 친척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산가족은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생겨날 문제인 것입니다. 제가 이러한 생각들을 하는 동안 허강사는 ‘각자의 꿈과 통일을 연관시켜 통일된 미래에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꿈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며 첫 번째 통일수업을 끝냈습니다.

 장대현학교에서는 매주 진행될 이 통일수업 외에도 일반교과들을 탈북학생의 특성에 맞추어 통일을 제대로 알고 준비할 수 있는 수업들이 이루어집니다. 국어수업에는 북한 말을 함께 배우고, 역사수업에는 북한에서 배웠던 왜곡된 역사지식(상생기자단 3기 이다정 기자의 ‘북한의 역사교육, 북한만의 역사로 전락’기사 참고)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허 강사는 “이러한 통일수업과 그리고 탈북청소년들을 고려하여 준비한 교과수업들을 통해서 이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서 배우고, 통일을 꿈꾸고, 통일을 이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장대현 학교를 나서면서 길가에 핀 개나리를 보았습니다. 학창시절 개나리가 필 때쯤이면 항상 새친구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날 기대에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장대현학교 학생들도 개나리를 보면서, 오늘 시작된 통일수업을 통해 앞으로 그들이 만날 통일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상 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진가록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