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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본 분단 영화의 특징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분단’ 혹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를 ‘분단영화’라고 지칭하고 하나의 영화 장르로 볼 수 있는데요, 분단영화란 분단 상황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삶에 대해 그린 영화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분단영화만의 특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웰컴 투 동막골>을 중심으로 분단영화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솔 기자와 함께하는 분단영화 집중탐구! 함께 보시죠.

 

 영화 장르는 ‘실험기→고전기→세련기→자기반영기’와 같이 일종의 장르 사이클을 따라 진화합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개봉되는 분단영화 역시 장르 사이클을 따라 변화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사회를 지배한 이데올로기는 반공 이데올로기였고, 따라서 영화에도 반공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었습니다. 좌우간의 대립, 전우애, 조국애 등을 다루던 분단영화는 1985년 이산가족의 아픔을 소재로 한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을 시작으로, 이데올로기보다는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개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인본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그 후 분단영화는 1999년 개봉한 <쉬리>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쉬리>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 특수공작원과 남측 정보요원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는 새로움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뒤이어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군인들의 우정을 그려냈으며 이 작품을 정점으로 분단영화는 전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분단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2000년 전후의 분단영화는 분단영화의 고전기를 이끌었습니다. 이 작품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이념의 대립과 개인의 감정이 상충되는 스토리를 그려나갔다는 것인데요, 이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의 가치관과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념 대립의 폐해를 비판하며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비애를 그려낸 동시에 남성적이고 군사적인 분단체제하의 이데올로기를 그렸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고전기의 분단영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아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남북이 최초로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는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기별로 달라지는 분단영화의 특징은 남북관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편 2005년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은 분단영화의 고전기에서 진화하여 세련기를 이끈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기존 분단영화와는 비슷한 듯 다른 특징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을 중심으로 기존 분단영화와 비교분석하여 분단영화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웰컴 투 동막골>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줄거리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전쟁과는 동떨어진 ‘동막골’이라는 민간인 마을에 연합군 병사 스미스, 인민군 리수화 일행, 병력에서 이탈하여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 일행이 모이게 됩니다.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인 국군과 인민군으로 인해 동막골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고조되지만, 이들은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 역사상 유례없는 연합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특징1. 분단영화의 공통적 특징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2차 세계대전의 영웅 맥아더의 지휘로 연합군은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한다. 이 작전으로 고립된 인민군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었거나 깊은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연합군 폭격기들은 숨어있는 인민군 소탕을 위해 곳곳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그 중에는 민간인 지역도 있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따라서 한국전쟁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분단영화임이 틀림없습니다. 영화는 부상병들을 즉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는 리수화에게 총을 겨누는 동료 군인, 상부의 명령으로 피난민들로 가득 찬 다리를 폭파하고 죄책감으로 탈영하여 자살하려는 표현철 소위의 모습을 통해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개인을 보여줍니다. 또한 국군과 인민군의 피 튀기는 총격전과 추락한 미국 전투기와 스미스를 찾기 위해 공격을 퍼붓는 연합군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그려냈으며, 총격전에서 살아남은 리수화 일행이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길을 가는 모습을 통해 전우애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의 분단영화에도 나타난 공통점입니다. 

 반면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이라는 배경에서 전개됨으로써 시간적으로는 리얼리즘에 입각한 반면, 외부 세계와 단절된 ‘동막골’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는 데서 현실감이 매우 떨어집니다. ‘동막골’을 시간이 멈춰버리고 문명에 얽매이지 않은 곳으로 설정하고, 동막골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다는 전제하에 에피소드를 전개하기 때문에 기존의 분단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현해나간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징2. 판타지적 요소

 <웰컴 투 동막골>은 기본적으로는 분단영화지만, 드라마·코미디·판타지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영화입니다. 영화 <쉬리>가 분단영화인 동시에 멜로·액션 등의 혼합장르 영화라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기존의 분단영화와 다른 이 영화만의 차이점은 판타지적 요소를 영화 곳곳에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2000년대 전후의 분단영화에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로써 전투·총격 장면을 실제처럼 재현해낸 반면에, <웰컴 투 동막골>은 전투 장면을 최소화하였으며 판타지적 장치를 이용하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그려나갑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아래의 장면입니다.

 

 국군과 인민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옥수수 곳간에 던져진 수류탄이 터지면서 하늘에서 팝콘이 내리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수류탄이 터진 상황에서 군인들은 놀라지만, 마을 사람들은 팝콘을 보고 정말 해맑게 좋아합니다. 이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줌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순진한 심성을 극대화해 보여주었습니다. 한순간에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수류탄이 마을 사람들에겐 쇳덩이 혹은 돌멩이인 동시에 팝콘을 만들어내는 기구로 여겨지는 셈이지요.

 또한 이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나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비가 가장 환상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바로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즐길 때 착륙한 연합군의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동막골로 진입하는 연합군에게 나비떼가 날아들고 이로 인해 수많은 연합군 중 소수만 동막골에 착륙하게 됩니다. 실제로 나비는 약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신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영화 엔딩 즈음에도 나비가 등장합니다. 동막골을 공격하는 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남북 연합군의 군모와 총이 하얀 눈밭에 파묻혀있는 장면에서 나비들이 모여듭니다. 따뜻한 봄을 상징하는 나비와 하얀 눈밭은 모순적으로 보이기에 더욱 강렬하게 보입니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 나비는 동막골을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 군인들의 우정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이자 일종의 판타지적 현실이지만, 결국 현실의 이데올로기에 부딪혀 처참히 깨져버립니다. 반면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판타지가 현실을 깨트립니다. 현실적으로 군인은 자신의 진영에서 임무에 충실해야하지만, 국군 표 소위와 인민군 리수화 일행은 동막골을 공격하는 연합군에 대항하여 남북 연합군을 결성함으로써 현실의 이데올로기를 깨트리는 것이지요. 

 

특징3. 비극적 결말

 분단영화는 대부분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는 일종의 공식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존의 분단영화들은 분단 혹은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아픔을 그려냅니다. 이데올로기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깨져버린 개인을 보여주며 결말을 맞습니다. 이러한 공식이 <웰컴 투 동막골>에도 적용되는데, 다만 접근하고 그려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연합군의 공격으로부터 동막골을 지키고자 ‘남북 연합군’ 다섯 명은 맞서 싸우다가 결국 모두 전사하는데, 그중 마지막까지 남은 세 명의 남북 연합군은 동막골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웃으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들은 남북 연합군으로서 전투에 임하며 진정한 군인이 되고, 개인의 정체성을 찾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영화 자체는 비극적 결말로 끝나지만, 각각의 등장인물 ‘개인’에 초점을 맞춰보면 개인이 현실의 벽에 꺾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징4. 휴머니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영화로, 그중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휴머니즘입니다.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돋보이는 장면이 많습니다. 동막골 사람들은 마을로 찾아온 국군, 인민군, 연합군 모두를 환영하며 먹을 것을 내줍니다. 또한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총은 장대기, 수류탄은 돌멩이로 묘사하며, 군인들에게 서로 친구냐고 묻기도 하고, 동막골에서 총을 겨누고 대치하는 국군과 인민군을 무서워하기는커녕 감자밭에 멧돼지가 길을 낼까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중 ‘아이처럼 막 살아라'는 뜻의 마을 이름처럼 순진하고 아이 같은 마을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미친 소녀 ‘여일’입니다. 여일은 해맑고 순수하며, 군인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제 할 말을 다 하고는 합니다.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인민군에게 뱀이 나온다고 피하라고 하기도 하고, 수류탄 고리를 반지라고 하며 뽑고는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여일을 통해 그려내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쟁으로 인해 물적·심적으로 황폐해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은 너무 참혹하고 잔인하여,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제 정신으로는 살기 힘들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한편 영화에서 동막골은 유토피아처럼 그려집니다.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을의 모습이 동막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막골 사람들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지만, 이를 보고 공산주의 경제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어느 정도 일치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의 현실과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죠. 젊은이들은 밭에서 농사를 짓고, 노인들은 민요를 부르며 흥을 돋우는 동막골의 순수함은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군인들로 인해 더욱 강조되어 보입니다. 국군과 인민군은 동막골에서 처음 마주쳤을 당시 총구를 겨누고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하는데, 이는 전쟁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나타난 장면입니다. 분단영화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점점 동막골 사람들과 융화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함께 동막골을 지키기로 합니다.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입니다. 

 동막골 사람들은 촌장을 중심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인민군 리수화에게 촌장은 ‘뭐를 많이 먹여야 한다.’는 대답을 합니다. 이 대목에 ‘이데올로기가 중요한가, 먹을 것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정답은 동막골에서 마주쳐 대치하던 국군과 인민군 일행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본능인 의식주 욕구가 전쟁이나 이념 갈등보다 우선순위라는 것이지요. 의식주를 함께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하지 않고, 탐욕 없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동막골을 이끄는 촌장의 리더십은 감독이 중요시하는 지도자의 능력이 아닐까요?

 

특징5. 군복의 상징성

 이 영화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군복을 입은 군인이 많이 등장합니다. 군복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탈영한 국군 위생병 문상상은 상부의 명령으로 다리를 폭파시켜 수많은 피난민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자살하려는 표현철 소위를 우연히 발견하고 말리게 됩니다. 처음엔 서로 경계하지만 그들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길을 걷습니다. 바로 입고 있는 군복 색이 같기 때문입니다. 반면 동막골에서 마주친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총구를 겨누는 이유는 입고 있는 군복 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군복이면 동지이고, 다른 군복이면 적인 셈이지요. 국군과 인민군은 그들이 터트린 수류탄으로 인해 동막골의 옥수수 곳간이 폭발해 날아가자, 텅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함께 밭에서 일합니다. 군인이기에 앞서 사람이기에 느끼는 ‘미안함’이라는 감정 때문입니다. 국군과 인민군 일행은 밭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를 힘을 모아 무찌르게 되고, 이 멧돼지를 구워먹으며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다음날 그들은 군복을 벗고 마을 사람들의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한편 그들은 군인이기 전에 사람이기에 각자 소소한 꿈을 지니고 살아왔지만 전쟁으로 인해 그 꿈을 잃게 됩니다. 전쟁이 각자의 꿈을 가로막은 장애물인 것이죠. 따라서 그들은 탈영하거나 상부의 명령을 어기는 등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그들이 벗어놓았던 군복을 다시 입으며, 처음과는 전혀 다른 군인이 됩니다. 연합군에 맞서 동막골을 지켜내야겠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은 군복이 그들을 진정한 군인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군복은 개인의 이데올로기를 규정짓는 굴레이자,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방해요소인 동시에, 진정한 군인으로의 사명감을 부여하는 상징물입니다.

 


<웰컴 투 동막골>이 던지는 메시지: 남과 북은 한민족

 지금까지 언급한 기존 분단영화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남과 북은 한민족’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영화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국군과 인민군이 협력하여 멧돼지와 싸우고, 국군 문상상과 인민군 장영희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호형호제하고, ‘남북 연합군’이 연합군의 폭격에 대응해 싸우는 장면들이 그 예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민족애로써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고, 우리 민족끼리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영화 초반부터 엔딩까지 줄곧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분단영화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형제·남녀 간의 대립과 개인의 아픔’을 눈물을 유발하도록 슬프게 그려낸 반면에, <웰컴 투 동막골>은 이념의 대립을 코믹 코드로 승화해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이 영화만의 특징입니다. 같은 분단영화이지만 이념의 대립에 초점을 맞춰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보다는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킨 것이지요.



 지금까지 <웰컴 투 동막골>을 중심으로 분단영화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상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웃음으로 풀어내고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기존의 분단영화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분단 이데올로기와 반공 이데올로기도 내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나타난 이데올로기가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본성인 ‘먹고 사는 것’이 더 우선순위라는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각각의 개인은 동막골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며, 전쟁은 순수한 개인을 비극으로 몰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분단영화인 동시에, 전쟁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반전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남북 간의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에 노출되지 않은 동막골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지향하는 남북관계의 방향인 것이지요. 이처럼 이 영화는 분단이라는 현실로 시작해서 남북 연합군으로 끝남으로써, 분단체제를 평화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줍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판타지적이라는 한계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곳곳에 장치되어진 판타지적 요소는 분단체제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처한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피하고자하는 현실도피성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와 전개 방향은 현실과 영화 속 세계 간 괴리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컴 투 동막골>은 기존 분단영화의 내러티브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러티브 방식을 구축했다는 점과, 등장인물과 동막골 사람들을 통해 남북관계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남북 간 화해협력 메시지를 던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을 이어서 <의형제>, <고지전>,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다양한 분단영화들이 개봉했으며, 이 작품들은 기존의 분단영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특징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대적 상황을 많이 반영하며 하나의 영화 장르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분단 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웹툰,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통일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순히 감상 혹은 시청에만 그치지 않고 작품에 드러난 분단 현실을 통해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남북 군인들이 우정을 나누고 <웰컴 투 동막골>에서 남북 군인들이 남북 연합군을 결성하듯이, 북한 주민들과 친구가 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상 6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한솔 기자였습니다!


 

참고문헌
강미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이 된 대중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중심으로’, 문학과 영상 봄여름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