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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북한 정권은 집단 학살을 중단하라!" 외교부 앞 1인 시위 기획한 정다와 청년 인터뷰

연말연시인 요즘, 추워지는 나날이지만 외교부 건물 앞에서는 정다와(29) 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추울 북한 동포들을 위해 피켓을 든 정다와(29)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정부 청사 별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정다와 씨(사진 제공: 정다와)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정다와라고 합니다. 딱히 소개드릴 것이 없네요(웃음). 소속된 단체도 없고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Q. 지금 어떠한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A.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는 뜻을 국제 사회와 대한민국정부, 그리고 국민들께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12월 9일부터 <외교부는 북한 정권 집단 학살 중단시켜라! STOP NK GENOCIDE>라고 쓴 피켓을 들고 릴레이 일인시위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1948년 이 날에 UN 총회에서 <집단 학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이 채택되었거든요.

 

 

Q. 1인 시위를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북한의 집단 학살 중단과 정치범수용소 해체, 그리고 북한 해방을 외치며 2009년 12월 25일에 자진 입북하셨다가, 억류되어 43일 만에 석방된 로버트 박 선교사님의 영상을 올해(2013년) 12월 초에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마음에 뜨거운 불씨가 생겨났어요. 로버트 박 선교사님의 간절한 외침이 제 양심에 채찍질을 하는 듯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해야 할 의무를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박 선교사님이 대신하였는데, 이 값진 헌신을 국민들이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로버트 박 선교사님과 북한 주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급히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왔습니다.

 

 

Q.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특별한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을 SNS에 올리고 있는데, 글과 사진을 보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주셔서 요즘은 거의 매일 새로운 분들과 함께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요. 참 감사하죠. 또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세요. 그 격려가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격려는 저에게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옵니다. 격려만 하시고 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해요. 이 캠페인은 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것이 되어야 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제 안에서 타오르는 불씨를 많은 분들께 나눠드릴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무엇보다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이 절실히 필요해요. 저 혼자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 캠페인 소식을 접하신 분들이 책임감을 함께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작은 불씨가 모여 큰 불이 된다면, 머지않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정부와 북한 정권에 기대하는 바를 말씀해주세요.

A. 저는 무엇보다 <북한 정권 집단 학살 중단시켜라!> 캠페인을 통해서 북한 문제는 여타의 ‘인권’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 인권이라는 용어가 북한 정권의 범죄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축소해서 전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은 연쇄살인범을 범죄자라는 큰 틀로 부르는 것과 같아요. 범죄자의 구체적인 죄목을 말하지 않고 단순히 범죄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 범죄자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리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어떤 고통과 위기를 겪고 있을지 보다 자세하게 전달할 수 없게 만들어요. 일례로, 제가 북한 인권 문제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어떤 대한민국 청년이 “남한에도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동성애자들이 사회에서 차별당하는 것과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학살당하는 것에는 정도의 차이가 상당히 큰데, 인권이라는 넓은 의미의 용어 하나로 같은 처지로 인식되는, 일종의 오류가 생기고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집단 학살이라는 용어는 북한 정권의 범죄 행위와 그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보다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 인권 단체들과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문제를 인권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집단 학살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집단 학살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때까지, 나아가 집단 학살이 북한에서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 사회가 북한 문제를 집단 학살 문제로 인식하고 북한 정권이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국제법에 따라 북한에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rotect)[각주:1]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 보호책임을 통해 국제 사회가 북한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는데, 여기서 특히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교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국제 사회에 북한 정권의 집단 학살 범죄를 고발하는 것이에요. 외교부와 정부의 다른 부처들, 청와대가 힘을 모아 국제 사회의 개입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루 빨리 북한 정권이 자국민들에게 저지르는 집단 학살을 중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혼자서 시작한 캠페인이라 든든한 후원자도 없고, 함께 꾸려가는 동료들도 없어서 외롭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부족해서 고민만 늘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이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주셔서 더 창조적인 캠페인으로 도약하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대규모 궐기 운동이나 집회로 이어져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 사회를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 논문: 박동형, 「리비아에 대한 '보호책임(R2P)' 적용 사례 연구 : 북한에 주는 교훈과 시사점」, 『국제정치논총』(제52집 3호), 2012.

· 영상: <북한을 위한 호소 - 로버트 박>: http://youtu.be/sCnm1Sic674

· 영상: <북한 정치범수용소 영상 (제공 - 모퉁이돌 선교회)>: http://youtu.be/SLWEEzNk05I

· 정다와 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awa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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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한 나라가 자국 내의 민간인들을 대규 모 살인 및 강간, 기아 등의 재난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지만 만약 그 나라가 민간인들을 보호할 의향이 없거나 그럴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공동체(community of states)가 보 호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Gareth Evans and Mohamed Sahnoun,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 Report of the International Commission on Intervention and State Sovereignty (Ottawa, ON, Canada: International Development Research Centre, Minister of Foreign Affairs, 2001), Ⅷ, http://responsibilitytoprotect.org/ICISS%20Report.pdf. 박동형, 「리비아에 대한 '보호책임(R2P)' 적용 사례 연구 : 북한에 주는 교훈과 시사점」, 『국제정치논총』(제52집 3호), 한국국제정치학회에서 재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