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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MBC 특집 'DMZ에서 베를린까지'

 지난 7월 30일, MBC에서 정전 6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로 'DMZ에서 베를린까지'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 기독교 단체의 주관으로 진행된 '2013 통일세대프로젝트'라는 행사를 MBC가 취재하여 제작된 것입니다. 2013 통일세대 프로젝트는 남한 청년 15명과 북한청년 9명이 9박 10일간 체코, 폴란드, 독일, 이렇게 공산국가였다가 민주화가 이루어진 세 국가를 방문하며 통일한국의 미래를 꿈꾸는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가 통일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독일의 사례를 많이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해 왔지만, 체코나 폴란드의 사례 역시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저 역시도 이번 방송을 통해 처음 느꼈습니다. 체코와 폴란드는 원래 공산국가였다가 민중들의 자발적인, 자유를 갈망하는 혁명을 통해 민주화된 국가들입니다.

 그 중 먼저 체코의 사례를 볼까요? 체코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러자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중 항쟁이 일어났고,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프라하의 봄'입니다. 그러나 소련의 탱크를 앞세운 무자비한 진압 앞에 7개월만에 끝나고 말지요. 이 때 겨우 19살, 21살이었던 두 청년이 자유를 갈망하며 분신 자살을 하는 일까지도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년들은 두 청년의 추모비를 찾아 장미꽃을 내려놓으며 자유를 향한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렸습니다.

 

'프라하의 봄'을 기념하는 광장. 이 곳에 두 청년의 추모비도 있다.

 

 체코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독일의 베를린장벽 붕괴 후 7일만에 다시 '벨벳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체코의 민주화를 위한 청년들의 혁명이었고 피흘림 없이 부드럽게 이루어졌다고 하여 벨벳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벨벳혁명을 통해 결국 체코는 민주화됩니다.

 분신자살을 한 두 청년의 추모비 이후 또 청년들이 찾아간 곳은 '기억의 시장'이라는 곳입니다. 현재 체코는 민주화되었지만, 그럼에도 자유를 억압받던 공산주의 시절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과거 공산 시절의 모습을 복원해놓은 공간이 바로 '기억의 시장'이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과거 정치범들이 입었던 죄수복도 볼 수 있었고, 공산정권 당시 탄압받던 한 음악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체코의 음악이 반정부,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록밴드들이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반체제적 노래를 불렀고, 정권은 이들을 탄압했지만 결국 이러한 음악에 영향을 받은 민중들이 들고 일어남으로써 민주화는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청년들은 그를 따라 과거 공산정권 시절 지하에서 몰래 음악을 만들던 비밀공간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방송을 통해 이 과정을 지켜보던 저는 체코가 겪었던 이 과정이 지금 북한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체코가 밟았던 과정을 북한이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나라의 통일도 멀지는 않은 것 아닐까요?

 이어 청년들은 두 번째 국가, 폴란드로 향했습니다. 폴란드는 지금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나라로써 유럽 많은 국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또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투자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폴란드 역시도 한때 암울한 시절이 있었는데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치 독일이 물러간 후 이제 자유가 오나 했더니, 그 자리에는 소련군이 들어와 다시 폴란드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체코와 비슷하게, 자유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에 의해 1990년, 민주정부가 수립되고 민주국가 폴란드의 대통령도 선출되기에 이릅니다.

 이 곳 폴란드에서 만난 한 사람은 탈북 청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콤플렉스를 갖지 말고 생활하라는 것입니다. 이어 폴란드가 민주화된 이후, 폴란드 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일종의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가졌는데 만약 탈북 청년들 역시도, 또 통일 이후 북한 출신 주민들 역시도 그런다면 정신적 통일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입니다. 청년들은 주의깊게 듣는 모습입니다.

 이어 세 번째 국가, 독일로 향합니다. 이 곳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브란덴부르크 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재독 한인교포들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인 김영상 박사는 "희망은 다음 세대, 젊은 사람들이다"라며 젊은 세대의 책임을 일깨우고, 또 격려하였습니다. 이 곳에서 청년들은 준비한 "강남스타일" 춤을 추었는데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지지해달라는 퍼포먼스였습니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에 독일 국민들 역시 동참하여, 함께 즐기며 또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도 남기며 통일 한국을 격려하였습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이번 행사를 방송으로 함께하면서, 저는 몇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 째, 체코와 폴란드의 사례를 볼 때 이 두 나라는 모두 '자유'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민주화되었습니다. 이 방송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무엇일까 하면, 바로 '자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체코와 폴란드는 사실 분단을 겪지는 않은 국가였지만, 분단 독일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동독 주민들의 탈출이 독일의 통일을 이끌어냈으니까요. 그렇게 볼 때, 우리의 통일 역시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이 자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체코는 민주화된 지금도 자유를 잃었던 공산정권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유가 박탈된 시간을 기념하는 것이, 지금 갖고 있는 자유를 더 깊이 묵상하게 해주고, 또 더 깊이 감사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자유 역시 누군가의 피로 말미암았다는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 째, 지금의 체코, 폴란드, 독일 세 나라의 민주화가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볼 때 통일한국을 이끌어낼 주역들 역시 '민중'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민중'이라는 것은 '자발성'과도 상통합니다. 즉, 통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세금을 통해 만들어진 정부, 통일부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산정권 하에 있다가 민주화가 된 체코와 폴란드. 물론 그들은 민주화에도 몇 가지 그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실업자 문제 등. 그러나 그런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민주화된 지금이 좋으며, 과거의 공산 시절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이 체제전환이 민중들의 자발적 의지로 이루어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민중들의 자발성은 통일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통일 후 여러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통일 후 사회 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셋 째, 통일에 '문화적인 코드'가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체코의 경우, 음악이 민중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일깨우고 그것이 민주화로 이어졌는데요, 동일한 과정이 남북의 통일에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류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그것이 민주적인 통일로 이어지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볼 때 남북의 통일은 가까워졌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가까워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만큼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뜻이기에 동시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넷 째, 통일은 우리 민족만의 일이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일이며, 그렇기에 통일은 우리 민족이 감당해야 할 전세계적 사명이라는 것입니다. 통일부 류길재 장관은 늘 '통일은 당위의 문제다'라고 강조합니다. 통일이 되었을 때의 유익을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물론 기분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만약 통일이 우리 민족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우리는 통일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답은 NO일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는 기분 좋은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통일의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통일은 당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한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전세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격려가 힘이 되기도 했고, 또 우리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습니다. 통일은 당위의 문제이며, 우리 민족이 감당해야 할 세계사적 과제입니. 특히 체코와 폴란드의 민주화를 청년들이 이끌어냈다는 점을 볼 때, 이 세계사적 과제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 역시 청년들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역시 해봅니다.

 MBC의, 정전 60주년 특집,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도 제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 준 프로그램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바로 '정전 6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이 서글프게 다가오는 탓입니다. 좋은 방송이었지만, 그럼에도 다음에는 '통일 60주년 특집'이라는 제목의 방송이 방영되는 날이 오길 꿈꿔 보며 이현정 기자였습니다.

 *사진출처: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