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영화 '량강도 아이들

 

영화 '량강도 아이들'

  2011년, 영화 '량강도 아이들'이 개봉했습니다. 제작된 지 무려 7년이나 지나서야 상영될 수 있었다는 사연을 가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영화의 특이한 점으로는 남한 출신의 김성훈 감독과 북한 출신의 정성산 감독이 함께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제작 과정부터가 남과 북이 하나되는 작은 통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기에 어느 쪽의 시선에도 치우치지 않고 북한의 상황을 남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됩니다. 특히, 한국식 표기인 '양강도'가 아니라, 북한식 표기 '량강도'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을 보아,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북한과 관련된 영화이지만 정치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도 아니고,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다뤄서 눈물을 흘리게끔 만드는 영화도 아닙니다. 오히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소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여, 북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웃음으로 가볍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머 아래 현실을 감추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북한의 현실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는 남한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북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날려보내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곧 장면전환이 이루어져 북한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후론 계속 북한에만 화면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제 북한 학교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학생들이 파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파동 활동이란 각 학생들마다 구리를 모아서 학교에 가져와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이 모든 활동이 공산주의 사상을 위한 '희생' 내지는 '노력'으로 간주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파동 활동을 잘하면 평양에 견학갈 수 있다며 동기를 부여합니다.

 

학교에서 파동을 수집하는 모습

 

 그렇게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평양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교장선생님이 갑자기 버스를 멈춰 세우더니 몇몇 학생들에게 내리라고 지시합니다. 파동 활동을 똑같이 잘 했으나, 키가 작다거나 하는 외모상의 문제 때문에 평양에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이고, 그러니 그런 곳에 키가 작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가게 되면 당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이지만, 학생들 편을 드는 담임선생님 앞에서 교장 선생님은 '당을 우선으로 생각하라'고 충고합니다.

 그렇게 네 명의 학생들은 평양에 갈 수 없게 되었고, 친구들이 모두 평양에 간 사이 서로 모여 슬픔을 달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중 종수라는 한 아이가 밤에 산에서 혼자 울고 있다가, 어디선가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산타클로스 복장과 멜로디카드, 로보트 등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그것을 함께 평양에 가지 못한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며 기뻐합니다. 산타클로스, 로보트를 좋아하는 것은 어느 나라든 아이라면 똑같나 봅니다.

 

함께 풍선 속의 산타클로스 복장과 로보트를 구경하는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이 평양에서 돌아오자, 상황은 역전됩니다. 네 명의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서 먹을 것 등을 대가로 받고선, 로보트를 구경시켜 주었던 것입니다. 모두들 이 로보트를 구경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으며, 로보트를 구경하기 위해 집에서 귀한 먹을 것을 들고 갔다가 부모님께 혼이 나기도 하고, 부모님께 자신도 로보트를 사 달라고 울며 떼 쓰며 밥을 먹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로보트를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은 동네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종수에게도 아픔이 있었는데요, 어린 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입니다. 병명은 영양실조. 그래서 로보트를 친구들에게 구경시켜 주고 얻은 먹을 것을 동생에게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어린 동생은 로보트만 있으면 아프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이제 큰 병원으로 옮기지 않는 한 동생이 살아날 수 없다고 하고, 큰 병원으로 옮기려면 차에 넣을 기름이 필요합니다. 동수와, 또 함께했던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은 이제 기름을 얻으러 돌아다닙니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위문공연을 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북한 체제가 반대하는, 서양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기리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학교에서 배운 체제선전을 위한 공연을 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결국 기름을 담은 병을 깨뜨려 동생을 병원에 옮기는 일은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못 있어 동생은 죽게 되지요.

 한편, 로보트에 눈독 들이는 동네 아이들도 많이 있고, 서로 훔치고 쫓아다니기를 반복하다 결국 이 사건은 당 간부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저녁 사상투쟁 시간에 당 간부는 돈을 받고 로보트를 보여주는 행위를 자본주의적 행위라며 야단치고, 더 심각하게는 로보트가 '남조선' 것일 수도 있다며 문제 삼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 해도 이런 문제는 엄하게 처벌 받기에 작은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순간, 더 높은 당 간부가 나타나 말합니다. 이 로보트는 'Made in china'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는 데다가, 이 네 명의 아이들이 위문 공연을 잘한다고 신문에까지 났는데 왜 문제를 삼느냐는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무사히 지나가게 되고, 아이들은 모범위문단으로 뽑혀 더욱더 마음껏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공연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의의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실정을 무겁지 않게, 어렵지 않게, 그러나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산타클로스가 북한에 전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을지 모릅니다. 감독들은 이 상상을 좀 더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상상 속에 현실이 있는 셈이지요. 감독 중에 북한을 직접 체험한 산 증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둘째, 미래의 우리 통일의 모델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통일 문제에 관련해서는 다양한 입장과 견해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은 '그들도 우리도 한 인간'이라는 관점일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더불어살기 위해서는 공통분모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공통점만 있는 사람도, 차이점만 있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 비율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모든 사람들은 서로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습니다.

 남과 북은 오랜 시간 언어도 달리 써왔고, 체제도 달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고유의 본성은 남과 북이 같습니다. 아이들은 산타클로스, 로봇처럼 신기한 것을 좋아한다는 점, 선물을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동생을 사랑한다는 점 등. 감독들은 이러한 공통분모에 초점을 맞추어 통일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 동안도 인간성이라는, 남과 북의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로 모성애와 같은 것이 다뤄졌지, 아이들의 모습이 다뤄진 영화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량강도 아이들'은 다소 참신한 시도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해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코믹하게 풀어낸, 그러나 현실 역시 놓치지 않은 영화, '량강도 아이들'. 7년여의 기간을 거쳐서야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던 만큼, 통일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hehe2001?Redirect=Log&logNo=110125143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