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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6자회담은 왜 성과를 내지 못했는가?

  북핵협상이 지난 20년간 계속되어왔지만, 북한의 핵실험 위협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희망을 보였던 6자회담마저 좌초되면서 비관적 전망이 예상되었고, 결국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북한의 핵협상 전략을 파악하여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협상 실패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핵협상의 악순환 패턴


  지난 20년 동안 북핵협상은 ‘북한의 도발, 핵위기 발생, 핵합의 타결, 합의 붕괴’ 등 네 가지 단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시작은 1980년대 중반에 북한 영변의 핵시설이 발견되었으나 북한이 IAEA 안전조치협정 체결을 거부하면서부터다. 1991년 12월 31일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듯 했으나 결국 북한이 IAEA의 사찰을 거부하여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영변 핵시설의 모습 (출처 : http://archivenew.vop.co.kr/images/702813b44e7ff335aad3e5d0642c7a2c/2008-10/29010706_004.jpg)


  두 번째 주기는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북한은 1993년 3월에 NPT탈퇴를 선언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1994년 5월에는 북한이 폐연료봉을 무작위로 추출하면서 긴장이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다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를 통해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하지만 결국 제네바합의의 이행문제로 북미 간 갈등을 겪으면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른바 2차 북핵위기가 시작되었다. 2003년 8월에 6자회담이 개최되어 그해 9월에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하지만 직후에 BDA 금융제재가 이어지자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다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2.13 합의와 10.3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다시 북한이 10.3 합의 이행과정에 불만을 표시하여 6자회담은 중단되었다. 


북핵협상 주기의 특징


(출처 : http://images.mediatoday.co.kr/news/photo/200810/73470_77120_5123.jpg)


  그동안의 북핵협상은 위기와 함께 시작되고, 합의에 이르더라도 이행 단계에서 좌초되었다. 따라서 북핵협상은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북핵위기가 오히려 핵협상과 합의를 촉진시킨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 미국은 이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탓에 결국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고 나서야 협상테이블로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로 북핵협상은 그 합의가 항상 붕괴된다. 이는 합의가 위기국면에서 급조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급조된 합의는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협상 주기의 발생 원인


  북핵협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북미 간의 상호 극단적 불신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핵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IVD, complete, verif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tion)를 요구한다. 반면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이나 수교 등 미국의 선이행을 원한다. 북미 간 상호 신뢰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이러한 양 측의 요구는 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북한의 공세에 대응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부재를 뜻한다. 이렇게 전략이 없을 경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기 쉬워 합의에 있어서도 내재적 결함을 수반한다. 또한 미국의 협상팀은 합의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실질적 이행체계가 부실한 합의가 도출되어 다시 이행 과정에서 파행을 맞는 것이다. 


  셋째, 미국과 한국은 북한 체제의 내구성과 핵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특히 90년대 초 미국에서는 북한 붕괴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아직도 건재하며 핵개발에 대한 의지도 대단히 확고하다. 결국 미국은 북한 체제의 견고함과 의지를 잘못 계산했기 때문에 합의 이행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넷째, 북핵문제의 해결 방법으로는 북한 붕괴론, 방치론, 협상론, 포용론 등이 있는데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정책 혼선을 빚었다. 그리하여 한국은 남남갈등, 미국은 네오콘과 국무부 협상파 간의 갈등을 겪은 것이다. 


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왼쪽)와 아르헨티나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오른쪽) (출처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7/7b/Dilma_and_Cristina_in_Mercosur_Summit.jpg/350px-Dilma_and_Cristina_in_Mercosur_Summit.jpg)


  다섯째, 북핵문제 해결에 적용할 해법에 관해 이견이 있었다.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상호사찰’은 ‘아르헨티나-브라질식’을 따른 것이다. 1980년대까지 핵경쟁을 벌이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상호사찰을 실시함으로써 핵투명성을 보장하는데 성공했다. 이 모델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군사적 경쟁이 종료되었다는 점이 핵심 배경이다. 하지만 북한과 한국, 미국은 군사적 경쟁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근처의 모습 (출처 : http://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1/04/21/PEP20110421041701034_P2.jpg)


  제네바 합의에는 ‘우크라이나식’해법이 적용되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자동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된 우크라이나는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반면 북한을 이 모델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은 핵무기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교훈과 대책


  6자회담 중단을 통해 북한이 쉽게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따라서 설령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한 비핵화를 실현시키기에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북핵협상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가.


  먼저 6자회담과 북미대화를 병행 추진해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과거 부시정부의 일방적 압박 정책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반대로 원칙에 기초한 협상외교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9.19 공동성명이다. 둘째, 북핵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6자회담도 결국은 당사국들 간 북핵해법에 대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다 창의적인 대북 비핵화 해법이 요구된다. 셋째, 6자회담 참여국 중에서 최대 이해관계자인 한국과 미국이 일관된 대북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다양한 대북정책 노선은 양국 간의 정책공조를 해친다. 바로 이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여 북한이 합의를 불이행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북핵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전반적인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구희상

mejunate@nate.com



[참고자료]

전봉근, 2011, "북핵협상 20년의 평가와 교훈", 『한국과 국제정치』, 제27권1호.

장달중 외, 『북미대립』,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