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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대니얼 고든의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

지난 2005년 8월 26일, 영국의 대니얼 고든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어떤 나라’가 개봉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평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떤 나라’는 북한의 전승기념일(휴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을 축하하는 매스게임(집단체조)에 참가하게 된 현순이와 송연이라는 두 소녀의 일상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폐쇄적이고 비밀스런 나라 북한에 대한 이야기”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북한의 매스게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이벤트 중 하나로 뽑히는데요, 10만에 가까운 출연진들이 한 치의 오차도, 한 명의 일탈도 없이 오로지 장군님 앞에 공연하는 그날을 위해 체조연습을 합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대니얼 고든 감독은 2002년에 북한이 참가했던 런던 월드컵(1966년)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한 적이 있는데, 이때 신뢰를 쌓았던 것인지 북한당국은 그에게 재량권을 주었고, 감독은 2003년 2월부터 약 8개월 동안 북한 체조선수 소녀 두 명의 일상과 가정생활을 밀착 취재하여 다큐멘터리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체조소녀 두 명의 가족은 장군님 앞에 나가서 매스게임을 하게 될 자녀를 자랑스러워하고 소녀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힘든 훈련을 쌓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찾아왔을 때,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그들은 매스게임에 참여하지만 그토록 열망하던 장군님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다음날부터 언젠가 장군님이 매스게임을 보러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다시 체조연습에 돌입하고 이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어떤 나라’는 북한 사회에 대한 독특하고 주목할 만한, 그리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영화였기에 우리 국민들을 비롯하여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는 매스게임, 평양 주민들의 모습과 관련된 것들 뿐 아니라 북한의 사회 현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데,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영화에서 영하 20℃의 혹한 속에서 입술이 파랗게 언 채 집단체조 훈련에 참가한 북한 어린이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장군님께 기쁨 드릴 날’을 그리면서 고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힘들지 않냐’라는 제작진들의 질문에 “장군님께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라고 부축하는 것만 같아 힘이 난다!”라고 답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장군님’이라는 대상을 철저하게 섬기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대 같은 큰 키에 피골이 상접한 현순의 할아버지는 “미국 놈들의 경제봉쇄 때문에 우리나라가 못삽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식사 중 전깃불이 꺼지자 현순의 식구들은 “미국 놈이 원수지!”라고 하며 푸념을 합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북한 주민들이 미국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북한 사회의 현실인 것입니다.

 

 

사실 ‘어떤 나라’가 개봉된 후 고든 감독이 북한 사회에 대해 너무 모른 채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평양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평양은 북한 사회의 특권층을 상징하며 대외 선전을 위해 조성한 전시 도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은 북한 사회 특권층에서 식량 걱정 없이 특급 시설에서 생활하는 고위층 자제의 일상들을 들여다 본 것인데, 이것들이 북한 주민의 평범한 일상이라고 믿는 고든 감독은 아직도 북한 사회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보통사람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던 고든 감독. 하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북한의 보통사람들의 일상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장마당에서 하루 벌어 살기도 힘든 일반주민들, 청소년, 학생, 노동자, 농민, 어린이들의 ‘보통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제식량기구는 북한이 국제사회 원조 없이는 매년 수십만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고든 감독이 북한 정부가 제공해주는 이미지를 촬영해 그것을 서양에 내다 파는 ‘선전 장사꾼’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작 당시 ‘이 영화에 정치성을 배제 하겠다’라고 밝혔던 고든 감독이 자신의 생각대로 조심스럽게 제작한 것 같다는 옹호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든 감독이 많은 이들에게 북한의 거짓된 현실을 알리고 북한에 대한 또 하나의 허상을 만들어낸 것만 같아 아쉽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 대니얼 고든 감독

 

이처럼 영화 ‘어떤 나라’는 전체주의적 행위를 집중 조망하는데 다큐멘터리의 대부분을 할애하였다거나 서구인의 눈에 보이는 ‘신기한 나라 북한’을 피상적으로 그려낼 뿐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니엘 고든 감독이 집중한 것은 21세기 초 평양에서 살아가는 두 평범한 소녀의 삶입니다. 섣불리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주의하되, 내레이터의 개입은 용인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설명적 양식과 다이렉트 시네마[각주:1] 양식이 혼합된 형태로 이 영화가 만들어 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집단체조라는 극단의 전체주의적 행위를 그리면서도 그 수만 명의 구성원 중 두 명의 삶 속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을 아우르고자 한 감독의 투철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 밖에도 ‘어떤 나라’는 미국의 적대국가로만 서구에 알려진 북한을 비교적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해본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정치적 판단을 유보한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인터뷰와 북한의 풍경, 선입관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노력으로서 과도하지 않은 지식이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외적으로 생각을 하게 이끌어 낼 뿐입니다.

 

 

이번 따스한 봄날, 영화 ‘어떤 나라’를 관람하며 북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한 영화 속 두 소녀 현순이와 송연이를 보며 매스게임 하는 그들을 만날 수 있게 될 한반도의 통일을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나라’를 보며 두 동강 난 우리 한반도가 어서 빨리 통일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사진>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0640&t__nil_main=tabName

<정보>
-http://www.movist.com/movies/etc.asp?mid=32138

 

  1. 다이렉트 시네마란 1960년대 미국에서 발전했던 다큐멘터리 운동으로,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고 객관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을 말한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