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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북한 출신 한 청년의 고백, 세상 밖으로 나오다

여러분! 혹시 신동혁씨의 ‘세상 밖으로 나오다’라는 책을 아시나요?

이 책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저자 신동혁씨는 2006년에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입니다. 신동혁씨는 탈북 이후에 2007년 10월 ‘세상 밖으로 나오다’라는 제목의 책을 한국에서 처음 출판했으나, 이 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향은 매우 적었습니다. 한국에서 신동혁씨는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탈북민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고,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동북아특파원을 지낸 블레인 하든은 신동혁씨의 증언을 듣고 ‘14호 수용소(Escape from Camp 14)’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이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전체 63위에 오르기도 했고, 한때 뉴욕타임즈 비소설 부문에서는 17위로 상위권을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 후 신동혁씨의 페이스북에는 그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독자들의 소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출판 당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신동혁씨의 진솔한 고백이 묻어 있는 ‘세상 밖으로 나오다’라는 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오다’의 저자 신동혁씨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인 개천 14호 관리소 출신입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신동혁씨가 개천 14호 관리소에서 태어나 최초로 탈출에 성공했다는 것인데요. 그의 인생역정은 기구하다 못해 처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신동혁씨는 관리소에서 모범수 남녀의 ‘표창결혼’으로 태어났는데요. 태어나면서부터 정치범으로 24년간 살았고, 2006년 관리소 내에서 평양 출신의 다른 정치범으로부터 바깥 세상에 대해 듣고 탈출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수용소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1982년 11월 19일 개천 14호 정치범 관리소 완전통제구역에서 수용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죄수의 삶을 시작함
1988년 관리소 학교 입학
1996년 11월 29일 어머니와 형이 탈출시도로 공개처형 당함
2005년 1월 2일 개천 14호 정치범관리소 탈출 성공

 

이 책에 의하면, 과거에 신동혁씨는 북한인권정보를 제공하고 정치범관리소 실태를 세상에 고발하기 위해 북한인권정보센터를 직접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처음에 신동혁씨는 자유롭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도 북한인권정보센터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신동혁씨는 하나원(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사회적응교육기관) 수료 이후에도 관리소 완전통제구역 경험과 탈북시 충격으로 인해 심각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2007년 1월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문 및 PTSD 상담 팀’의 보호를 받게 되었고, 그 이후 본 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사회적응 훈련 기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점차 되찾자 신동혁씨의 수기가 담긴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출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세상 밖으로 나오다'의 저자 신동혁씨


현재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험자들의 국내 입국이 증가하면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증언들이 많이 추가되고 있지만,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나 자라온 신동혁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과 분노, 그리고 좌절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매 순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이 책에 신동혁씨의 진솔한 경험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더욱 놀라웠고 비참한 북한 수용소의 실태에 대해 아픔을 느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신동혁씨가 직접 작성하고 이야기하여 메모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북한 정치범 관리소의 인권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동시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세상 밖으로 나오다’ 내용 일부분을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나의 어머니 장혜경은 관리소에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였다. 어머니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관리소 내 피복 공장에서 일하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해서 집을 배치 받으면서 농장으로 옮겨왔고, 그의 집에 살면서 농장 일을 하였다. 어머니는 1950년 10월 1일 생이다. 생일도 어머니가 말해 준 게 아니라 내가 감옥에 들어가서 본 문건에서 출생일을 보게 되어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생일이라는 것 자체를 챙겨주지 않고, 어머니께서도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식에게도 말해주지 않는다. (25p)


2. 어제와 같은 조사원 3명이 나를 불러내더니 내 눈을 가린 채 다시 어디론가 갔다. 원형으로 된 복도를 지나서 번호도 붙여져 있지 않은 방에 들어갔는데, 방에 들어서자마자 직감적으로 다른 방과 다른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가 바로 비밀 감옥의 고문실인 것이다. 고문실은 처음 조사를 받았던 방의 두 배 정도로 교실 한 칸 정도 되어 보였다. 천정에는 쇠사슬이 늘어뜨려져 있고, 벽에는 갈고리, 망치, 밧줄, 도끼, 뺀치, 여러 가지 모양의 몽둥이 등 각종 고문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널따란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집게가 놓여있었다. (170p)


3. 우리는 첫 번째 철조망과 두 번째 철조망 사이로 달려들었는데, 나는 철조망 앞으로 난 순찰 길이 얼어서 한번 미끄러졌다. 그때 기술과장은 바로 뛰어든 상태였다. 나도 재빠르게 철조망 건너편에 손을 먼저 짚었다. 첫 번째 선과 두 번째 선 사이로 몸을 들이미는 순간 발바닥에 무엇이 찔리는 느낌과 순간 두 다리 아랫부분이 전기에 붙으면서 정신이 아찔하였다. 그래도 나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기어 나왔다. 성공이었다. (279p)

 

 

신동혁씨는 이 책이 출판된 이 후 자신의 개인적 안정과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관리소에 남아 있는 동료와 앞으로도 계속해서 태어나 수용소의 노예로 살아갈 이성과 비판적 인식이 마비된 자신의 후임자들을 구출하는데 헌신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한국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의 무관심, 특히 북한이탈주민 사회의 무관심에 대하여 크게 절망했다고 합니다. 신동혁씨에게는 그곳에 남아 있는 수용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단 하루라도 바깥세상을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만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북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해오면서 신동혁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가 있었는데요. 2011년 여름에 북한인권학생연대에서 실제로 신동혁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신동혁씨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 후 신동혁씨가 직접 보내주신 책 ‘세상 밖으로 나오다’를 통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운영체계와 실태에 대해 더욱 자세히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신동혁씨가 직접 보내주신 '세상 밖으로 나오다'

사실 오늘 소개했던 신동혁씨의 ‘세상 밖으로 나오다’는 2007년 출간 이후 현재까지 총 판매부수가 5000부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동안 서점에서보다는 행사용 단체주문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제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에서도 구입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현재 신동혁씨에 대한 증언은 북한 인권에 관련된 서적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보다 많은 국민들이 신동혁씨와 북한 인권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랄 뿐입니다. 신동혁씨에 대한 정보와 증언은 영화 김정일리아에서도 더욱 자세히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 했던 책 ‘세상 밖으로 나오다’ 또는 신동혁씨의 증언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상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통일이 되기 전까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꼭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오늘도 정치범수용소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파옵니다.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 인권을 알아 그들의 영혼을 달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줄 ‘통일’을 간절히 염원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num=43099&cataId=nk06100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60571
-http://www.sundayjournalusa.com/article.php?id=17210

<정보>
-세상 밖으로 나오다: 신동혁, 북한인권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