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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분단 독일의 모습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 <사랑의 국경선>

남북의 통일을 원하는 우리에게 있어 독일의 통일 사례는 부러움의 대상이면서도 또한 좋은 모델이 됩니다. 그것이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독일의 사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이유겠지요.

그리고 여기 독일의 통일 사례에 대한 좋은 영화가 한 편 있어 소개합니다. 제6기 대학생기자단 발대식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통일 문제는 정치, 정책, 현실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또 민족이며 가족이라는,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풀린다"라고 했는데, 저는 이에 적극 공감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소개하는 영화도 독일 통일의 과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이러한 통일의 해법에 대한 실마리, 그러니까 우리는 인간의 이름, 가족의 이름으로 하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사랑의 국경선>이라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의 원제는 ‘찰리 검문소의 여인’(Die Frau vom Checkpoint Charlie)입니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독일의 한 어머니와 두 딸들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지요. 세계적인 명작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담은 <프레데릭 백의 선물>을 DVD로 출시했던 <베네딕도 미디어> 임 세바스찬 신부(독일)가 2009년 첫 DVD 출시작으로 선보인 것인데요, 원래 독일 제1방송 ARD가 2007년 2부작의 미니시리즈로 방영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영화에서 사라 벤더라고 나오는, 그러나 실제로는 주타 갈루스라는 본명을 가진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여인은 동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꽤 괜찮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 받으며 또 괜찮은 보수도 받으며 홀로 두 딸을 데리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업무 능력에서의 인정은 받되 직장에서 공공연히 동독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언사로 문제가 되는 인물이기도 했지요. 결국 직장 내에서는 요주의 인물이 되고 맙니다. 그러한 언사가 문제가 되어 발레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던 딸이 발레 우수반에 뽑히지 못하고, 실력이 훨씬 떨어지는 아이가 딸을 제치고 우수반에 뽑혀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서독에 계신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서독에 잠시 다녀오려 했는데 직장 내에서 했던 발언들이 문제가 되어 여행 허가서가 나오지 않게 되고, 결국 그녀는 사이가 매우 각별했던 아버지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 동독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이후 동독 탈출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요, 단순히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감정적인 이유에서 동독을 혐오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아마도 그 이전부터 사상의 자유를 통제하는 동독 체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다가,  바로 그 체제를 위해서 부녀 간의 정이라는 천륜마저도 간섭하려 하는 동독의 실태를 더욱 극적으로 접하고서 탈출을 계획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더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그녀는 2년형을 선고받고 사랑하는 두 딸과도 헤어져 감옥으로 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그녀는 잠시 정신이 이상해져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이야기하면 잠시 정신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남자친구의 만류에도 불구, 자신의 소신을 법정에서 당당히 밝히고 감옥에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소신을 갖고 행한 동독 탈출을 부인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두 딸은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양부모 집에 입양되게 됩니다.

그렇게 2년의 형기를 마치고 서독에서 동독 정치범들을 돈 주고 데려가게 되는데, 그 명단에 그녀는 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두 딸과 함께 사는 것. 두 딸을 두고 가는 한 그녀에게는 서독의 자유도, 무엇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그녀는 서독으로의 합당한 절차를 거친 이주에 동의하기에 앞서, 두 딸도 데려갈 수 있는지를 묻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 동독 정부의 대답은 YES였습니다.

그러나 먼저 어떤 서류에 사인을 해야만 한다고 했고, 서독에 가서 신청을 하면 두 딸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순순히 사인을 하고 서독으로 가게 되지요. 그러나 그것은 동독의 거짓말일 뿐, 사실 그 서류는 아이들에 대한 권리를 양부모에게 넘기겠다는 동의서였습니다. 그리고 서독으로 간 그녀는 두 딸을 서독으로 데려와줄 것을 요구하는데요,번번이 거절당하고 맙니다.

결국 그녀는 언론을 이용하여 이 사건을 공론화시키고, 국제인권협회에 찾아가 도움도 요청하게 됩니다. 그녀는 날마다 검문소에 찾아가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의 마땅한 권리라며 호소하게 되고, 이것이 그녀가 '검문소의 여인'이라고 불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독 정부와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됩니다.

국제인권협회 회의가 열리는 헬싱키로 찾아가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 두 딸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국제 사회가 나서 주길 호소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녀는 국제인권협회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비밀리에 연락도 주고받게 되는데, 그것이 아이들의 양부모에게 발각되고, 양부모는 아이들에게 친모에 대해 자꾸만 거짓말을 하며 둘의 관계를 끊으려 합니다. 급기야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엄마가 죽었다고 거짓말까지 하게 되죠.

그뿐만이 아니라 동독 정부는 비밀리에 요원을 보내 그녀에게 상해를 입히려 위협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살인을 시도하지만 가까스로 그녀는 위기를 벗어납니다. 결국 그녀의 치열한 노력 끝에 동독 정부는  두 아이를 서독으로 돌려보냅니다.

결국 두 딸과 상봉하게 된 주인공

이 과정에서 저는 끊임없이 진실을 은폐하려 하는 동독 정부에 대한 분노하였습니다. 그들의 체제가 그러한 거짓말로밖에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결국 그들의 체제가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인데 거짓이라면 그 체제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 그런 수단까지 이용하고 어린 두 아이의 마음에 상처까지 입혀 가며 꼭 그래야만 할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독일에서는 1980년대에 있었던 일이 한국에서는 2010년, 그러니까 약 30년이 경과한 이후인 지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이 참 서글프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한 탈북 외에는 사실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이 하나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서는 없습니다. 영화에서 본 독일은 돈을 내거나 여행증을 발급받으면 잠시 서독과 동독을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그러한 일이 불가능합니다. 여행이라고 해 봐야 금강산 관광 뿐이지, 북한에서 남한으로 여행오는 일은 불가능하며, 또 금강산 여행도 금강산만 여행할 뿐 아는 사람들을 찾아서 인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서독에 사는 사람이 동독의 가족을 찾아가서 잠시 만날 수도 있었고 거꾸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영화 속의 주인공은 평소 직장에서의 반체제적인 발언이 문제가 되어 서독 여행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요.

이러한 통일 준비가 기반이 되어 결국 독일은 통일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통일 이전부터 서로 간의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도 이러한 교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다행히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갈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영화 속의 사례가 더욱 부럽게 다가오기만 합니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국경도, 체제도 초월한 위대한 모성애의 승리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해석도 가능하다고 생각은 들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정의에 대한 신념의 승리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동독에 있을 때도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뚜렷이 밝혀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입만 다물면 인생이 훨씬 편해질 거라는 핀잔도 듣지요. 그러나 그녀는 소신을 굽힐 수 없습니다. 왜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마땅한 권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소신이기 때문이었지요.

결국 그녀의 소신에 전세계 언론이 공감함으로써 이 일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녀 한 사람의 모성애가 이루어놓은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녀의 모성애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권'이라는 것을 지향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모성애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라고 해도 가능하지만, '인권이라는 최고의 정의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라고 내려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리의 통일 시나리오에 다음의 몇 가지 귀중한 교훈을 안겨줍니다.

첫째, 우리의 통일도 역시 우리는 한 가족이고 한 집안이라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에 풀린다는 것,

둘째, 체제의 다름으로 인한 사랑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되 그럼에도 '인권'이라는 것은 어느 체제든, 어느 시대든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최고의 '정의'이며, 이 공통의 목적을 지향하는 가운데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셋째, 통일 이전 서독이 동독에 대해서 했듯이 보다 효과적인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말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지인들과 함께 보시고 통일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현정 기자/백석대 신학, hyunjeong21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