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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 종교실태 (1)] 잃어버린 신명에의 기억, 북한의 무속신앙

 김일성 일가를 신으로 모시는 주체사상의 ‘신정(神政)체제’, 북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회담과 상호방문이 실시되자 북한은 북한 내에도 종교 활동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각종 종교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러한 움직임의 실체는 어떠할까?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북한의 각 종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과연 어떠할까?

 이에 대해 한번 무속신앙, 불교, 기독교. 이렇게 한국에서 나타난 종교의 순서대로 개괄적인 조망을 해보고자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김금화 만신> 오늘날의 한국 무속신앙은 중요한 무형문화재로 다뤄지고 있다. 출처 : [한 장면] 비단꽃(錦花)의 신명, 부산일보 (2007년 10월 20일)


잃어버린 신명에의 기억, 북한의 무속신앙

 한국의 토착 종교이자 한국인이 가진 관념의 기저, 무속신앙!

 한국의 무속신앙은 조선후기에 쓰인 ‘무당내력(巫黨來歷)’이라는 책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신교(神敎)를 개설하여 이를 부루라는 인물에게 가르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아주 긴 역사를 가진 무속신앙은 조선 건국 이래 근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혹세무민의 사술이라는 오명을 쓰고 지배층으로부터 오랜 탄압을 받아왔음에도 민중의 마음을 만져주며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한국의 중요한 무형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낳는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웹툰 ‘신과 함께’(위 왼쪽), 소설 ‘바리데기’(위 오른쪽), 드라마 ‘해를 품은 달’(아래)>
한국의 무속신앙은 오랜 탄압에도 살아남아 오늘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낳고 있다.
출처 : 웹툰 ‘신과함께’ 영화화, CJ측 자 확정 검토 단계도 아니다, 뉴스센(2012년 7월 8일)
[책세상] 황석영 새 장편소설 '바리데기', 부산일보(2007년 7월 21일)
MBC 상반기'효자'프로그램 …'해를 품은 달', 인천일보 (2012년 8월 8일)


 그런데 북한에서 무속신앙의 위치는 어떠할까? 북한에서도 하나의 고유한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고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요’이다.

 북한체제는 무신론의 공산주의 이념을 내세워 지난날 조선조의 성리학 사대부들처럼 무속신앙을 단순한 혹세무민으로 규정하였고 다른 종교와는 달리 외적인 인정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동신제(洞神祭)나 산신제(山神祭) 등의 행사를 단순히 ‘미신적 행위’라 깎아내리며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였고 이러한 행사들을 이르러 사람이 깨이지 못하였을 때나 하던 것이라 주민들에게 주입·교육시켰다.

 결국 만수대탁굿 등 북한지역에서 전승되던 전통 굿들은 모두 현지에서 소멸되고 말았고, 이에 창세가 등 북한지역에서 전승되던 신가(神歌)문학 역시 현장에서는 사라지고 채록으로만 남게 되어버렸다. 실로 ‘반달리즘(다른 문화나 종교 예술 등에 대한 무지로 그것들을 파괴하는 행위)’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잃어버린 신명(神明)’은 잃어버린 것일 뿐 잊힌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5년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11월에 ‘김일성 아버지, 고맙습니다.(Thank You, Father Kim Il Sung)’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세기 말의 대규모 기근사태를 계기로 하여 오랫동안 억눌린 무속신앙이 북한체제 내에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당국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북한에서 무속신앙에 대한 단속이 어느 정도 풀린 상황이라고 해도 엄연히 불법적인 것은 불법적인 것인지라 그들의 무속제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방적인 장소에서의 굿과는 거리가 있는 형편이다. 그들의 제의는 뒤에서 몰래 숨어 기원을 하는 수준에서 그쳐지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신명에의 기억을 잊지 않은 북한 무속인들의 처지는 지난날 구소련 치하의 시베리아 원주민 샤먼들의 처지와 상당히 비슷하다. 지난날 그들 역시 오늘날 북한의 무속인들처럼 소련 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그들의 신명을 잊지 않고 뒤에서 몰래 입에서 입으로 그들의 전통을 지켜왔다.


구소련시기의 탄압을 증언하는 부랴트족 샤먼(왼쪽)과 굿을 하는 투바족 샤먼(오른쪽)
오늘날 북한의 무속인들처럼 시베리아 원주민 샤먼들도 당국의 눈을 피해 그 의식을 치뤄야만 했다. 오늘날 시베리아의 여러 민족 자치공화국에서는 샤머니즘이 부활하고 있다. <출처 : 최후의 툰드라 4부 샤먼의 땅, SBS (2011년)>


 그들의 이러한 처절한 노력은 소련 붕괴 이후 수립된 민족자치공화국 내에서 샤머니즘의 부활을 가능케 하였고 그들의 민족혼을 다시 일으킴과 함께 그들 신앙의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게 하였다.

 북한의 무속신앙도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처럼 자유의 몸을 얻는다면 이는 실로 우리 전통문화의 중흥이자 동시에 문화인류학의 대발견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북한의 무속신앙이 예전처럼 당당히 민중의 한을 풀어주고 민중에게 복을 나눠주는 모습을 되찾아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문화콘텐츠자산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여본다.


2부 '껍데기만 남은 진리의 수레바퀴, 북한의 불교'에서 계속 됩니다.



참고자료 및 관련 인터넷 사이트

비단꽃 넘세, 김금화, 생각의 나무 (2007)
샤먼의 코트 -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안나 레이드, 미다스북스 (2003)
SBS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