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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가속화되는 에그플레이션, 더딘 북한의 식량난 해결

 최근 국제곡물가의 폭등으로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의 위협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습니다. 에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용어로 곡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과 러시아 등의 주요한 곡물 수출 국가에서는 최악의 가뭄 사태가 이어져 에그플레이션은 쉽게 해결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식량자급률이 높지 않아 먹을거리와 관련된 물가에 악영향은 가속화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식량자급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은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요?


<익어가는 벼의 모습.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좋았을 때는 북한에 많은 식량을 지원하였으나 경색국면인 지금은 그전보다 확연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원이 활발했을 때에도 북한의 농업은 비료나 농약, 농기계 등의 농업 생산자재도 부족하며 산림의 황폐화나 자연재해로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에 농업정책의 기조를 농업 지도 이념에서 실천적인 농업정책 추진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농업부문에서 종자혁명과 이모작, 감자농사혁명 등을 강조하였고 기반정비부문에서 토지정리사업과 대규모 물길공사를 추진하였고 축산부문에서는 곡물 부족을 반영해서 소와 같은 초식 가축 사육을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농업정책도 실패하게 됩니다.

 2010년에는 신년공동사설에서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 라는 글을 게제하고 경공업과 농업의 발전을 통해 인민생활 향상을 도모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난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북한의 식량난은 수해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때문이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의 모순과 비생산성에서 빚어진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공급의 부족보다는 중앙배급체계의 부분적인 붕괴와 부패성, 식량유통체계의 마비, 일반주민보다 당, 군인에 대해 식량을 우선 배정하는 시스템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농장은 농사지을 땅과 농기구, 가축, 노동력 등을 갖추고 농업을 경영하는 곳입니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계획경제의 원칙이 농업분야에서 적용된 형태입니다. 이는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원칙의 실현을 위함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협동농장은 잉여생산물의 축적 및 분배에 대해 자유롭게 인정하지 않았고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특정한 밭을 경작할 때 필요 이상의 농민이 투입되면 그 생산성이 줄어드는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1996년에는 농업 부문에서 새로운 분조관리제를 시도하여 분배제도의 변화를 꾀한 적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개혁이나 개방, 즉 보다 자율적인 방식의 농업 체제로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농업 부문에서 국내의 부족한 농업생산성을 향상시켜 식량난을 해소하려는 단기적인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농업개혁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어 전반적인 경제개혁을 위한 기반을 확보한다는 개혁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였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북한 수재민에게 전달된 쌀이 군산항에서 배에 선적됐던 모습 <출처 : 통일부 "대북 쌀지원 검토하는 것 없다" 2011년 3월 28일 연합뉴스>


우리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군용미로의 전환 가능성과 정말 필요한 수혜자에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북한 식량난을 위한 대북지원에서 필요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난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목표한 수혜자에게 지원 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현장의 식량수급 상황과 취약계층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지원보다는 북한의 인식 변화가 먼저 필요합니다. 농업생산부문에서 생산물의 분배체계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없다면 식량난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잉여생산물과 생산성, 동기유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잉여생산물의 구현을 위해서는 농업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하며 농민들의 동기유발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 수단으로는 농장의 분배체계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적극적인 개방 시스템의 도입이 그것입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업은 천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높은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도 그들이 먹는 밥은 결국 농민들의 노고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땅을 경작하고 일구는, 재배하는 일(Cultivate)이라는 것은 인간 문화(Culture)의 발전을 이끌어낸 위대한 사업입니다.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변국의 지원이 아니라 그들의 농업시스템의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