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탄광, 아오지(阿吾地)!
그런데 이 ‘아오지’라는 말.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토박이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자말도 아닌 것이 그 정체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 아오지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리고 북한 지도에 있는 ‘김형직군’이니 ‘김책시’니 하는 지명들은 분명 사람의 이름을 따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떠한 까닭으로 지명이 된 것일까? 북한지역 지명의 유래에 관한 비밀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1) 만주어(滿洲語)에서 유래한 지명, 아오지와 두만강
아오지는 오늘날 함경북도 경흥군(慶興郡)의 한 읍(邑)으로 1억 5,000만 톤에 이르는 갈탄이 매장된 아오지 탄전이 있는 곳인데, 정치범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는 곳으로 그 악명이 매우 높은 곳이기도 하다.
‘아오지’라는 이름은 본디 만주어로 검은 돌 즉, 석탄을 뜻하는 말로 이 지역에 석탄의 한 갈래인 갈탄이 많은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그런데 왜 함경도에 만주어에서 유래한 지명이 존재하는 것일까?
<만주족(左)과 만주문자로 표기된 만주어(右)>
만주족은 퉁구스계의 민족으로 함경도 지역에도 많이 거주하였다.
따라서 북한지역에는 만주어에서 유래된 지명이 적지 않다.
만주족 출처 : 건륭제(乾隆帝)의 만주족 시위(侍衛), Wikipedia
만주문자 출처 : 죽은 만주어, 우리역사 연구엔 새 활력소, 동아일보 (2010년 05월 13일)
이는 본디 함경도가 만주족(滿洲族)의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함경도지역은 오랫동안 고구려와 발해 등 우리의 선조들이 세운 왕조들의 지배를 받아온 곳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만주족이 원주(原住)해온 지역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함경도지역에는 재가승(在家僧)이라 하여 조선의 지배를 받게 된 만주족의 후예들이 해방이전까지 자기네들의 풍속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때문에 이처럼 만주어에서 유래된 지명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만주어에서 유래된 북한의 대표적인 지명으로는 또 어떠한 것이 있을까? 바로 두만강(豆萬江)이 있다. 두만강은 만주어 ‘투먼 울라(Tumen Ula)’를 한자로 소리 나는 그대로 옮긴 것인데 여기서 ‘투먼’이란 만주어로 숫자 만(萬)을 뜻한다. 이는 대략 일 만개에 이를 정도로 굉장히 많은 지류를 가지고 있는 두만강의 속성을 본 따 지은 것이다.
2)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지명, 김형직과 김정숙
북한의 지도를 살펴보면 이를테면 김형직, 김정숙, 김형권, 김책과 같이 누가 보아도 사람이름인 지명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도대체 이들이 누구이고 또 왜 사람의 이름을 땅의 이름으로 삼은 것일까?
<김정일의 모친, 김정숙>
북한은 체제 선전을 위하여 기존의 지명을 김일성과 관련이 있는 자들의 이름을 따와 바꾸는 웃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
출처 : 中, 김정숙 밀랍상 만들어 北에 선물한다, 동아일보 (2010년 10월 16일)
이 역시 북한이 벌이고 있는 선전술의 한 일환으로 이뤄진 일이다. 김형직은 김일성의 부친이고 김정숙은 김일성의 아내, 김형권은 김일성의 숙부, 김책은 일제 강점기의 사회주의자이다. 이들 모두 김일성의 친족이거나 가까운 이였던 자들이다.
북한은 1951년 성진시(城津市)를 김책시(金策市)로 바꾸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81년에는 신갈파군(新乫坡郡)을 김정숙군(金正淑郡)으로, 1988년에는 ‘후창군(厚昌郡)’을 ‘김형직군(金亨稷郡)’으로 그리고 1990년에는 풍산군(豐山郡)을 김형권군(金亨權郡)으로 바꾸어버렸다.
또한 그 밖에도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퇴조군(退潮郡)’을 ‘락원군(樂園郡)’으로, ‘경원군(慶源郡)’을 ‘새별군’으로 바꾸는 등 기타 여러 지명을 공산주의 이념과 관계된 용어들로 바꿔버렸다.
지난날 만주족의 거주지였기에 만주어의 흔적이 남은 아오지와 두만강처럼 지명이라는 것은 그 지역의 대대손손 내려온 오랜 역사와 결부된 것이다. 하지만 김형직군이니 새별군이니 하는 지명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는 단순히 체제의 안정을 꾀하려는 작명으로 억지일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겨레의 상생공영을 위한 평화통일이 이루어져 해당 지명들이 아오지나 두만강처럼 고유의 오랜 역사와 결부된 본래의 이름들을 되찾길 간절히 기원하여본다.
※ 만주어의 로마자 표기는 묄렌도르프(Möllendorff)식 로마자 전사법을 따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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