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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 : 수원대 양정훈 교수 인터뷰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는 북한학과에서만 가르친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학과가 설치되지 않은 대학에서 일반 교양 강의를 통해 많은 학생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전달하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바로 수원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의 양정훈 교수님입니다.

지난 6월 25일 월요일. 한국전쟁 발발 62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에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원대학교 인문대학 내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양정훈 교수님은 현재 수원대학교 교양 과목인 '북한 사회의 이해'를 맡아 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과목은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마다 수강 정원 120명 안에 들기 위해 수강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 있는 교양 강좌이기도 합니다.

교수님의 강의는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매년 제작하는 '북한 이해'를 교재로 채택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교재를 바탕으로 북한의 문화와 예술, 정치, 교육, 군사 등 북한의 실상을 공부하고, 이에 덧붙여 북한이탈주민 문제 등에 대한 세미나식 수업을 통해 북한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학과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러시아어문학과 소속으로, 북한학과가 존재하지 않는 대학에서 일반 교양으로 북한학에 대해 강의하신다는 점이 참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양정훈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수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정훈 교수님과의 일문일답(一問一答)

질문1) 교수님께선 러시아어문학과 소속이신데 북한학을 따로 전공하신 것인지요? 어떤 계기로 북한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신 것인지요?

- 북한학을 직접 전공한 것은 아니고, 원래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당시 러시아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북한이탈학생들을 만나며 서로 교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선교사들을 도울 일이 많았는데, 선교사들이 탈북 지원 사업에 많이 관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질문2) 수원대 교양 과목 중 하나인 북한 사회의 이해라는 과목을 개설하게 된 배경과 목적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2000년도에 수원대에 겸임교수로 오게 되면서, '북한 사회의 이해'와 '한반도와 국제정치', '글로벌 시대의 매너와 자기관리'라는 세 과목을 개설하게 되었다. 당시 이 과목들을 개설한 목적은 학생들의 사고가 글로벌화 되었으면 하는 이유가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북한 사회를 배움으로써 글로벌화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회를 이해하면서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질문3) '북한 사회의 이해' 강의를 하실 때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 자칫 잘못하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치적인 논리에 의한 그릇된 시각으로 변질될 수 있기에, 객관적인 입장으로 수업을 하려 한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 주민들과 북한의 지도부는 별개인데, 그것을 하나로 연계해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본 강의를 개설한 목적은 학생들 스스로가 깨우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함양하여 그런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질문4) 해당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반응이나 태도는 어떤가요?

-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북한 문제나 통일 문제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에, 친구 따라 수강 신청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해당 강의에 만족을 하고, 강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소수의 학생들이라도 강의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여러분과 같은 이들도 나왔고, 또 학기마다 몇몇 열성적인 학생들이 찾아와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와 관련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질문5) 학교 밖에서는 북한 혹은 통일 관련하여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가요?

-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했었고, 지금 현재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에서 발간하는 '통일시대'라는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미래 한반도 통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건전한 방향, 다시 말하면 후대에 여러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여러 학자들과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

질문6)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한반도 통일의 비전은?

- 가까이보면 현재 우리나라와 러시아 사이에 연결하려는 가스파이프라인 건설TKR(한반도 종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TCR(중국 대륙횡단철도) 등 (경제적 교류와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 북한에 개방을 하라고 재촉할수록 그들의 문은 더욱 견고하게 닫힐 것으로 본다. 그들의 현재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인식하고, 개혁/개방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간접적인 방법(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만약 가스파이프 라인이 연결되고, 철도가 연결이 된다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질문7)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은 체제의 전망은 어떤가요?

- 아직은 과도기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서 본다면) 이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겠는가? 그러려면 국제 사회에 발을 내딛고, 어느 정도 개방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만일 그가 그의 아버지 김정일처럼 국제 사회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문을 닫고 산다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반기를 드는 또 다른 세력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그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은 본인 스스로가 빠른 시간 내에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 밖에 없다. 지금 현재 북한 실정으로 봤을 때, 자발적인 경제 성장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특히 중국이나 미국만 바라보지 말고 (같은 민족인) 남한을 파트너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전에도 언급하였다시피 가스파이프 라인 연결 사업과 철도 연결은 미래에 굉장히 비전이 있다고 본다.

교수님께서는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철도 연결 사업'을 수업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강조하시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북한 사회의 이해' 과제 중에는 한반도 지도를 그리는 과제가 있는데, 이 악명(?) 높은 과제는 단순히 한반도의 행정구역만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TKR과 같은 남북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를 정확히 표기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 종단철도 사업이 미래 한반도 통일의 초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교수님은 매우 날카로운 시각으로 북한 사회의 문제점을 집어내셨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들도 깨달음을 얻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간 질문들이 다 떨어졌음에도, 개인적인 호기심에 의해 교수님께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원래 질문 중에는 "요즘 젊은 학생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고,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무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젊은 학생들은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와 맞물려 진지하게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뿐이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느낀다."며 미래 한반도 통일의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교수님께선 집필 활동에도 열심이셨는데, 2008년에는공무원 사이버 통일교육의 효율적 추진방안 연구(통일부 통일교육원)라는 저서를 저술한 바 있고, 또 최근에는 젊은 학생들이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통일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셨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어진 교수님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통일 문제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특히나 교수님께선 "북한이탈주민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일이 잦아서 그들 중엔 자존심이 상하는 이들도 많다. 북한이탈주민들을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민족,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교수님은 통일부 상생기자단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강의를 들은 제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상생기자단에 지원을 해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나니,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반가움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는 교수님의 말씀처럼, 미래 한반도 통일의 주역인 우리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통일 담론 형성을 주도하고, 한반도 통일의 비전을 창출함으로써, 한반도의 완전한 통일을 이끌어내기를 기원해봅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 5기 김경준, 황가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