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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다녀와서

지난 28일,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명당산에서 6.25 전쟁 때 전사한 국군 장병의 유해가 새로 발굴되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작업을 시작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그동안 이곳에서만 총 7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곳은 6.25 때 치열한 격전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동족상잔의 비극을 느끼고 많은 이들에게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해드리고자 상생기자단이 국군 유해 발굴 현장을 직접 방문하였습니다.

 

기자가 방문했던 명당산은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서화리 방향에 위치한 산으로, 1951년 6월 3일부터 17일까지 국군 5사단 예하 3개 연대와 북한군 5군단 예하 3개 사단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격전지입니다. 이곳은 우리 국군이 다시 북으로 진격하면서 북한군과 일대 격전을 벌인 곳으로, 무려 15일 동안 서로 뺏고 뺏기는 전투가 반복되면서 이 와중에 국군 장병 160명이 숨지고 말았습니다. (북한군의 피해 역시 커서 1,748명이 전사했다고 전해진다) 이 당시 벌어졌던 전투를 '한계리-서화리 지구 전투'라고 합니다.

 

안내하는 군인의 뒤를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 가량 험한 산을 올랐습니다. 61년 전, 전투가 벌어졌을 때도 무더운 6월의 날씨였을텐데 전쟁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를 벌였을 국군 용사들을 생각하니 산에 오르는 발걸음보다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유해 발굴 현장. 곳곳에서 우리 군 장병들이 삽으로 땅을 파며 유해를 발굴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발굴된 유해는 감식병들의 붓질에 의해 조심스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고, 한쪽에는 태극기를 걸고, 유해를 담을 관을 놓고 유해를 모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이용석 조사과장님의 설명을 들은 뒤, 발굴된 유해를 살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전투 중에 싸우다 쓰러져간 젊은 육체는 온데간데 없고, 유해조차 온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습니다.

국군 유해 발굴을 하다보면 북한군의 유해도 많이 발굴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군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인종이기 때문에 유해만으로는 식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소지한 유품만으로 구분을 하는데, 북한군임이 밝혀질 경우 적군묘지에 안장된다고 합니다. 결국 민족을 떠나 다같은 사람인데,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런 전쟁이라는 비극은 도대체 왜 계속 되풀이되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남과 북은 원래 하나의 민족이었습니다. 외세의 침략과 억압 아래서도 꿋꿋하게 견뎌냈고, 다함께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 잃어버린 국권을 회복하고 조국 광복을 되찾은 자랑스러운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60여년전, 우리는 이처럼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을 맞이해야했습니다. 지금 어디엔가 또 묻혀계실 국군 장병들은 과연 오늘날의 우리들을 보고 무슨 말씀을 하실까요?

이제 다시는 한반도에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남과 북이 이런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서로 마음을 맞추는데서부터 시작한다면, 통일의 길은 마냥 요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950년 8월 포항 전투 때 사망한 학도병 이우근의 편지를 인용하며 이상으로 상생기자단 5기 김경준이었습니다.

학도병의 편지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 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 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겁습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