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열렸던 역사적인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여 평양공항에 발을 내디뎠을 때, 북한 군악대가 연주한 노래를 아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듯 하다.
그 노래는 바로 1910년대 만주에서 활약하던 독립군이 부르던 대표적인 노래로, 제목은 <용진가(勇進歌)>이다. 독립군가의 일종으로서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독립군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던 <용진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아래는 <용진가>의 가사이다.
<용진가(勇進歌)>
<1절>
요동만주 넓은 뜰을 쳐서 파하고
여진국을 토멸하고 개국하옵신
동명왕과 이지란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검수 도산 무릅쓰고 나아갈 때에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2절>
한산도의 왜적을 쳐서 파하고
청천강수 수병 백만 몰살하옵신
이순신과 을지공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검수 도산 무릅쓰고 나아갈 때에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3절>
배를 갈라 만국회에 피를 뿌리고
육혈포로 만군 중에 원수 쏴 죽인
이준공과 안중근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검수 도산 무릅쓰고 나아갈 때에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4절>
창검빛은 번개같이 번쩍거리고
대포알은 우레같이 퉁탕거릴제
우리 군대 사격돌격 앞만 향하면
원수머리 낙엽같이 떨어지리라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검수 도산 무릅쓰고 나아갈 때에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5절>
횡빈대판 무찌르고 동경 드리쳐
동에 갔다 서에 번득 모두 한칼로
국권을 회복하는 우리 독립군
승전고와 만세소리 천지 진동해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검수 도산 무릅쓰고 나아갈 때에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가사를 잘 보면 고구려의 동명성왕부터 충무공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등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운 위인들과 그들의 업적이 나열되어 있다. 즉, 이 노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조들을 생각하면서, 우리 역시 그들을 본받아 힘을 내어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한반도에 한민족의 자주독립국가를 세우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왜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이 노래를 연주했을까?
그것은 우리 민족이 함께 힘을 합쳐 왜적을 물리쳤던 것처럼, 다시 한민족으로 뭉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평화의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사진: 1988년 발매된 '독립군가 모음집'의 표지>
[Tip] 독립군가란?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대한제국 말기부터 조선이 독립하던 1945년 사이에, 주로 만주 지역에서 활약하던 독립군들이 부른 군가들을 일컫는다.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용사야..."로 시작하는 독립군가가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이며, '용진가', '광복군 제2지대가', '애국지사의 노래', '고난의 노래', '압록강 행진곡', '신흥무관학교 교가', '대한제국 애국가' 등이 있다. 독립군가를 작사/작곡한 이들은 대부분 독립군 장교들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독립군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 많은 젊은이들이 독립군가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으며, 독립군가를 안다고 해도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독립군가야말로 남북통일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립군가는 남과 북이 지금처럼 둘로 갈라지기 전, 한민족으로서 일제와의 투쟁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이므로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이자 기억이다. 그래서 현재 북한에서도 독립군가는 일상적으로 불리는 노래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일 후 서로의 문화 차이를 해소하고 한민족임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공동의 역사문화컨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남북 어린이 독립군가 경연대회 개최와 같이 남북이 함께 독립군가를 부르며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남과 북이 공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우리가 한민족으로서 반드시 통일을 이룩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가 먼저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독립군가를 들으며 선조들의 정신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눈을 감고 독립군가를 들으면서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리던 선조들을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레 왜 우리가 통일을 해야만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Tip] 참고로 국내에서는 1974년 독립운동가 출신 박노일 회장에 의해 <독립군가보존회>(http://www.doklipkunga.co.kr/doklip/)가 발족되어, 자칫하면 모두의 기억 속에 파묻힐 뻔한 독립군가들을 발굴/보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에서 김장훈, 서문탁, BMK 등 인기가수들이 기존의 독립군가를 대중가요 형식으로 리메이크한 '다시 부르는 독립군가' 앨범을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출처 및 참고문헌>
1. 조선일보 - 북한 연주 '용진가' 전주 신흥고 교가와 같아(http://www.chosun.com/svc/news/www/viewArticle.html?id=200006160058)
제5기 상생기자단
김경준 기자(수원대 사학과,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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