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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분단의 역설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 DMZ 정원

DMZ 정원이 요즘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 원예박람회인 '첼시플라워쇼'에서 한국의 DMZ 정원이 금상과 회장 특별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DMZ란 무엇일까요?

 

DMZ(Demilitarized Military Zone)은 비무장지대를 의미하는데요. 국제조약에 의하면 무장이 금지된 지역(또는 지대)으로, 비무장지대 내에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됩니다.

한국의 DMZ(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때 결정된 38도선(휴전선)을 따라 동서를 가르는 땅입니다. 서쪽으로는 예성강에서부터 개성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을 거쳐서, 동해안의 고성까지 155마일 (약 250km)의 군사분계선(MDL)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2km, 북쪽으로 2km인 약 3억평의 완충지대가 바로 한국의 비무장지대입니다.

 

파주나 철원 등 접경지역의 '전망대'에 가면 이러한 DMZ를 바로 눈 앞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철원의 평화전망대에 가서 DMZ를 직접 살펴보고 왔습니다.

제가 본 DMZ의 첫 느낌은 '황폐하고, 황망하다'는 느낌이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DMZ 정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폐허같이 느껴졌던 DMZ에, 정원이라니?'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DMZ의 남북한 경계선을 각각 남방한계선, 북방한계선으로 부릅니다.

'비(非)무장지대'라는 이름과는 달리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휴전 이후에 남북한 대결과 갈등, 도발과 충돌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그래서 남과 북이 모두 조금씩 군사시설을 전진 배치시키다 보니 현실의 DMZ는 2km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전협정'은 남과 북 사이의 협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1947년의 정전협정은 유엔군과 북한군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의 사이인 남측지역 DMZ는 정전협정의 주체인 유엔사가 맡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군인과 민간인의 DMZ 출입과 승인, 현장조사 실시 등은 반드시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접근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면 '판문점'과 '비무장지대'에 대해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공동경비구역(JSA)이라 불리는 '판문점'은 쌍방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비무장지대 안의 '특수지역'입니다.

비무장지대는 출입이 제한적인 구역이지만, 판문점만큼은 남과 북의 군인들이 서로 최전방에서 대치하고 있는 특수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단의 긴장감이 흐르는 판문점에 관광을 오기도 하고, 이 곳에서 남북군사회담 등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남과 북 사이에 철책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공간, 총성없는 전쟁이 계속되는 이 공간에 '정원'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 어떻게 될까요?

"DMZ 가든에서 정원의 본질인 자연의 재생력, 그리고 치유·회복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첼시 플라워쇼 DMZ 정원을 출품한 황지해 씨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녀가 바라보는 DMZ는 전쟁과 분단의 상흔으로만 가득한 폐허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우주에서 바라봤을 때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DMZ라고 보았습니다.

DMZ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철책이지만, 동시에 위대한 자연을 보호하는 독특한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DMZ는 우리가 분단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운 식물이 자라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전쟁과 분단이 만든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을 표현합니다. 이것을 정원의 언어로 다시 꾸며놓은 것이 이번 작품의 핵심입니다."

 

'고요한 시간(Quite Time) - DMZ 금지된 화원(Forbidden Garden)'이라는 이름의 전시작품은 전쟁의 폐허 아래 60년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소생하고 있는 DMZ라는 땅을 정원이라는 소재로 승화시켜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정원 속에는 DMZ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경계초소뿐만 아니라 낡은 철책선과 철조망, 6.25 참전군의 군번줄로 만든 조형물, 그리고 노병들의 사진과 작은 소장품들이 전시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철책을 이산가족들의 편지를 담은 유리병으로 장식하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로서 분단의 공간을 흐르는 통일에 대한 소망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DMZ에 담긴 슬프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정원의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DMZ 정원'.

지금까지는 DMZ를 비무장지대라는 고정되고 정적인 의미의 죽은 공간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60년간의 분단이 녹아 있는 자연의 공간으로 바라볼 때입니다.

DMZ는 '해방공간'에서 '분단공간', 그리고 '통일공간'으로 흘러가는 역사흐름 속에서 우리가 디디고 살아온 분단과 통일의 숨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공간입니다.

현실의 땅이지만 접근할 수 없어 상상의 공간이 되어 버린 DMZ 땅에 우리는 DMZ 정원처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입히고, 생태적 가치와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를 투영시켜서 지구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답고, 또 특별한 '통일 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합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