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통일비전연구회 창립세미나가 서울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면서 한반도와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큰 변화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통일비전연구회는 새로운 통일사회를 그리며 그 준비와 방향을 모색하고자 창립된다고 합니다.
이날의 행사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전망과 통일준비를 위한 청년학생들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통일에 관심이 많은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세미나는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됐습니다.
박명규 원장은 "통일비전연구회의 창립은 앞으로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상상력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통일은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노력만 한다면 그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비전연구회의 최경희 회장은 "2004년 통일교두보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이것을 통일 가치 창출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통일비전연구회를 창립한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하게 남북한 사회를 연구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제1회의 : 김정은 체제의 북한 전망
제1회의에서는 먼저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지금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은 권력의 몸통과 손, 발은 없고 머리만 있는 있는 모습입니다.
스스로 권력 엘리트에 대한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후계자 중심의 조직체계 또한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후계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엘리트 체계 역시 장성택 중심의 체제 보위 엘리트와 이영호 중심의 신군부 엘리트로 나뉘면서, 과거 김정일이 학연과 혈연, 직연을 통해 구축했던 단일엘리트 구조가 깨진 상태입니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불안정성은 김정일이 과감하게 김정은에게 스스로 조직체계를 구성할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는 것입니다. 반면, 엘리트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은 국방위 부위원장,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군사위 위원 등 북한 권력 내에서 가장 광범위한 권력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역시 총참모장, 차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현 상황에서 완전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혈통승계의 정통성은 조직체계도 구축하지 못한 후계자의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북한의 파워 엘리트 중 누구라도 엘리트 내 지배적 권력을 이끌어내면 북한 수령체제는 붕괴될 것입니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의 '지식경제형 강국'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을 따라 국방공업을 강화하고 무기수출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입니다. 또한 중국식 경제개방모델을 선별적으로 취하는 조치를 하면서 중국의 도움을 받아 대북 국제제재를 완화시키려고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은 김정일로부터 '핵과 인공위성'이 상징하는 최첨단 과학기술능력과 강력한 대외협상무기를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굶주리는 세계 최빈국의 오명 역시 떠안게 됐습니다. 김정일 시대 체제안보의 '기회와 도전' 요인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언론매체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앞장에서 내달리는 련하기계집단, 함남의 불길 창조자들, 희천발전소건설장과 만수대지구건설장의 건설자들"의 혁명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고무하고 있을 뿐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미래를 밝혀 줄 '개방'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김정일의 통치구호 '강성대국'보다 약화된 '강성국가'를 말하는 김정은의 철권통치가 지식경제시대에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제2회의 :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역할과 이니셔티브
제2 회의에서는 통일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먼저 이지원 디아스포라청년포럼 정치분과위원은 <통일시대 청년세대의 역할 : 사회문화 영역의 인적교류 중심>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세계화 시대의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에 익숙한 청년세대에게 민족의식이나 당위성을 강조한 통일논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듭니다. 남북한 구성원들의 통합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청년세대는 크게 세 행위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 있는 북한 출신 청년들, 이민사회의 교포들을 포함한 남한 청년들,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관계국들(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의 청년세대들입니다. 이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전략을 구성한다면 지구적이고 포괄적인 통일의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두 차례에 걸친 디아스포라 포럼에서 검증된 바 있습니다.
청년세대의 다양한 인적교류를 통해 축적된 경험은 향후 남북의 제도적 통일을 21세기 역사의 전환점으로 기록하기에 부족함 없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인적교류를 통해 훈련되는 인재들 역시 한반도의 통일 뿐 아니라 지구촌 통합에 일조하는 인적자원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진욱 씨의 <통일준비와 탈북청년들의 역할>이라는 발제가 있었습니다. 주진욱 씨는 탈북자 출신으로서 현재 연세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현대적 교육을 받고 전문지식을 갖춘 탈북자들은 통일시대의 대안 엘리트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탈북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일과 북한 재건의 핵심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탈북 청년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탈북자들이 통일의 디딤돌이 될지, 아니면 걸림돌이 될지는 탈북자 스스로에게 달려있습니다. 탈북자는 남한 사회에서는 소수자로서 출발하게 됩니다. 그만큼 마음을 추스리면서 통일 역량을 키워가야 합니다. 사회로부터 마냥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행복을 영위하는 자유평등의 통일이어야 합니다. 통일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난관을 극복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탈북청년들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통일을 준비해가는 그들의 도전적 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김명성 통일비전연구회 사무국장이 <북한사회의 현 실태 조사보고>를 발표했습니다.
1. 2011년 하반기 주민생활 동향 분석
2011년 하반기 북한주민생활은 '고난의 행군'시기보다는 낫지만 어렵다고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데 이는 시장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국영 상점의 영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영상점의 경우 물품 부족으로 물건을 진열만 해놓고 팔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2. '강성대국'에서 '강성국가'로 : 변화의 의미와 전망
북한은 2011년 '강성대국'에서 '강성국가'로 목표를 하향조정했습니다. 더불어 경제의 단번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지식경제형 강국 건설과 최첨단 돌파를 거론했습니다. 이것은 가망 없는 경제의 전반적인 양적성장을 포기하고 경제의 질적성장을 의미하는 '지식경제 강국' 건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3. 연극 '오늘을 추억하리'
북한당국은 '강성국가'로 목표를 하향조정하며 주민들의 실망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극 '오늘을 추억하리'를 제작·공연했습니다. 이 작품은 김일성 사망 후 연이은 자연재해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지만 모두 이겨내고 자체의 힘으로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해가는 군행정경제위원회 위원장 강산옥(주인공)과 주민들의 모습을 형상하고 있습니다.
이날의 세미나는 통일비전연구회의 뜻깊은 창립과 함께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이 연구회가 다방면의 연구와 미래 가능성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통일의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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