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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경칩! 북한의 봄농사 준비기

   

▲봄 비가 내렸던 지난 경칩

▲ 아직 졸린 눈을 하고 있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지난 3월 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었습니다. 올해 경칩에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비가 내렸습니다. 아직 날씨는 쌀쌀하지만 남쪽엔 벌써 매화 봉우리가 싹텄다고 합니다. 특히나 한파가 심했던 지난겨울이었기에 이번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아직 얼어붙어있을 북쪽 땅에도 따뜻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말이죠^^ 여러분들은 이 속담의 뜻을 잘 알고 계신가요?

▲대동강의 위치

▲대동강 중류의 전경



[정의]
우수(雨水, 양력 2월 18일경)와 경칩(驚蟄, 양력 3월 5일경)이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진다는 뜻의 속담.

[내용]
우리나라 북쪽인 평양 대동강에는 봄이 늦게 온다지만 입춘이 지난 보름 후 우수, 한 달이 지난 경칩이면 거기도 얼음이 녹고 날이 풀린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전역에는 겨울이 물러나고 봄기운이 완연하다는 말이다. 우리 가사(歌辭) ‘수심가(愁心歌)’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하는 대목이 있다.

속담 정보 출처 :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세시풍속


▲안악군 오국협동농장에서 봄맞이 봄밀, 보리씨 뿌리기를 하는 북한 일꾼들의 모습


   우수∙경칩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농사 일이 시작되는 건 남한이나 북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툭하면 장마와 가뭄이 찾아오는 북한 땅에서는 부지런히 농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눈이 채 녹지 않은 얼어붙은 땅이지만 벌써부터 농사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북한의 ‘로동신문’은 최근에 “봄밀, 보리씨뿌리기를 제철에 질적으로”라는 기사를 실은 바 있는데요, 이 기사에 따르면 땅이 척박한 북한에선 봄 농사 준비가 한 해 주식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합니다.

   북한의 봄 농사 준비를 알아보기 전에, 남한의 봄 농사 준비는 어떤지 먼저 알아보실까요? 지리상으론 가까운 땅이지만 지역에 따라 날씨도 천차만별인 우리 한반도에선 각 지역마다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남한에서는 봄 농사 준비를 절기별로 나눕니다. 올해는 2월 4일인 입춘 때를 2월 1일부터 보름까지로 보고 고추 및 고구마 모종 키우기, 밭마다 김매고 거름주기, 밀밭과 보리밭 밟아주기 등을 합니다. 또한 ‘우수(雨水)’때엔 씨앗 고르기, 토종 고추 씨 넣기, 양배추∙봄배추 씨 넣기, 밭에 거름주기 등을 한다고 합니다.

▲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고추모종의 모습


   반면 북한에서는 당의 ‘주체 농법’ 방침에 따라 두벌 농사(이모작, 二毛作)를 지어야 하는데요,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하는 봄밀과 가을에 씨를 뿌리는 가을밀이 대표적입니다. 봄밀과 보리씨를 뿌리는 과정은 한 해 농사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영농공정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많은 면적의 논밭에 씨를 ‘질적으로’ 뿌려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과거 김일성이 인민들의 먹는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던 ‘주체 농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습니다.

   주체농법이란 김일성이 북한의 실정에 맞게 독창적으로 창시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농사법입니다. 북한 ‘조선말 대사전’에서는 ‘주체농법은 우리나라(북한)의 기후풍토와 농작물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게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짓는 과학농법이며, 현대과학기술에 기초하여 농업생산을 고도로 집약화하는 집약농법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과학 기술적으로 짓는다는 적지적작(適地適作), 적기적작(適期適作) 등의 용어가 있긴 하지만 뚜렷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민들은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주체농법’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 해주시 장방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북한 일꾼들의 모습.


   로동신문에 실린 북한의 봄 농사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실까요? 남한과 마찬가지로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남한보다 낮은 봄철 온도 때문에 봄 농사로 재배할 수 있는 곡식의 종류는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봄밀과 봄보리인데요, 로동신문은 ‘과학적인(?) 주체농법’에 따라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봄 농사를 짓는 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씨앗이 묻히는 깊이의 토양 온도가 봄밀은 1~2℃, 봄보리는 2~3℃ 일 때가 씨뿌리기 적기이며 밀과 보리는 될수록 일찍 심는 것이 좋다. 봄밀과 봄보리는 자라는 기간이 비교적 짧으며, 낮은 온도에서도 싹이 트고 잘 자라기 때문이다.

  농촌경리부문 근로자들은 씨뿌리기 적기에 반드시 봄 농사를 할 수 있도록 농민들을 잘 이끌고 조직해야 한다. 땅이 녹는 족족 봄밀과 보리씨 뿌리기를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협동농장들은 노동조직을 합리적으로 짜고 능률적인 농기계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짧은 기간 내에 많은 면적에 씨를 뿌려야 한다. 또한 논앞그루(논농사의 그루갈이에서 먼저 심는 농작물)로 봄밀, 보리를 심는 농장들은 밭작물의 특성에 맞게 둑을 지어주고 도랑도 깊이 내어 냉해와 습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벌농사(일모작)에 비하여 땅의 영양물질이 훨씬 많이 소모되는 두벌농사에서는 지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봄밀과 봄보리는 자라는 기간이 짧으므로 비료를 충분히 주어 초기부터 영양상태를 잘 관리 해주어야 한다. 농업부문의 모든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당의 두벌농사방침의 요구대로 봄밀, 보리씨뿌리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함으로써 강성대국을 맞는 뜻 깊은 올해에 식량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실정에 맞게 만들었다는 ‘주체농법’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북한의 식량 사정은 하나도 나아진 게 없어 보입니다. 과거엔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척박한 땅에서의 이모작은 농지를 사막화시키고 민둥산을 무분별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은 다시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식량을 원조받는 실정이지만 고위층이 선점하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배급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에 민간 및 국가차원에서 과거에 슈퍼 옥수수 기술(일반 옥수수보다 큰 옥수수를 생산함으로써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했던 기술) 등을 북한으로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점점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민간 및 국가 차원에서도 남한의 새로운 농사법, 생명과학기술, 선진 농기계 등을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개인의 땅을 가지지 못하고 협동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북한의 농민들이지만 농사를 짓는 시기와 방법도 남한과 많이 비슷합니다. 전통적인 이모작과 한 해 농사를 짓기 이전에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모습 역시 같습니다. 한 해를 먹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봄 농사를 하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의 바람대로 올해엔 남한에도, 북한에도 배고플 걱정이 없는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