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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통일 미래의 블루오션, <북한학>이 뭐야?

 

<프롤로그>

 

코리아 정책 연구원의 연구원이자 코리아 정책저널 기자,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북한전략팀장, 전국대학생 네트워크 UNION의 대표. 이름만 들어도 북한학과 관련된 요직임을 알 수 있는 이 직함들이 사실은 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리라면? 상생 기자단은 앞서 열거한 약력의 주인공인 북한학도,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4학년 유정훈(07)씨를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만났습니다. 유정훈씨를 처음 만난 건 통일부 상생 기자단 모집 때 면접 대기실에서, 두번째는 제가 상생 기자가 되고 난 뒤 탈북청년인권연대에서 주최하는 '5기 대학생 북한 전문가 아카데미' 마지막 세미나에 취재하러 갔을 때 였는데요. 그가 이처럼 <북한학>과 관련된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 인상깊어 꼭 한번 인터뷰 해야겠다고 생각 했었습니다.

 

 

 

↑ 왼쪽부터 유정훈씨, 정윤재 기자

 

<인터뷰>

 

1. 북한학의 필요성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통일 한국 시대를 준비하려면 서로에 대해 알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통일에 많은 장애가 뒤따르겠죠. 때문에 북한을 아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는 북한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대학들이 북한학과를 폐지하는 경우가 많습니. 북한학과가 설치된 학교는 국내에 고려대, 동국대, 명지대 세 곳이었으나 명지대 북한학과는 2010년부터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은 관계로, 이제 남은 학교는 고려대와 동국대 단 두 곳뿐입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관한 다방면의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은 정치외교학과 같은 사회과학 보다는 지역학의 성격을 띠는 북한학이기 때문입.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학문들은 각자의 이론이 있고, 그 이론을 토대로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하죠. 예를 들어 정치외교학에서 선거제도를 해석하데 쓰이는 이론 체계가 있으며 이것으로 여러 국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한 국가를 분석하는 데 특정 학문의 특정 이론만 가지고는 역부족입니다. 최근 북한학과를 흡수한 사회학이나 정치외교학과는 달리 북한학은 종합 학문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2. 북한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죠?

 

    어렸을 때부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반도의 최대 과업이 통일이라고 여기게 되었구요. 이러한 중요성을 가지는 통일을 위해,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학을 배우고 통일 미래를 하루 빨리 오도록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북한학을 배운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북한학? 그게 뭐야? 뭘 배우는 학문이야?  그런 걸 왜 배워?” 등 북한학에 대해 무관심 섞인 반응이었죠. 작년 고려대학교 인문사회학부생(사회학과, 고고미술사학과, 북한학과)들을 대상으로 북한학과에 대해 설명회를 했던 적이 있었지만, 정작 북한학과에 들어온 학생들 조차도 앞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북한학이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북한에 관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지역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북한학을 왜 배우게 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한반도 역사라는 거대 물결의 중심에 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도 여러 문제적인상황들이 있지 않나요? 빈부 격차 확대, 여성 문제, 노사 갈등, 청소년들의 일탈 . 그런데 곧 이런 문제들이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 북한에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미치게 됐고막상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모든 문제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보게 됐습니다. 결국 북한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이 서게 됐죠. 북한학은 남과 북의 통합의 과정을 돕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2-1. 북한을 탐구하려는 열정은 알겠지만, 현재 분단된 현실의 특성상 북한학이 현장감을 갖기는 어렵지 않은가요?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북한을 연구하는 데에는 내재적 접근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이라든지, 북에서 출간된 문헌들을 가지고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이런 방법으로 남한에서 북한연구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면상의 드러난 활자는 사실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 활자의 이면에는 글쓴이의 해석이 내재하고 있기 마련인데요, 겉으로 드러나 있건 아니건 주장을 가지고 그것이 무조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할 것입니다.

 

3. 마지막으로 북한학의 전망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북한학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 그러나 북한학을 배워봤자 뭐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즉 북한학은 레드 오션에 도전하는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고 싶습니다. 아프리카에 신발의 '신'자(字)도 모르는 부족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이 지역에 어떤 사업자가 신발 공장을 세우려 합니다. 누군가는 원래 신발이라곤 신지도 않는 사람들한테 무슨 사업이 되겠느냐며 말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부족을 설득할 여러 방법ㅡ신발을 신었을때의 건강 상의 이점을 설명하는 식의 여러 마케팅 전략을 언급하며 사업자를 독려할 것입니다. 북한학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북한이라는 곳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인가를 해야합니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북한학을 블루 오션에 도전하는 가능성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 외에도 제가 북한학을 핑크빛으로 바라보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북한의 문화가 우리 문화와 크게 이질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들이 북한학을 배우는데 큰 이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어가 같다는 점이 큰 장점인데요.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말 고유의 뜻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도 힘들고, 우리나라 말을 기타 외국어로 정확히 옮기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외국인은 북한학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정서를 잘 잡아내지 못합니다. 즉 북한학은 같은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이에게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3-1. 문화란 시간과 떼서는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인데, 어떤 이유로 북한과 남한의 문화가 크게 이질감이 없다고 생각하신건지?

 

     문화를 지탱하는 민족 정서라는 기둥은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분단된 지 아직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나간 60여년 이란 세월의 간극이 오히려 북한학을 연구하게 만드는 기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북한학을 수학하는데 필요한 덕목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통일한국이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특정 계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스트라는 캐릭터는 특정 계급없이 ‘specialist’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게임 속에서 고스트는 적진에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가 엄청난 타격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게임의 테마가 전쟁인만큼 전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지니고 있고, 나름대로의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스트 만큼 적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이 고스트처럼 북한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도 북한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되 어떤 한 분야에서만큼은 정말 전문가라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띄어야 합니다. 즉 우물을 넓게 판 뒤에 한 우물을 깊게 파야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을 고스트 이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4.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신지요?

 

   영화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부전공으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거든요.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한 남한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해 북한 사람들의 남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남과 북 사이에 갈등의 불씨를 키울만한, 입장의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문화산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된 건 제가 다루고자 하는 소재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거든요. 그럼 누군가에는 거부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게 돼죠. 이런 부작용 없이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인 분야가 바로 문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1. 마지막으로 저희 상생기자단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통일부 상생기자단 여러분^^. 그간 통일부 블로그에 자주 들려 기사들 잘 읽고 있었습니다. 젊을 때에 북한과 통일에 대해 품은 그 열정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주세요. 통일을 염원하는 것과 북한을 아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힘도 덩달아 생길 것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할게요!  

 

 

<에필로그>

 

   수많은 단체에 속해 활동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유정훈씨. 바쁜 시간 쪼개 인터뷰 하는 내내 그 깊은 생각에 또 한 번 놀라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사진 찍을 줄 알았으면 머리에 뭐 좀 바르고 오는 건데"라며 쾌활하게 말하는 성격에 또 한 번 놀랐답니다. 외모도 멋있지만 그 내면의 깊이와 존재 자체로 여러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유정훈씨. 대한민국 역사의 페이지에 유정훈씨가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 지 기대가 되지 않나요? 그가 통일부 상생 기자단을 응원하는 것처럼 상생 기자단 역시 앞으로의 유정훈씨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