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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삶의 슬픔이 침묵으로 흐르는 영화 <두만강>

 

 

 


감독 장률

출연 추이젠, 윤란, 이경림

개봉 2009 대한민국, 프랑스

 

 

 

 

이 영화는 두만강 건너편, 중국령에 있는 조선족 마을에 

북한 사람들이 식량난으로 넘어오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 또한 녹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정심에 북한 사람들의 탈북을 돕는다. 

그들에게 식량과 은신처를 제공해주면서 말이다.

 

 

 

 

굶주림으로 인해 두만강을 건너 이 곳에 온 정진과 창호는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정진이 배를 채울 음식을 부탁하자 창호는 함께 축구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먹을거리를 구해준다.


 



정치, 경제적 이해와 무관하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조선족이든, 탈북자든 국적에 상관없이 살얼음 같은 바람을 맞아가며 축구를 한다.

축구신동인 정진은 창호에게 얼마 후에 있을 아랫마을 아이들과의 축구시합에

출전해주기로 약속하고 정진과 창호의 우정은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탈북자들로 인해 조용하던 마을을 어지럽히는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겨우내 식량으로 삼아야 하는 명태를 몽땅 도둑맞기도 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창호의 친누나 순희가 호혜를 베풀었던 탈북자로부터 

좋은 못한 일을 당하게 되는 등 마을은 골머리를 앓는다.

  


 


결국 마을 이장은 주민들에게 더 이상 탈북자들을 돕지 말 것을 당부하고,

발견 즉시 공안에 신고할 것을 당부한다

한편 창호는 자신의 누나 일로 탈북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품게 되고,
정진의 존재마저도 창호에게는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누나의 복수를 위해 탈북자들을 집단 폭행하고, 친구인 정진에게도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정진과의 약속은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창호.

병든 동생이 끝내 죽었으면서도 정진이 창호의 약속에 호응하자 

마침내 창호는 정진의 우정에 진심을 느낀다.


 

 

그러나 축구시합 전, 한 아이의 밀고로 인해 정진은 체포되고 만다. 이 아이의 죄는 무엇일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창호는 지붕으로 올라가고 결국 뛰어내리고 만다.

영화 한 편을 모두 보고 나니 의미를 잘 알 수 없었던 첫 장면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죽은 듯 누워있는 창호의 모습,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두만강을 넘다 북한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들이 질질 끌려나오는 모습이 나온다.

12살짜리 창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거기서 싹트는 정()마저도 굶주림과 인간의 욕망에 빼앗기는 비극

순수한 어린 아이들마저도 어른들의 이념전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슬픔

그리고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잡지 못하는 이 현실...

장률 감독은 창호를 통해 우리들이 무언가 느끼기를 바랐을 것이다.



 

 

 

“<~라구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 꼭 한번이라도 죽기 전에 꼭 한번이라도

두만강에 꼭 한번 가고 싶다 그런 가사의 내용인데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 중에는 옛날에 두만강을 건너 본 사람들도 있기에

지금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두만강은

우리 민족과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률 감독 인터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없고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한(),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그 마음이 와 닿아서 일까큰 소리 한 번 나지 않았던 이 조용한 영화를 보고나니 그들의 서러운 눈매가 오히려 마음에 더 서린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민족이지만 지금으로선 결코 한 민족일 수 없는 그 모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또 장률 감독 특유의 담담한 영화언어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극적인 스토리를 쥐어짜내는 것이 아닌 담담하게 현실을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 비극을 좀 더 '비극답게' 느끼게 하고 있다. 아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저 두만강 언저리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문 배우가 아니기에, 그리고 독립영화인지라  특유의 소박함이 묻어나왔기에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흐릿한 대사처리와 여유로운 장면 전환 사이에 존재하는 빈 공간이 우리로 하여금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들의 서러움을 탐색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