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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반항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재일 조선인의 삶, 영화《GO》

 

 반항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재일 조선인의 삶,

영화《GO》

 

 

일본 대중문학계에서 권위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나오키 상>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한국과 같이 일본에서도 여러 종류의 문학상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오키 상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춰야만 수상할 수 있는 최고의 문학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일교포 출신으로는 최초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紀)입니다. 1998년 《레벌루션 NO.3》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2000년에에 출간한 작품《GO》가 나오키 상을 수상하게 되면서부터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고, 이 작품은 영화화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잠깐,‘그런데, 통일부 블로그에서 갑자기 왜 일본 소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셨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천천히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GO》의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는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계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지만 아버지가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으로 전향하며 일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총련계 사람들로부터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일본인으로부터는 ‘조센징’이라는 차별을 받으며 살아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GO》라는 작품은 바로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그의 솔직 담백한 경험을 풀어놓은 이야기는 많은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GO》가 탄생하하였던 것이지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일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조선인(또는 한국인)들이 어떠한 고민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헤어스타일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 청년의 이름은 스기하라, 그는 예측하기 힘든 기행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또라이’라고까지 일컫어 집니다. 그는 강렬한 인상과 함께 영화의 초반부터 내래이션을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듯이 이야기 합니다. 

 

이것은 나의 연애이야기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나의 연애이야기이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언뜻 보면 이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갖고 좌충우돌 살아가는 한 남학생의 연애담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단정짓고 영화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주인공 스기하라에게 ‘원 투 펀치’를 크게 한방 맞은 셈 입니다.

 

 자, 스기하라로부터 맞은‘원 투 펀치’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의 주인공은 지하철 선로에서 뒤쫓아오는 열차보다 빨리 달리는 ‘죽음의 치킨 레이스’를 하기도 하고, 교내 농구장에서 열 명이 넘는 학생에게 무차별적인 드롭킥을 날리는 쇼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역동적인 상황의 연속인지요. 이쯤 되면 이 영화가 연애담인지 폭력물인지 엽기물인지 도무지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기하라의 아버지는 북한에서 건너온 재일 조선인 1세로서, 한 때 일본에서 상위 랭커를 차지할 정도의 유명한 권투선수였습니다. 그의 영향으로 스기하라는 조총련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지만, 그의 아버지는 갑자기 하와이로 여행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조선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는데요, 스기하라는 단지 하와이에 여행이 가고 싶다는 이유로 국적을 바꾼 아버지를 엉뚱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아버지의 진심에 대한 답이 언급되지만, 집안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오버랩되며 이념보다는 현실과 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라고 이야기 하는 아버지의 독백을 통해서 굳이 국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스기하라는 조선 학교에서 ‘민족의 반역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일본인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그 곳에서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족과 이념이 싫어서 떠나왔지만, 일본 학생들의 차별은 스기하라를 더욱 괴롭혔던 것이죠. 하지만 권투선수 출신 아버지 밑에서 누구보다도 ‘거칠게’ 성장한 스기하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움에서 승리하였고, 학교에서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옷 속에 《조선혁명력사》라는 책을 숨겨 놓아 호신용으로 사용했던 장면은 민족과 이념에 대한 반항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인 학교에서의 차별 대우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즈음, 스기하라는 조총련계 조선학교를 함께 다녔던 ‘원수’를 만나게 됩니다. 원수는 스기하라를 보며 민족의 반역자, 자본주의의 노예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고등학생 주제에 질 좋은 고기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모순된 행태를 역으로 비판합니다. “이게, 너희가 말하는 사회주인거냐?” 물론, 그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그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었던 그를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은 사랑하는 친구 ‘정일(새로운 조선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그의 이름은 아이러니 하게도 정일이었습니다)’의 죽음과 여자친구의 배신이었습니다. 스기하라는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성과 국적에 대해 여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한국인과 중국인은 피가 더럽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은 스기하라, 그리고 어머니의 가출·사업의 실패·북한에 있던 동생의 죽음으로 좌절감에 빠진 그의 아버지. 둘은 부자지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펀치를 주고받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이 조선인 사회에서 갖혀 살기를 원치 않는 아버지의 진심을 깨닫게 됩니다. 국적을 바꾸면서 하와이·스페인 여행을 핑계댔지만, 스기하라가 더 넓은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반년 뒤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의 전 여자친구 사쿠라이였습니다. 오랜만에 그녀와 재회한 그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분노에 찬 감정을 토해내지만, 그녀는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결국 헤어진 연인의 재결합과 동시에 헤피 엔딩으로 마무리된 이 영화, 스기하라의 말처럼 정말 ‘연애’이야기 였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느 청춘 영화와는 달리 가슴 뭉클한 감동보다는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재일 한국인, 조선인이라는 ‘이름’ 하에 차별받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그 속에서도 이념과 사상 때문에 갈등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왜 우리는 하나로 뭉쳐도 살아남기 힘든 머나먼 타지에서 조차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바로 영화 《GO》는 우리들에게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원 안에 갖혀서 사느냐,

원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느냐, 

그것은 스스로에게 달려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