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기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입니다.
오늘은 영화 하나를 들고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바로 <무산일기>라는 영화인데요,
그럼 지금부터 <무산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뿅!
앞서 <무산일기는>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시작으로 모로코 마라케쉬국제영화제 대상, 네덜란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대상 및 국제비평가협회상, 프랑스 도빌아시안영화제 심사위원상, 폴란드 오프플러스카메라국제독립영화제 대상, 미국 트라이베카영화제 신인감독상,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등 각종 유수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 이바노브에서 열린 ‘제르칼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대상과 러시아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박정범 감독은 해외 영화제에서 무려 11번째 트로피 를 거머쥐었습니다.
또 관객수로 봤을 때 5월 29일까지 (배급사 집계 기준) 총 1만 47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만 관객을 돌파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한국의 독립영화 한 편이 이렇게 국내외로 호평을 받고있는 걸까요?
모처럼 괴물 같은 신인 감독이 탄생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
전 단편에서 가능성을 보였다고는 해도
첫 장편에서 이토록 뚝심과 절제력을
보인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영화평론가 백건영
탈북자들의 삶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풀어내는 이 영화는 특히 강렬한 라스트 씬으로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든다
-씨네21 기자 김도훈
견고하게 구성된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놀라운 데뷔작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심사평 中
<무산일기>의 시각적 떨림은
주인공의 감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Variiety 리뷰 中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영화,
북한이탈주민을 소재로, 남한 사회에서의 그들의 삶을 견고한 내러티브로 풀어낸 영화, <무산일기>!
사실 <무산일기> 영화가 개봉되고 얼마 후에, 같은 학교 영화영상학과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이 영화를 추천받은 바 있습니다. 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많은 자본을 투자해서, 현란한 촬영과 화려한 편집 기법으로 멋내지 않아도, 우리 주변의 약자(북한이탈주민)들을 진실어린 눈으로 탐구하면 이렇게 위대한 진실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
저는 통일부 상생기자단으로서,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영화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북한이탈주민의 현 상황'에 대해 제가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알게된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서 살 때는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에 건너갔고, 중국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5년 이상을 체류하고도 또 제3국을 거치고 거쳐 어렵게 남한으로 건너온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사회에서의 삶은 생각만큼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남한에 도착하자마자 정부 기관의 조사 과정을 거치면 정식으로 3개월 간의 하나원에서의 교육을 수료하게 되고, 교육이 끝나면 하나센터 등의 도움으로 비로소 남한 사회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그들에게 북한에서 느꼈던 배고픔보다, 중국에서 느꼈던 이방인로서의 감정보다도 더욱 힘든 요소입니다. 북한에서 왔다는 낙인, 분명 남한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남한 사람도 아니고 북한 사람도 아니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더군다나 작년과 같이 북한 관련 사건·사고가 터지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남한 사회 내에 살고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적대감으로까지 번져 이른바 "이유없는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즉, 남한에서 그들은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게됩니다.
특히 일찍이 북한에서 온 '학생'의 경우에는, 어린 만큼 바뀐 환경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북한의 억양과 말투같은 것을 더 쉽게 고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남한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서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자신의 다른 점을 끊임없이 목격하고 그것을 홀로 삭히며 아파해야 하는 현실이 무겁기만 합니다. 또한 또래의 아이들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 등으로 인하여 자신감을 잃고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건 바로 영화의 첫시작 장면이었습니다. 어딘가 어색한, 무언가 불편한, 배경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의 한 사람. 거리를 걷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 한 사람.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머릿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모습의 한 사람이 하염없이 걷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이 사람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 '전승철'입니다.
저는 그런 승철의 모습에서 이방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남들과 똑같은 공간을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이곳은 마치 낯선 나라에 온 것 처럼 너무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딜가서 무엇을 하든 무언가 공중에 떠있는 것만 같은, 자신이 이곳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듯한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그들은 일자리를 구할 때에도, 북한이탈주민들에게만 주어지는 고유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요즘에는 거주지 기준으로 구분 없이 발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이는 낙인, 또 보이지 않는 낙인에 의해 고통받으며 수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언제 어디서나 '눈치'를 보고 살아가야 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유독 폐허가 된 공간, 어두운 빈민가, 뒷골목, 인적 드문 거리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외로움과 고립, 대중 속의 고독이 잘 드러납니다.
영화 속에서는 '숙영'을 좋아하는 주인공 '승철'의 마음을 은근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느 영화의 러브 스토리와는 다르게 너무도 소박하고, 또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소재 또한,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못하는 그들의 마음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또한 이 영화에는 백구가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의 상징성은 '친구'가 아닐까 합니다. 백구를 잃어버리자, 주인공 승철은 친구에게 급기야 화를 내며 패닉 상태에 빠져 백구를 찾아다닙니다. 즉, 백구는 승철에게 단순히 동물의 의미를 넘어 남한 땅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 가까운 친구로서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승철에게는 그의 곁에 있어주고, 말을 들어주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차에 치여 죽은 백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승철을 '롱테이크' 영상으로 잡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그런 승철의 뒷모습에서는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유일한 친구였던 백구를 잃음으로써 앞으로의 더 큰 외로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면서도, 동시에 진정한 '친구'가 필요한 승철의 가슴아픈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영화의 감독인 '박정범' 감독이 직접 주인공으로서 연기까지 했다는 것인데요. 소규모 자본을 투자해서 자기 자신의 온 힘을 바쳐 만들어 낸 독립영화의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KU시네마테크에서 GV(Guest Visit)로 관람을 했던 저는 현장에서 직접 박정범 감독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질문과 답변만을 뽑아봤습니다.
Q. '무산일기'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무산'은 함경북도에 있는 도시 이름으로 주인공 전승철의 고향입니다. '산이 무성하다(茂山)'는 뜻이었지만 이제는 민둥산이 되어버렸는데, 서울 또한 전승철에게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공간, 즉 또 다른 '무산'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의도로 영화를 만드셨나요?
'전승철'은 실제로 제가 대학 시절 같이 공부하며 만난 저의 친구를 바탕으로 한 인물입니다. <125 전승철>이라는 영화를 먼저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 친구가 병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친구가 살아있을 때 영화를 완성시켜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그 영화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는 <무산일기>는 그 친구에게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겪은 어려움들을 더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미안함을 표현하고자 영화를 찍었습니다.
Q. 영화에서 주인공의 뒷모습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전승철이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뒷모습을 촬영한 이유는, '내가 만약 그 고백을 듣고 있는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그 상황에서 그 친구의 얼굴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인공의 뒷모습이 많이 등장하면서 그가 남한 사회에서 당당하게 나서고 살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영화 <무산일기>는 우리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 제도적으로, 사회ㆍ문화적으로, 또 심리적으로도 극복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데요. 그들을 '또 다른 고향을 가진 이방인'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고 또 '통일'이라는 같은 희망을 품고 함께 나아가야 할 구성원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무산일기>는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니, 안 보신 분들은 혼자서라도 이 영화를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사회에 외로운 북한이탈주민들의 외로움을 공유하고,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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