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정책포럼이 개최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통일문화정책포럼이 개최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북한의 문화, 변하고 있을까?
북한에 한류가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북한에서 한류 유행은 벌써 오래 전 얘기하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합니다.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가 중국을 통해 며칠만에 북한으로 유입되며, 북한 주민 중 2명 중 1명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많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 드라마도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①한류, 북한을 흔들다, ②한류, 통일의 바람)
북한에 한류가 유행하고 있다면, 북한 당국의 문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에 대답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으로 통일문화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수요일에는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제7차 당대회로 보는 북한의 문화정책"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현성 연구위원
이번 포럼에서는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아 북한의 문화정책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오양열 연구위원과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는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북한 문화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우영 교수의 발제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7차 당대회와 북한의 문화정책: "예술을 전면적으로 개화하라"
발제하는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
북한의 당대회는 기본적으로 선전선동이라는 목적이 있으므로, 성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이 어떻게 강조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북한의 관심사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 사회를 혁명열, 투쟁열로 들끓게 하고 천만심장에 불을 다는 훌륭한 문학예술작품들을 많이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 영화예술부문이 하루빨리 침체에서 벗어나 새 세기 영화혁명의 불길을 일으킴으로써 문학예술의 전성기를 열어나가는데서 선도적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침투책동을 짓부시고 우리의 사회주의문화와 생활양식을 철저히 고수하여야 하겠습니다. -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 中
이번 당대회 사회문화부분에서 북한은 사회주의 문명강국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도덕기강 확립을 강조하며, 문학예술의 전면적 개화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에서 문학예술은 주민들을 통합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선전선동 수단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덕기강 확립이 강조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학예술의 전면적 개화를 요구한 것은 왜일까요?
북한이 사회주의문화와 생활양식을 고수해야한다고 말한 것은, 문화예술의 문제가 사회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김정은은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인민의 미감에 맞으며 인민들이 좋아하는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외부문화의 북한 유입으로 주민들의 문화적 취향이 바뀌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문화의 북한 유입
북한은 외부문화의 북한 유입을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차단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외부문화 유입은 앞서 살펴봤듯 사회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부로부터의 유입은 북한의 배급제가 붕괴되고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경제적 이유에서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시작되었는데, 그러면서 문화적 유입이 병행된 것입니다.
또한 외부문화는 천편일률적인 북한 문화보다 세련되고 흥미있는 것이었으며, 북한 상인들에게 좋은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예술인들 또한 예술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활동에 뛰어들며 북한 자체의 문화는 더욱 침체되었고, 외부문화의 북한 내 확산은 심화되었습니다. 북한 문화 수준이 낙후되는 동시에 외부문화의 유입은 증가했으며, 높은 문화적 경쟁력으로 이익이 보장되는 외부문화는 더욱 확산된 것입니다.
외부문화유입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
김정은은 집권 후 권력구조 개편과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사상문화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적극적 선전선동, 즉 사상전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의 사상전은 김정일 시대와 많은 면에서 다릅니다. 김정은 시대 선전선동의 핵심은 '친인민성'과 '공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인민성이란 김정은과 일반 주민들 간의 스킨십을 강조하며 김정은의 젊고 열정적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며, 공개성은 북한 당국의 정책이나 결정을 지체 없이 공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정은은 아내 리설주와 주민 아파트를 방문하거나 북한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선전한 것이 친인민성이고, 장성택 처형이나 김양건 사망 시 이를 즉시 보도한 것이 공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왜 친인민성과 공개성을 선택한 것일까요? 이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문화 및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점에 대한 대응책입니다. 북한에 대한 외부 정보가 지속적으로 북한에 유입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거나 답답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인민들과 직접 만나는 친인민적 행보를 보임으로써 주민들이 정권에 갖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입니다. 동시에, 외부에서 유입된 불확실한 소문이 유포되며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정보를 곧바로 공개하는 것입니다.
해군을 방문한 김정일(위)과 김정은(아래). 김정일이 칼같이 정렬해 단체사진을 찍은 것과 달리, 김정은은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또한 북한의 문화적 경쟁력을 심화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모란봉 악단입니다.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이 직접 창단했으며, 일렉트로닉 기타, 전자 바이올린 등의 전자악기를 사용하거나, 록키, 마이웨이 등 헐리우드 영화 장면을 배경으로 이용하고 해당 영화 주제가를 연주하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란봉 악단에 대해 알고 싶다면 클릭!)
특히 2014년 5월에 개최된 제9차 전국예술인 대회에서 김정은은 모든 예술인들이 모란봉악단의 창조기품을 따라배워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모란봉식 창조기풍의 확대를 통해 북한 주민의 눈높이에 걸맞는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이를 통해 선전선동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친일 행적으로 북한에서 비판의 대상이었던 이광수의 문학이 복권되거나, 문화적 영역에서의 세계적 수준을 강조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러한 정황들은 북한 당국이 오늘날 북한 문화 현실을 나름대로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연을 하는 모란봉악단
하지만 문화정책에서의 변화가 추구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사상적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문화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 당국의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전망하기는 힘듭니다. 북한 주민의 높아진 문화적 취향에 걸맞는 북한식 선전선동 문화작품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기 힘든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 영화가 1년에 1편 꼴로 매우 저조하게 제작되고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활동에 힘쓰는 것도 북한의 문화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문화적 상황과 정책에 대한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발제였습니다. 발제 후에는 북한 문화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북한 문화에 대한 토론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6 제1차 통일문화정책포럼 웹자보
추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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