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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진미야, 좋아하는게 뭐니?" 북한 실황 다큐 <태양아래>

▲다큐멘터리 <태양아래> 포스터


▲<태양아래> 메인 예고편


"진미야! 행복하니?"


지난 4월 27일,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가를 강타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태양아래(Under the Sun)>, 평양에 살고 있는 꼬마 여학생 '리진미'의 1년의 기록입니다. 영화는 러시아 정부와 북한 정부의 지원으로 눈으로는 좀처럼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북한의 실상을 담아 한국, 미국, 독일 등에서 개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개봉 후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영화를 제작한 비탈리 만스키(러시아, 52세) 감독은 원래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행사 준비 과정을 찍기 위해 북한에 방문했습니다. 그는 영화를 찍기 시작한 순간부터 북한 당국의 간섭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이 거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아무도 모르게 영화의 방향을 바꿉니다.


▲가족 식사를 하는 장면 (ⓒ다음영화)


<태양아래>는 작년 11월 개최된 제19회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감독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올해 3월 개최된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 영화가 공개되자 북한 정부는 러시아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후 러시아 정부는 만스키 감독을 비난하며 영화 상영 불가를 결정했습니다.


한편 북한 정부는 만스키 감독에게 3차례 편지를 보내 중요한 할 말이 있으니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전했다고 합니다. 이에 만스키 감독은 북한에 다시 갔다가는 다시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에서 이 영화를 개봉해 북한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비탈리 만스키 감독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간담회도 이루어지며 영화는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화를 본 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남북한 어린이들이 동심을 잃지 않고 행복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홍용표 장관은 "자유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대답해 화제가 됐습니다.

(관련기사: 박 대통령, 북 실상 담은 다큐영화 '태양아래' 관람)


▲4월 27일, 서울 명보아트센터에서 만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비탈리 만스키 감독 (ⓒ다음영화)


이 이야기는 한국 민족의 비극입니다. 이 영화는 제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큰 영화입니다. 저도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처럼 소련 시절에 소년단에 가입한 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오락적 성격을 띠는 영화는 아니지만, 반드시 봐야 할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비탈리 만스키 감독, 4월 26일 영화 시사회


"30년 걸려도 변화는 힘들 것… 폭력적 변화는 안돼"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으며, 자신이 나고 자란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의문을 항상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 방문해 "머덜랜드 오어 데스(Motherland or Death)"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으며, <태양아래>를 찍게 된 계기도 이와 같습니다.


북한은 영화를 찍기 위해 방문한 만스키 감독에게 5명의 소녀를 후보로 세웠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진미를 선택했습니다. 진미 가족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진미네 가족은 허름한 집에서 조부모님까지 3대가 함께 살았고,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는 주부였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아버지는 공장 지도자로, 어머니는 노동자로, 집은 최고급 아파트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것이 바뀌고 조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는 모습을 촬영하는 진미네 가족 (ⓒ다음영화)


만스키 감독은 북한 측 연출자에게 모든 촬영본을 검열받아야 했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방향을 바꾼 뒤로는 촬영 후 모든 원본을 복사하고, 검열에 걸릴 것같은 원본은 삭제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총 촬영본의 70%정도가 검열을 피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디지털 카메라의 조작법을 잘 알지 못해 몰래 찍은 영상이나 삭제한 영상에 대해 검열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북한 당국에게 적발될 시 추방되거나 수감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면서도,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1년 간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비록 찍고 싶은 장면은 별로 찍지 못했지만, 그는 촬영본을 100% 가지고 러시아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방법은 아직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가 본 북한은 아무런 희망도 갖지 못하는 꽉 막힌 곳이었습니다. 과거 소련과도, 쿠바와도 다른 모습에 그는 "30년이 걸려도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전쟁처럼 폭력적인 방법으로 바꿔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전 세계가 자신들을 폭력으로 굴복시키려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한을 1년 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행사 중 손으로 햇빛을 가리는 진미 (ⓒ다음영화)


만스키 감독과 진미네 가족은 사적인 대화를 하나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만스키 감독은 가장 먼저 진미가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며, 북한 당국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에 진미네 가족이 어떤 위험에 처할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때문에 북한을 오랜 기간 방문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만약 북한 밖에서 진미를 만나게 된다면 진미가 심리적 충격을 크게 받게 될 것이라며,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함께 보내겠다는 말로 진미에 대한 정을 드러냈습니다.


영화를 관람한 한 관람객은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아이와 같이 수업시간에 졸거나 웃고 떠드는 북한 아이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객석이 대체로 비어있었고, 중장년층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만스키 감독 또한 상업성 때문에 영화가 많이 상영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감독은 진미에게 "좋아하는게 뭐냐"는 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진미는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많은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진미의 대답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태양아래>는 서울 중구 명보아트센터에서 상영 중이며, 명보아트센터 측은 당장은 <태양아래>를 무기한으로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소 8월까지는 하루 3회 상영된다고 하니, 꼭 한 번 가셔서 관람해보세요!


▲명보아트시네마 현장사진 및 위치




추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