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4일 금요일, 시청역 옆에 있는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탈북민 보건의료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통일부가 주최하고 하나원과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주관한 이 심포지엄은 제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한껏 기대를 품고 갔었는데요, 4시간 동안 꽉꽉 채워서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건강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이 심포지엄에서는 ‘탈북민’의 건강문제를 주제로 수많은 정보가 오고 갔습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의사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의 축사에 이어,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이 기조연설을 하였습니다. 예정 시간을 위해 짧게 진행할 수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의 의료 지원을 위한 4가지 제언을 하였습니다. 첫째는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문제가 가지는 사회적, 국가적 의미를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둘째는 ‘의료의 접근성과 지원을 높이는 합리적, 적극적 정책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였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긍정적으로 유도하고 사회적응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료 수요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의료 비용 및 통일 비용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는 북한이탈주민이 살아왔던 문화도 다르고 의식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맞는’ 의료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004년 위스콘신 연구팀이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연구를 했던 것을 언급하였는데요, 10%로가 ‘의료접근성’이었던 반면에 40%는 ‘그 자신의 건강행동’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예산은 의료접근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질병의 예방을 위해 긍정적인 건강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열렸습니다. 제1부에서는 <탈북민 보건의료지원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발표, 그 발표에 대한 토론, 그리고 질의 및 응답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발표는 전정희 통일부 간호사무관이 ‘초기 보건의료지원 현황 및 과제’를 세부 주제로 맡아 하였습니다. 여기서 ‘초기 보건의료지원’이란 북한이탈주민이 우리나라에 와서 사회에 편입되기 이전에 하나원에 거주하는 시기까지 받는 지원을 말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의 건강관리 체계는 크게 4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보호기관이 외교부, 북한이탈주민 보호센터, 하나원, 그리고 지역사회로 나간 후에는 하나센터 등으로 바뀌는데 단계마다 협력병원이 확보되어 그들의 건강을 관리해줍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들의 41% 이상이 스스로 건강이 나쁘다고 인지하고 있었으며, 실제로도 감염성 질환에 굉장히 취약하고, 약물중독 및 오남용 문제, 영양 문제, 심리적 문제 등이 많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하나원의 부속의원인 하나의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결핵 관리, 의료급여 관리 및 다양한 건강관리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생 건강관리 교육현황(출처: 심포지엄 자료집)
전정희 사무관은 향후 과제로 '하나원 의료조직의 확대운영', '남북의료통합준비를 위한 지역기반 의료지원 체계 구축', '그리고 북한의료연구 활성화'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의료연구 활성화의 일종으로 대학에서 통일대비 보건의료전문가 양성 교육과정 개설을 제시한 것이 대학생으로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음 발표는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장이 ‘사회편입 후 보건의료지원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이 2014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받고 싶은 지원 첫 번째가 경제적 지원을 제치고 ‘의료지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할 때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로는 약 50%가 ‘경제적 이유’를 들었습니다. 향후 과제로는 NMC 통일보건의료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의 협력, 그리고 통일 한국의 공공의료체계의 준비를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건강 안전망 구축, 민간이 수익이 안 되어 기피하는 미충족 보건의료에 대한 지원, 그리고 적정진료 및 양질의 의료에 대한 지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첫 번째 지정토론 시간
두 발표에 대한 토론이 쉴 틈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해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탈북민을 진료할 때 그들이 하나원에 처음 왔을 때의 기록을 받을 수 없어 연계가 안 된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정보가 공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비용의 부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정확한 의료 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연구와 펀드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탈북민과의 문화나 언어 등에서 다른 점들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신희영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장도 정보의 연계가 안 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의료 급여 지급을 통한 보호 자체가 탈북민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의료 급여가 지급되는데도 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안 가는 이유가 의료제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 교육에 관한 문제를 이미 연구 중인 팀이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주제에 대해서는 김원호 연세대 교수가 탈북민이 원하는 것이 경제보다 의료인 점은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자원배분원칙과 우선순위에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대해 탈북민들의 접근성이 경제적인 이유로 나쁜데, 이는 지원 전력의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탈북민들의 건강상태와 질병에 대한 정보, 분석, 그리고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이 정부와 협업하여 탈북민의 건강정보 분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미녀 새조위 대표는 새조위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탈북민이 다양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상담실이 설치된 병원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과제로는 사회 편입 후에 탈북민이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도록 병원과 단체 간 의료비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가족이 없는 대다수의 탈북민이 입원 치료 시에 간병문제가 절실한 것과 여성의 육아로 인한 경제적 활동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통합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심포지엄이 열린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제2부에서는 <탈북민 보건의료지원 현황 공유 및 평가>를 주제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자료들이 많이 제시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하나의원 내과에서 일하는 신승용씨가 ‘북한이탈주민의 간질환 인식도 조사’를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B형, c형 간염과 같은 질환은 사람 사이에 전파가 가능하며, 간경화 및 간암으로의 진행률이 다른 원인의 간염보다 높아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b형 간염 표면 양성률은 북한 의료체계의 붕괴 등으로 인해 남한에 비해 3~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2015년에 입소한 330명의 하나원 교육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가 간질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중 충격적인 질문은 ‘간염의 치료에는 미나리즙, 쑥즙, 헛개나무 달인 물이 최고의 명약이다.’라는 것이었는데, 무려 77%가 ‘그렇다’라고 답하여 민간요법에 대한 의존이 크며, 잘못된 치료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하나원에서는 간질환에 대한 교육, 간염 검사 및 치료, 예방접종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다행히도 교육 이후 인식도가 대부분 좋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발표자 역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상강사인 송인규씨가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소아청소년의 영양상태’를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수많은 자료들이 제시되었지만,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그들의 영양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송인규씨가 고찰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에게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의료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통일 이후의 관계를 생각해서 국제사회를 통해서 보다는 남한이 직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만성질환의 발생을 추적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태아기와 성장기의 영양 부족이 만성질환과 관계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 소아청소년에 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며, 이는 간접적으로 통일 이후의 의료 비용을 추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발표하고 있는 전진용씨
세 번째 발표는 국립서울병원 정신과에서 일하는 전진용씨가 ‘하나원 교육생을 통해 살펴본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진료실 내에서 전체적인 사회 문화적 차이를 언급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자가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언어 표현에 있어도 차이가 있었으며,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심장병의 형태로 표현하는 등 증상 표현에 있어서도 차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북한이탈주민은 접수, 수납, 검사, 의약 분업, 전자 처방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하니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북한에서, 탈북 과정에서, 남한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심리적 외상이나 북한의 가족에 대한 걱정, 남한 사회의 편견으로 인한 경험이 진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또한 북한에는 상담이 보편화 되지 않았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탈북민들은 겉으로는 감정이 풍부해 보여도 진정한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으며, 우울이나 불안에 남한 주민들보다 훨씬 취약하고, 음주 및 흡연에 관대하며 일부는 약물을 남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을 진료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통일 이후의 진료에 시사점을 준다면, 여러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원 안에서부터 대비를 해야 하며, 진단 및 척도의 표준화가 필요하고 건강에 대한 개념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잘 대비해서 남한 의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통일을 언급하며, 오씨(Ossi: 동독인)와 베씨(Wessi: 서독인)의 갈등이 있던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의 상호 적응 문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하나원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우주미씨가 ‘탈북민 초기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하여 발표하였습니다. 하나원에서는 탈북민들의 정서안정을 도모하고 정착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하기 위해 체계를 갖추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입소 초에 심리상태 평가 시스템을 거쳐서 개별적 차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심리상담, 집단적 차원에서는 웃음치료나 요가, 호흡명상 등의 힐링 명상 프로그램, 그리고 숲 치유 프로그램 등의 체험형 프로그램과 강의식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효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두 번째 지정토론 시간
토론 시간에 한반도 통일의료 연구소 소장인 김정용씨는 북한의 자료가 부족하고 부정확한 것이 많은데, 그나마 하나원에서 탈북자를 통해 만들어진 자료들이라 의미 있게 여겨진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며, 탈북 의료인도 통일 의료를 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이영렬씨는 우주미씨가 발표했던 하나원의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면서도, 12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너무 짧으며, 그 후에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탈북민의 정신, 심리 문제는 난민과 다문화 이주민의 문제가 섞여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는 응급 구호가 중요하고, 후기의 정착 지원 단계에서는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 적시에 적절한 개입을 통해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한이탈주민의 위치가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아 질 수 있는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점점 수가 많아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이 통일정책의 일환으로서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영렬씨는 또한 안 그래도 적응하기 힘든 북한이탈주민에게 우리의 의료시스템까지 배우라고 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며, 의료라고 하는 부분은 전통적으로 사상, 인종에서 벗어난 문제이므로 ‘통일’이라는 담론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그들은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심포지엄 접수대
4시간 동안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수많은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북한의 보건의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그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지만 이와 같은 자리들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면 통일 이후의 보건의료에도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민들도 하루 빨리 질 높은 보건의료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8기 홍다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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