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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2013년 북한의 한류열풍, 어디까지 왔나?

북한 내 소녀시대로 알려진 모란봉 악단 5인조 그룹 (출처: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2090713561811447)


지난해를 돌이켜 볼 때 2013년 한 해 동안 북한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집권 2년째 접어들면서 김정은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정책들을 구사하고, 북한 주민 스스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사항은 그 동안 핵과 무기 생산 등 군수산업에 치우쳤던 북한이 능라도인민유원지의 놀이기구, 마식령 스키장, 미국의 농구선수 로드먼 초청 등 여가생활과 스포츠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정일 정권이 영화산업으로 정치적 지도를 강화했던 것처럼 김정은 정권 역시 여가 생활과 스포츠산업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더불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에 유입된 대한민국 및 외부 세계의 다양한 정보는 북한의 이런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북한에서 한류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남한 드라마와 가요의 확산을 넘어 2013년, 북한의 한류열풍은 과연 어떻게 확산되었으며, 북한 정권은 어떤 식으로 이를 통제하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평양 시내 최신 여성 패션 (출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남한 아이돌 댄스를 배우고, 남한에서 유행하는 패션을 직접 따라하는 북한

북한에서 남한 가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따라하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위층 관료나 무역상인들이 소지하고 있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남한의 댄스곡 춤을 배우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의 젊은 층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북한 춤이 아닌 최신 댄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돈이 있는 가정에서는 댄스 과외 교사를 두기도 하며, 북한의 댄스 개인교사들의 보수는 쌀 10킬로그램(북한 쌀 1킬로그램의 가격은 7000원)으로 한 달에 7만 원을 받습니다. 일반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3,000원 가량)과 비교하면 무려 20배가 넘습니다. 그리고 남한의 패션잡지를 들여와 여기에 소개된 옷을 제작해서 입기도 합니다. 북한의 개인 재봉사들이 중국을 왕래하는 무역일꾼 등을 통해 남조선 패션잡지를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잡지를 참고해 옷을 제작하여 간부나 부자들에게 판매합니다. 남한 드라마와 가요가 확산되면서 북한 젊은층이 남한의 패션에도 관심을 가지고, 북한의 재봉사들은 남한 패션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이전의 북한 남자들의 의상이 검은색이거나 짙은 갈색의 인민복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각양각색의 옷을 입기도 합니다. 북한 내 한류가 보는데 그치지 않고 생활문화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의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한류가 점점 스며들다.

1990년대 후반 식량난이 심화되고 사회체제가 이완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민 통제가 느슨해졌습니다. 일반주민들의 대량 탈북 등으로 인해 북·중간 국경통제장벽이 상대적으로 헐거워짐에 따라 중국발 외부 정보 및 외래문화가 북한내부에 스며들게 된 것입니다. 북한 내 한류가 확산된 시기도 이때와 비슷합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는 한국의 드라마와 대중가요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는데, 중국에 퍼진 한국 대중문화가 인접한 북한까지 확산된 것입니다.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CD와 DVD 등이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어 북한가정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USB로 전달되기도 하면서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데일리NK에서 단독입수한 간부용 학습제강 (출처: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cataId=nk00500&num=90969)


한류를 통제하기 위한 검열조직마저 부정부패와 뇌물에 얼룩진 북한

북한은 한류를 막기 위해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리적으로 북·중 국경을 막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류를 담고 있는 미디어기기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한류를 통제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기구로는 ‘109상무(109그루빠)’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색 자본주의 사상을 척결하라’는 김정일의 교시날짜(10월 9일)를 따서 이름 지어진 특별단속그룹으로 외국 영화, 노래, 출판물, 방송 등을 접하거나 유통시키는 주민들을 색출하기 위해 발족되었습니다. 주로 DVD, USB, 라디오, 출판물, 중국산 휴대전화 등 포괄적인 부분에 대한 단속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109상무 소속 요원들이 뇌물을 받고 단속을 눈감아주거나 압수한 매체들을 다시 되파는 행위가 늘어나자 김정은 집권 이후 ‘114상무’가 조직되었습니다. 114상무는 불법 출판물과 녹화물을 단속하라는 김정은의 교시(1월 14일)에 따라 만들어졌으나 검열조직의 부패나 불법 행위 등을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조직 내 견제 및 감시가 일상화되도록 조치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등장한 7.27상무는 군인들로 구성된 검열조직인데 심지어 109상무에 대한 검열권한까지 부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열조직마저 부정부패와 뇌물이 얼룩질 정도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접촉에 대한 처벌은 최고 사형까지 가하는 등 처벌의 수위가 높습니다. 2013년 10월 말에는 남한 오락프로그램과 성인물이 담긴 DVD를 시청했다는 죄목으로 평양 김일성정치대학에서 내각연유국장, 남포시․ 순천시 인민보안서장 등 고위간부 8명이 총살당했다고 합니다. 남한 영상물 시청자와 배포자에 대한 처형은 김정일 정권에도 흔했으나 다수의 고위간부가 동시에 처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의 한류가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미 고위간부들에게까지 파고들었다는 점과 이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합니다. 북한에서의 한류 열풍이 단순한 감상이었다면 이제는 따라하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북·중 국경의 일반주민뿐만 아니라 북한 전반에서의 고위층관료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한류 열풍의 현 주소입니다. 또한 북한산 DVD도 생산되고 있으며, 핸드폰의 사용률도 높아짐에 따라 2014년 북한에서의 한류 확산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류 확산이 남북 간의 문화·사회적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출처>

자유조선방송 세미나(2013.12.2) - 「북한에서의 한류와 대북방송의 역할」참고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cataId=nk00500&num=98298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cataId=nk04500&num=97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