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으셨지요? 지난 15일은 광복 68주년이었습니다! 더불어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던 어느 여름날이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제 아무리 뜨거운 뙤약볕도 독립기념관을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거두어갈 순 없었습니다.
이번 광복 68주년을 맞아 독립기념관이 큰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도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광복절을 맞아 더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시민들에게 제공하였는데, 단지 보고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그중에 통일부기자단의 눈에 띄는 행사가 있었으니, 바로 '통일염원대행진'입니다.
통일염원대행진은 독립기념관에서 출발하여 통일염원의 동산까지 걸어가는 행진입니다. 국악단의 장단에 맞추어 거대한 태극기를 들고 걸어가는 행진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현상은 역시 나도 한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행진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어린 학생들부터 노인들까지 행렬에 참가하는 모습에서 세대를 초월하는 통일염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창 보고 있는데,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독립기념관에서 왜 통일을 얘기하는 걸까요? 독립기념관은 국권회복의 상징이자 국혼이 머무르는 겨레의 터라고 불리는 곳인데, 통일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시민들은 8월 15일 독립기념관에서 통일을 외쳤던 걸까요?
대한독립의 불편한 진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을 선언하며 2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종결되고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정상적이었던 나라는 어느 곳도 없었지만, 특히 일본에게 침략 당했던 식민지들의 후유증은 너무나도 심각했습니다. 국가정체성은 혼미했고, 자국의 역사와 미래에 주체성을 갖는 민족정신 또한 일본의 제국주의에 의해 제대로 무너졌습니다. 일본이 떠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머리없이 더럽혀진 몸뚱이 뿐이었던 것입니다.
일본이 한반도를 떠나자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이유로 미국은 38도선 이남을, 소련은 이북을 각각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해외에 망명해있던 민족지도자들이 한반도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미소 양국의 군정체제에서 그들이 입지를 보장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또 다시 한국인의 운명이 한국인의 손이 아니라 외세의 손에 의해 오락가락하는 형국이 되었던 것입니다.
긴 항일운동의 기간 동안 민족화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 있어왔지만, 해방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바와 같이 국론이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한반도 문제는 UN으로 이관되었고, 소련의 입북거부로 결국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실시되어 1948년 8월 15일 남한에서 정부가, 한 달여 뒤 9월 9일에 북한에서 정부를 수립하면서 한반도는 반영구적인 분단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진정한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조상들이 살았었고 또 되찾기 원했던 그 조국은 남북으로 갈라진 채 역사 속에 봉인되었고 6.25 전쟁이라는 안타까운 과거까지 남기고 말았습니다. 훗날 역사의 한 켠에서 찾은 자신의 정체성이 이런 미완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반쪽짜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오랜 시간 둥지를 떠났다가 돌아온 철새가 자신의 집이 두동강 난 모습을 본다면, 불청객은 갔지만 온 집안에 빨간딱지가 도배되어 있다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요?
광복의 완성은 통일
이미 지나온 역사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자 운명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반성마저 필요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 상황에 만족하고 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분단이라는 불편한 상황과 미적지근한 광복을 그대로 느끼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통일이라는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통일이란 단순히 남과 북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있어 통일이란 개인과 가족 단위를 뛰어넘어 전체 한국인의 역사와 기상이 회복하는 기적을 말합니다. 이 기적은 경술국치(1910) 때 나라를 잃고 총칼과 포탄에 산화해간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바라던 내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남북통일은 잊고 있었던 광복의 기쁨을 다시 되찾아줄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은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준비도 없고 성의도 없는 통일은 결코 미래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단과 전쟁의 참상으로 묻힌 광복의 환호성을 다시 되찾기 위한다면, 지난 100년간 대대로 꿈꿔왔던 진정한 광복의 미래를 위한다면, 지금 통일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8월 15일 광복절 독립기념관에서 통일소리가 들려왔던 이유일 것입니다.
이제 어디가서 통일을 얘기할 때, 단순히 분단을 끝내자가 아니라, 빼았긴 미래를 되찾는다는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설 권리가 있습니다. 분단의 역사를 이만 종식하고 반 만년에 달하는 유구한 역사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고 싶지 않으신지요?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장종찬 기자 / 김형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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