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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남북한 영재교육제도 비교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북한은 자유가 없는 나라입니다. 개인차도 인정되지 않고, 모든 것이 국가의 명령에 의해 통제되는 획일적인 사회인데요, 이런 나라에도 과연 '영재교육 제도'가 있을지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한의 영재교육의 역사가 우리보다 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영재교육에 대한 연구, 그리고 영재교육의 실시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입니다. 미국은 이미 120여 년 전부터 영재교육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러시아에서도 1920년대에 영재교육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영재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것은, 냉전체제 하에서 서로 과학기술경쟁을 벌이면서였습니다. 1957년, 러시아(소련)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먼저 발사했고, 충격을 받은 미국은 그 때부터 체계적으로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여 왔던 것입니다. 러시아 역시 영재교육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영향이었을까요? 북한도 비슷한 시기에 영재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북한 영재교육의 효시는 1958년, 중등교육 단계의 평양외국어학원 신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1983년, 경기과학고등학교 설립이 영재교육의 시작입니다.

남북한 최초의 영재교육기관 설립 시점

북한-1958년 평양외국어학원 설립

남한-1983년 경기과학고등학교 설립

 물론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이념 때문에 영재교육은 쉽지 않았고, 그래서 1970년대까지는 최소한의 형태로만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80년대 김정일 정권이 시작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한 영재교육을 장려하였고,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1984년 자연과학분야의 영재를 양성하는 평양제1고등중학교를 설립하였습니다.

 그 이후 김정일은 1985년에 12개교, 1995년도에 각 도단위 26개교, 1999년에는 전국 시군구역마다 1개교씩 추가 신설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면 전국에 200여 개교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세 가지 형태로 영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첫째, 영재학교와 과학고, 둘째, 영재교육원(교육청, 대학부설), 셋째, 영재학급의 형태인데요,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영재만을 위한 특수학교로서 전국에 24개교가 운영되고 있고, 그 외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은 교육청, 대학, 일반학교에 부설 형태로 설치하여 일반 학교를 다니는 영재아들이 방과 후에 추가 교육을 받는 형태로 전국에 2844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관의 숫자나 영재교육 수혜 인원수는 남한이 훨씬 앞선다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영재교육 분야를 보게 되면, 북한의 경우 예체능, 외국어, 자연과학, 컴퓨터, 군사 등의 분야에서 실시하는데요, 군사 분야를 빼놓고는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다만,대한민국은 자연과학 분야의 영재교육을 가장 먼저 실시했고 외국어 분야의 교육은 최근에 들어서야 실시하고 있는 반면(외국어고등학교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방과 후 형태의 언어 영재 교육은 최근에야 시작되었다), 북한은 외국어 영재 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북한의 특징적인 제도인 군사 영재교육을 보면, 1997년 혁명 유자녀를 위한 학교인 만경대혁명학원을 특성화하여 군사분야의 수재양성기지로 전환하였습니다.

 

만경대 혁명학원 전경

 남북한의 영재교육제도의 공통점은 양쪽 모두 과학기술인력 양성이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언어영재교육은 최근에야 실시되기 시작하였으며 과학, 언어, 예술을 제외한 인문, 사회 분야는 북한과 대한민국 전부 아직 실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회 분야의 영재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됩니다. 한편,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영재교육의 실시 역사는 북한이 더 길지만 현재 교육의 양과 질은 대한민국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북한은 영재교육의 목표를 국가 경쟁력 향상, 즉 '강성대국 진입'에 둔다면 대한민국은 영재 본인의 자아실현과 관련된, 인권에 둔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미국이든 러시아든 영재교육 초기에는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영재교육을 실시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차 개인 인권에 대한 관점으로 이행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이런 면에서 북한의 영재교육 이념은 아직까지 초창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영재교육의 접근성 면에서 대한민국이 훨씬 우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나름대로 영재교육 제도가 있지만 북한 사회는 말로만 평등한 사회라 주장할 뿐, 실상은 계급주의 사회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영재성을 타고났다 해도 출신성분이 좋지 못하면 영재교육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누구든지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고, 최근에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영재성이 발현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소외영재 발굴을 위한 특별 제도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넷째, 영재교육제도의 대학까지의 연계성은 북한이 대한민국보다 앞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체신학부,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 정보과학과 등 일부 학교나 학과에서도 '수재반'을 편성한 것이 벌써 2001년의 일인데요, 대한민국에서는 불과 얼마 전부터 서울대학교 한 군데에서 영재교육이 연계되었습니다. 자연과학대학에서 입학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지도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논문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 시기적으로도 북한보다 약 10년은 늦었고 서울대학교 한 군데, 그것도 자연과학대학에서만 한다는 점에서 대학과의 연계성은 북한이 더 우수한 것 같습니다.

공통점: 과학기술인력 양성 중심

차이점:

첫째, 역사는 북한이 더 길지만 현재 교육의 양과 질은 남한이 우세하다.

둘째, 북한은 영재교육의 목표가 강성대국 진입이라면 대한민국은 학생 개인 인권에 관심을 둔다.

셋째, 영재교육의 접근성에 있어 대한민국이 훨씬 용이하다.

넷째, 대학과의 연계성은 북한이 더 우수하다.

 또한 남북한의 영재교육제도를 비교한 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탈북청소년 중 북한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경험자가 있다면 그것을 심사하여 영재교육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경력을 통해 현재의 학력과 관계 없이 대한민국의 영재교육 기관에 입학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남북한 학력의 상호인정은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고 통일을 더욱 가깝게 할 것입니다.

 둘째, 통일 이후 사회 통합을 위해 지금부터 남북한의 영재교육 제도를 상호 연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연구한 결과가 있지만, 정책적인 관점과 교육학적 관점은 또 다른 연구일 것입니다. 영재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아닌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로서는 교육행정에 관한 연구는 할 수 있겠지만, 교육학적 관점에서 양쪽의 교육내용을 비교평가하며 합일점을 찾기는 한계도 있는 만큼, 영재학회와 같은 곳에서 교육학적 관점의 연구 결과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시사점

첫째, 남북한 영재교육 경력에 대한 상호인정 필요

둘째, 남북한 영재교육에 대한 교육학적 관점에서의 연구 필요

 이상 조속한 통일을 기원하며, 이현정 기자였습니다.


*자료 출처:

참고 사이트-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단행본- 영재교육학개론(2003, 한국자격개발원), 영재판별법(2003, 한국자격개발원)

논문-북한의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신효숙, 2009)

이현정 기자/백석대 신학, hyunjeong21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