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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한국에서 4번째 생일을 맞는 그녀의 생일 취재기

 

"을지로 입구에서 만나!"

 

 

 2013년 6월 1일 토요일. 이 날은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탈북자 김수연씨(가명, 24세)의 생일이었습니다. 저는 올해 3월부터 그녀에게 과외를 해주고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친해져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단톡방[각주:1] 만들어서 의견교환 한다! 생일 며칠 전 부터 핸드폰으로 그룹대화방을 만들어 어디에서 외식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빕스와 초밥뷔페가 유력한 후보로 선정되어 투표로 결판을 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빕스 2표 초밥뷔페 4표로 회를 못 먹는 저지만 민주시민답게 다수결의 원칙에 승복하였습니다. 그 다음 어디에 있는 초밥뷔페가 가장 질좋고 적당한 가격을 가졌는가에 대한 활발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을지로 입구에 있는 한 초밥뷔페가 우리의 외식장소로 당첨되었습니다.

드디어 그녀의 생일 날! 저는 선물로 줄 예쁜 장신구들을 사러 홍대에 가서 패션반지 3종 세트를 샀습니다. 그녀가 나이는 조금 많지만 저처럼 13학번 새내기이기에 상큼함을 더해줄 악세사리를 고른 것입니다. 선물을 받고 좋아할 그녀의 얼굴을 상상하며 약속 시간에 맞춰 을지로 입구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그곳에는 그녀와, 핸드폰 대화창에서만 봤던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아..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호호"

어색한 첫만남. 그녀가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해주니 그제서야 친구들이 아는 체를 하고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녀의 친구들은 20살, 21살 그리고 후발로 올 나머지 두 명의 친구들은 25살,26살이라는데, 20살인 진짜 새내기 친구 빼고는 다 북에서 온 친구들이라고 합니다. 후발주자들을 기다리며 먼저 들어선 초밥뷔페에는 TV로만 봤던 회전초밥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평범한 레일이 아닌 배 모양의 접시위에!

 

배 모양의 접시 위에 초밥이 나오는 놀라운 광경! [출처-동해도 홈페이지] 

 

"언니, 나 이런 회전초밥 집에 처음 와 봐" "한국에서 여지껏 살면서 이런데도 안가보고 뭐했니"

저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음식집에 익숙한 듯 보였는데 회를 안좋아해서 그런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온갖 바다의 진미들이 둥둥 떠내려오고 우리는 음식들을 흡입하기 시작했습니다. 40분의 시간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초밥을 뱃속으로 집어넣었고 개시한 지 20분 만에 여섯 사람은 꽉 찬 배를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게 되었습니다. 더는 못먹겠다고 결론내린 우리는 10여 분의 제한시간을 남겨놓은 채 가게를 나오기로 했습니다.

"우리 이제 어디가?" "카페가서 커피나 마시자. 내가 쏠게!"

이 말을 듣고 저는 살짝 놀랐습니다. 탈북민은 아무래도 돈을 아껴쓰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통일을 위해서 일한다고 자부했던 저인데 '나부터도 이런 선입견을 갖고 있잖아!'란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습니다. 잠시 자기 반성을 하고 일행들과 함께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카페에 진열되어있는 먹음직스런 빙수를 보니 커피생각은 잊혀지고 우리는 빙수를 먹기로 했습니다.

 

밀크티빙수. 패기있게 2개씩 시켰는데 배가 불러서 많이 남겼다.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한 친구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통화를 마쳤는데 친구曰

"엄마 무사히 도착하셨대!"

자세히 들어보니 친구의 어머니가 탈북 중인데 안전지역에 도달하신 모양이었습니다. 친구 어머니의 소식을 들은 다른 친구가 "언니네 어머니도 오시면 이제 나만 엄마가 없네? 나 딸로 받아 줄거지??"라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지금 듣고 있는 내용이 정말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암담하기도 하고 이산가족이 6.25 전쟁 때 생기고 만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탈북으로 인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 와닿았습니다. 

카페에서의 자리를 정리하고 우리가 다음으로 간 곳은 바로 청계천!

더운 날씨탓인지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에 모여있었습니다. 때마침 미술전시회도 하고 있었고 빛을 이용한 예술작품도 청계천변 전역에 걸쳐서 시연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청계천에서 재미난 물놀이와 사진촬영을 마친 뒤 아쉽게도 저는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먼저 자리를 뜨게 되었습니다. 본생일 날인 다음 날, 친구들끼리 만나서 케익을 불었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북에서 왔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식으로 생일을 보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들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젊은이들이었고, 북에서는 생일을 특별히 기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생일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웠다고 합니다.

 한가지 이번 경험을 통해서 확실히 느낀 것은 탈북민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이나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 보다도 먼저 한국사람과 탈북민이 친구가 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탈북민들이 손꼽는 정착생활의 어려움 중에 하나가 바로 외로움이라고 하는데 가족단위로 탈북하기보다는 연고가 없는 개인들끼리 탈북하는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김수연씨가 한국사람이 훨씬 많은 한국에 와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국인 친구보다 탈북민 친구가 더 많은 이유는 그녀에게 있는 것일까요? 혹시 우리가 무의식중에 거리를 두기때문은 아닌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1. 카카오톡이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단체대화 서비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