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노원구에서 음식을 나누면서 북한이탈주민과 지역주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북한음식나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직접 행사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북한음식나눔 행사 홍보 포스터 (출처: 노원구청 홈페이지, http://www.nowon.kr/new/nowon/nowon.jsp?mid=570207&process=view&idx=27924)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열리는 북한음식나눔 행사는 작은 규모이지만 2007년부터 꾸준히 열린 행사입니다. 매번 개최할 때마다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깊은 행사였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은 어땠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할까요?
행사는 북한이탈주민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만든 북한 특산음식을 시식하고 아리랑 민속예술단 공연을 관람하며 벽보를 통해 북한과 북한출신 주민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음식나눔행사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받기만 한다는 일반적인 의식에서 벗어나 그들도 우리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점을 벽보를 통해서 알리고 있었으며, 그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이 오기 전에 통일을 미리 준비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먼저 온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는 그들과 소통하며 오랜기간동안 커진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며 화합해야 합니다. 그러나 소통은 절대 일방적인 한쪽 방향으로만 이루어 질 수 없고, 쌍방향의 이해와 화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쌍방향의 소통을 해나가고 있는 음식나눔행사는 참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지역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열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두어시간동안 봉사자원단까지 합쳐 약 130명정도가 참여하여 행사장은 생각보다 북적거렸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봉사자들은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했다 하니 '한반도의 작은 통일'을 넘어 '통일한국'도 금방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저희는 괜히 두근거렸습니다.
한창 배고플 나이(?)인 저희는 역시 음식에 가장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6가지 음식을 모두 받아 직접 시식 해보았습니다.
통일비빔밥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자 상징적인 음식은 북한이탈주민, 참여내빈, 지역주민과 국회의원이 한데모여 통일이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섞은 비빔밥입니다. 비빔밥 안에는 북한산 나물과 제철나물이 어우러져있었고 퍼포먼스를 통해 화합과 소통, 하나됨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빔밥이 섞이는 모습을 바라 본 저희는 남북한도 하루 빨리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두부밥
두부밥은 우리나라의 유부초밥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삼각형으로 튀긴 두부의 속을 잘라넣어 밑간을 한 밥을 넣고 양념장을 발라서 먹는데, 북한의 길거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유부초밥과는 또 다른 매력의 두부밥을 맛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길거리 음식이나 야식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통일이 되면 흔히 맛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통일 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명태식해
젓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는 음식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즐겨먹는 반찬인데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사람들 역시 명태식해를 즐겨먹는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함경도순대
순대는 지역에 따라 속 재료의 차이가 매우 큰 음식입니다. 많은 분들께서는 속에 당면이 꽉 차있는 우리나라 순대에 익숙할겁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찹쌀과 쌀을 적절히 섞은 후 시래기, 돼지 피 와 내장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서 만들어 먹습니다. 북한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는 별미 음식이라고 합니다. 순대라는 하나의 음식이 남북한 사이에서는 이렇게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인조고기/콩고기
일본음식 유바(ゆば, 湯葉)와 매우 비슷한 인조고기입니다. 이는 콩단백질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식감은 매우 쫀득쫀득하고 결이 살아있어 고기와 매우 비슷하였습니다.
옥수수국수
남한에서 "북한의 국수"라고 한다면 평양냉면, 함흥냉면등이 많이 알려져있지만, 사실 북한에는 옥수수국수를 자주 즐겨먹는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높은곳에 위치해 논보다 밭농사가 많은 북한의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특히, 위도가 높은 함경도에서는 옥수수가 더 많이 자라기 때문에 이를 가공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많은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옥수수 국수인데, 개인의 취향에따라 냉면이나 온면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손가락과자
손가락과자는 북한사람들이 즐겨먹는 주전부리입니다. 밀가루, 우유, 설탕이 주 재료로 만들어진 과자로 겉면은 설탕으로 코팅이 되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맛으로 꺼려졌으나 계속 먹다보니 고소하면서도 우유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게 이 과자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북한음식나눔 행사를 즐기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우리가 통일을 외치고 있으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지 않은가?'였습니다. 우리는 외국의 대표적 음식은 많이 알고 있지만 북한 음식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으며 관심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탈북주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노원구의 어르신들도 한국에도 있는 명태 식해, 순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옥수수국수와 두부밥과 같은 음식은 처음 접하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남북한의 문화적 무관심과 차이는 다른 나라와의 차이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차이가 이렇게 극심한 상태에서 통일이 이루진다면 통일 이후 얼마나 많은 소동이 발생하고 오해가 생길까요? 만약 통일 이후 서로의 음식을 주문했을 때 생각했던 음식과 전혀 다른 음식이 조리되어 나온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그렇기 때문에 음식에서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소통하는 것이 바로 통일을 준비하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북한학과 학생으로서, 그리고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으로서 우리의 포부와 염원을 담은 메세지를 써서 붙였습니다.
한반도의 작은 통일을 위해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 이 행사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지만 여러가지 개선해야 할 점도 보였습니다.
먼저, 다양한 연령대, 지역의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었습니다. 젊은 층은 저희처럼 취재차 참여한 사람 혹은 봉사자원자들로 한정되어 원래 북한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연령대가 한쪽으로 집중이 되어있다보니 이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조차도 가기 부담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노원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되었다고는 하나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서 다양한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 유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보를 보여주는 벽보에도 큰 문제가 보였습니다. 북한 음식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이벤트인 만큼 벽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수, 북한음식의 종류, 북한의 공휴일 등에 대하여 알려주는 것은 좋았지만 행사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실상에 관한 사진과 설명을 했던 한 벽보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벽보에는 "대중교통시설도 변변치 못한 북한, 마치 남한의 50~60년대를 떠오르게 한다." 혹은 "배고픈 아이들, 옥수수 죽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있다."와 같은 내용이 있었는데 이는 북한의 실상을 파헤치자는 취지의 행사라면 모를까, 북한이탈주민과 우리나라 주민을 화합하자고 마련한 자리에서 나와야 할 내용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행사에서 시식해본 음식 외에 북한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나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남북한의 음식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는 쪽으로 개선해보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행사는 남북한 봉사자원단이 음식을 준비하고 주민들은 시식을 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참가자 중 많은 분들이 이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 조리과정 등에 대하여 잘 모르고 딱히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북한 주민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음식이 마치 다과회에 놓여져있는 간식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일방적인 나눔행사에서 한 단계 발전하여 남북한 음식을 함께 조리하며, 화합을 추구해 나가는 형식으로 새로운 축제를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음식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으로도 음식이라는 작은 것에서부터 남북한이 서로 알아가고 소통하는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어, 재밌고 맛있는 통일을 꼭 이루길 바라며 이상 박효진,박진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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